썰
오늘은 팀장님이랑 오붓이 단둘이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언제나처럼 많은 얘기들이 오갔다.
오갔던 대화들을 곱씹어 생각을 정리해 본다.
난 서른 중반인데, 이게 참 직장인으로서 애매한 나이이다.
경력이 대략 6년을 넘어가면서 커리어적으로 무언가 자리 잡은 것 같으면서, 또 입지가 불안하다.
한편으론 이제 나이가 많아 무언가 변화를 추구하기에는 위험하면서도, 정착하기엔 또 어린 나이이다.
내가 속한 팀은 공채 및 일반 경력직 구성원이 없고, 다양한 전문직들만 모여 있는 팀이다. 대부분 사짜 선생님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들이 현업에서 전문 지식을 뽐내다가 일에 지쳐 워라벨을 찾아 모여든 곳이다.
(물론 난 선생님 아니다)
나는 워라벨을 중시하는 성향이 아니고, 직무 특성상 워라벨을 추구할 수 있지도 않다.
그래서 현재 회사 및 소속 팀에서 일을 하면서 인지부조화가 일어나고 있는데, 기대하지 않던 워라벨의 맛이 넘나 달콤하기 때문이다.
'언젠가 바닥날 꿀단지라면 일찌감치 내 가능성을 실현하러 가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한다.
워라벨이 주는 달콤함이 결국엔 내 전문성을 희석시키고 종국엔 회사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노예 꼴로 만들어 버릴 거란 우려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꿀단지를 걷어 차 버리고 어디로 뛰쳐나가야 하는지 모르겠다. 애당초 이 꿀단지를 일찌감치 걷어차며 박차고 나가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이 꿀단지의 만족감이 덜할지언정 마르지 않을 수도 있다.
또한 현금흐름의 측면에서 지금의 회사는 엄청나지는 않지만 썩 괜찮은 편이다.
그렇다면 워라벨 좋고 급여도 썩 괜찮은데, 배부른 고민을 하고 있는 거 아닌가?
이 질문에 대한 힌트를 최근 모건하우절의 <돈의 심리학>을 읽으면서 얻은 듯하다.
(그럼에도 세상이 공평한 이유는) 행복으로 가는 길은 누구에게나 가시밭길이기에
- 모건 하우절 <돈의 심리학>
그렇다. 내 능력 대비 과분한 대접을 받으면서, 흔히 말하는 극소수의 '엘리트'와 함께 일하는 호사를 누리는 상황이지만, 내 뇌가 못 받아들이고 울상을 짓고 있는 것이다.
내가 갖고 있는 조건들과 같은 객관적인 상황은 별다른 의미가 없다. 그건 두 번째다.
(물론 장점보다는 단점을, 익숙함보다는 흥미로움을 쫓아가는 고질적인 성향이 더욱 두드러지기는 한다.)
그래서, 내 나름대로의 꿀단지 유통기한을 정해두고 그 기간을 인내하며 전문성을 쌓을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해 보기로 했다.
꿀단지의 유통기한은 5년, 입사 일자로부터 5년이 지난 2027년 10월 14일로 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