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와 리스크 테이킹

열번째

by john 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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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산업에서는 'First Case'와 'Best Case'를 구분한다.

난 'First Case'가 'Best Case'라고 당연시 여겼다.

하지만 기존 치료제로 여겨지던 것보다 큰 효과를 입증하면서 기존 치료제를 제치고 'Best Case'로 자리 잡아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자리매김하는 경우들을 알게 되었다. 또한, 개발이 어려워 이전에 없었던 'First Case'를 개발한다 할지라도, 해당 효과를 활용할 시장이 크지 않거나 타 제품으로 대체되는 경우들도 보았다.

때문에 다른 산업들도 마찬가지 이지만, 제약/바이오는 더욱더 '손익비의 세계'가 지배적인 산업이라는 걸 느낀다.


First로 갈지, Best로 갈지, 어떤 게 성공할 확률이 높을지, 성공했을 때는 얼마만큼의 이익이 있을지 명확한 결정이 있어야 한다.



회사 생활에서도, 연차가 높아질수록 이 '손익비의 세계'에 적응하고 '손익비'를 명확히 계산할 수 있는 능력을 요구받는다.


일례로, ESG 혹은 지속가능경영 분야에서는 '그린워싱(Greenwashing)'의 문제가 따라다닌다.

'그린워싱'은 말 그대로 친환경적이지 않은 것들을 친환경적이라고 세탁하는 경우이다.

현재는 단순히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것에 대하여 효과를 주장하거나 과장하는 경우'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1의 결과가 있는 것에 대하여 1.2나 1.3이라고 말해서는 안된다.' 까지 확장되었다.

이는 특히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에서 나타난다.

이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의 딜레마에 대해서는 날을 잡아서 다시 얘기하도록 하고,

그린워싱이 범위가 넓어지다 보니 관련 신사업을 추진하거나 새로운 개념을 받아들여 사업에 녹일 때 그린워싱을 더욱더 큰 리스크로 인식한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기회'와 '그린워싱이 될 수 있는 리스크' 사이에서 얻을 수 있는 손익을 계산해야 한다.


그린워싱에 관해 엄격한 기준을 세우고 스스로 지켜내는 사람들과, 인식은 하고 있으나 리스크를 짊어지며 사업을 추진하는 사람들이 있다.

전자는 결과물의 고도화를 이끌며 실무를 해내는 이들이고, 후자는 아직 실현되지 않은 미래를 얘기하며 선봉장에 서는 리더나 사업가에 가깝다.

흔한 오해로 이 '후자'에 속하는 사업가들이 손익비 판단에 약하고, 리스크에 관해 비교적 무감각한 경우가 많을 것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누구나 손익비를 판단한다.

다만 개인은 어떻게 타인이 손익비를 계산해냈는지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때문에 지금의 팀을 비롯해서 커리어 내내 서로의 손익비를 이해하지 못해 갈등이 생기는 경우를 흔히 겪는다.



최근엔 친구가 곧 회사에서 독립하여 본인의 사업을 꾸릴 거라는 소식을 전했다.

대학생 때 창업 초기 멤버로 시작해, 현재는 이사로 있던 회사에서 나가는 거라 그 결심이 더욱 대단했다.

한편, 오랜 시간 일하며 평생 모은 돈을 투자하며 새로운 분야로 나아가는 것이 두렵지는 않은지 궁금했다.

친구는 덤덤하게, '1년이면 손익분기점에 들어설 것을 안다. 그러니 두려울 것이 없다.' 라고 말했다.

함축된 말에는 많은 계산과 고민이 깃들어 있는듯했다.

하지만 난 그 손익비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었고, 걱정을 떨쳐 낼 수는 없었다.



'투자는 인간성이기에..미래에 대해 부정적이고 매사에 불평, 불만인데 투자를 잘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라는 얘기를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는데, 이것도 손익비와 연관 지어 볼 수 있다.

본인이 보지 못하는 타인의 손익비를 폄하하고 부정적으로 보며 본인 스스로는 손해만을 생각하며 리스크 테이킹을 하지 못하는 자세를 꼬집는 말이다.


나는 손익비를 올바로 따져 보고 있는가?

일이 지겨워 나만의 일을 찾아떠나고 싶지만 그것이 내 감정과 무관하게 더 나은 손익비를 가져다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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