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신문물을 익혀야 크게 당하지 않는다
AI의 발전이 놀랍다. 2024년 5월 출시된 GPT-4o에게 2023년 수능 문제를 풀게 했더니 국어에서 4등급 점수를 받았지만 [1], 2024년 12월 출시한 o1 모델에게 풀게 하니 바로 1등급을 받았다 [2]. 1년도 안 되는 사이에 등급이 3단계나 올라간 것이다. AI가 수능 1등급을 받을 수 있음을 보여줬다면,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지적 수준이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것 아닌가?
이렇게 급격하게 성능이 좋아지다 보니 몇몇 분야에서는 이미 미래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다. 통번역이 대표적인 분야인데 [3], AI가 완벽하게 통번역을 할 수 있다면 왜 사람을 고용해야 하겠는가? 오히려 소수의 뛰어난 사람들의 작업량이 엄청나게 증대될 것으로 생각된다. 번역가 황석희 역시 AI를 사용하고 있음을 밝힌 바 있다 [4]. 삼성전자의 최신 휴대폰은 실시간 번역 기능을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미드저니와 같은 도구가 나온 이후로는 아티스트의 영역도 일부 축소된 것처럼 보인다. 2023년 3월 레딧에 올린 글에 따르면, 작성자는 3D 아티스트로 소규모 게임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으나, 미드저니 v5가 출시된 이후로 프롬프트를 작성하고 포토샵으로 만들어진 그림을 고치는 일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5]. 마찬가지로 일하는 방식이 이전과 많이 바뀐 셈이다. 이제는 심지어 포토샵도 AI 기능을 제공한다.
연구도 예외는 아니어서, 생물학 분야에서 박사나 박사 후 연구원보다 논문 요약을 더 잘하는 AI를 만들었다는 업체가 생겼고 [6], 구글은 co-scientist라는 서비스를, 오픈 AI는 딥리서치라는 연구용 AI를 내놓았다 [7]. 그렇다면, 교수들은 대학원생을 받을 이유가 무엇일까? 실험 연구자라면 아직 대학원생을 뽑아야겠지만, 이론이나 계산 연구자라면 상당 부분 이유가 없어지지 않았나 싶다. 미래 세대 양성이라는 목적이 더 커지지 않을까?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당해서는 안된다. 필자는 그래서 오히려 AI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믿는다. 전쟁사에서 대포가 나오자 성이 사라지고, 총이 나오자 활을 버렸듯이, AI는 게임의 룰을 바꿔가고 있다. 평상시에 적극적으로 AI를 활용해서 생산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그리고 AI가 못하는 분야를 발견했다면, 그리고 그 분야가 가치 있다면, 그 분야를 적극적으로 익히는 것이 좋겠다. 이것이 지금과 같은 격변기에 각자가 해야 할 일이라 본다.
[1] 시사인, 《AI에게 한국 수능을 풀게 했다, 결과는?》 2024년 7월 17일.
[2] 한국경제, 《챗GPT, 무서운 성장…수능 국어 '만점'》 2024년 12월 25일.
[3] 머니투데이, 《"외국어 전공자 필요없다"…중국 대학들 뒤흔든 AI 충격》 2024년 8월 27일.
[4]
[5] 박태웅의 AI 강의.
[6] https://www.futurehouse.org/research-announcements/wikicrow
[7] 한국경제 《최고 전문가들도 "너무 놀랍다"…과학계 '초유의 상황'》 2025년 2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