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은 성인이지 않나?
예전에 의대 학생들을 위한 일반물리 수업을 하셨던 분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집에 들어가려고 엘리베이터 앞에 섰는데, 학생 부모님이 갑자기 나타나더니 학점 좀 올려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번에 유급되면 안 된다면서. 아니, 학생이 공부를 안 했으면서 학점을 잘 받으려고 하는 것은 무슨 속셈인가? 비슷하게 장학금을 받아야 해서 성적 좀 올려달라는 요청은 꽤나 많이 하는 것 같다.
완전히 반대되는 사례도 있다. 많은 학교들이 수강생 가운데 A학점과 B학점에 줄 수 있는 비율을 제한하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 시기에 워낙 여러 문제가 생기다 보니 학점 제한을 많이 풀었었다. 필자도 그래서 학점을 꽤 후하게 줬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서울의 모 대학에서 가르치던 필자의 지인이 한 학생으로부터 항의를 받았는데, 요점은 공부 안 한 친구가 학점을 너무 잘 받아서 부당하다는 것이었다. 학생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교수는 정해진 규정 내에서 성적을 준 것이다. 학점을 퍼주라고 한 것은 학교 본부이지, 개별 교수가 아니다.
다행스럽게도 필자는 아직까지 위와 같이 당황스러운 경험을 한 적 없지만, 앞으로 그러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 언론에 공개된 사례들을 보면 위의 사례들보다 더한 이야기들도 있는 것 같다 [1]. 학부모가 성인인 자신의 아이가 수강신청을 못했으니 수업에 넣어달라고 하거나, 사정이 있어 과제를 늦게 제출했으니 감점하지 말아 달라는 이야기도 있다.
필자의 지인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 적 있다.
학생들이 좀 더 쿨했으면 좋겠다. 놀고 싶으면 마음껏 놀 수 있는데, 그 대신 성적이 안 나오는 것은 받아들여야 하지 않은가?
필자도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이다. 학생들이 좀 더 어른스럽게 행동했으면 좋겠다. 학부모들이 대학까지 성인인 자식에게 간섭하는 것이 옳은지 모르겠다. 또한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청탁해서야 되겠는가?
[1] https://v.daum.net/v/202308011528445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