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사람에게 딱 맞는 것
펠로우쉽을 받았다고? 축하한다. 당신의 능력은 꽤나 인정을 받았나 보다. 당신이 좋은 출판 실적을 갖추고 있다면, 펠로우쉽이 끝났을 때 학교나 연구소에 자리를 잡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출판 실적이 좋지 않고, 아직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고 느끼는가? 그렇다면 펠로우쉽이 끝나고 나서도 포닥으로 고용되어 한동안 실력을 갖춰야 할지도 모른다. 필자가 왜 이렇게 생각하는지 조금만 더 자세히 설명해 보겠다.
펠로우쉽을 받은 사람은 일반 박사 후 연구원에 비해 조금은 독립적인 연구자로 간주되는 것 같다. 지도교수에게서 독립적이 되면 좋은 일만 있을 것 같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어쩌면 지도교수가 당신에게 일을 잘 시키지 않을지도 모른다. 악의가 있어서라기보다는 그만큼 당신을 존중하는 것이다. 펠로우들은 독립적으로 연구할 수 있음을 보여줘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그리고 교수 입장에서는 보면, 교수 자신이 돈을 내서 고용한 사람이 아니므로 대놓고 일을 시키기도 어렵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짧은 펠로우쉽 기간이 끝났을 때 논문이 없는 경우도 꽤 자주 있다. 지도교수와 이야기가 잘 되었다면 지도교수가 고용을 따로 해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한국으로 돌아와야 한다.
그러다 보니 필자의 주변 사람들은 크게 세 부류로 나뉘었다. 대학원생 때 논문을 많이 썼고, 펠로우쉽 기간이 끝나갈 때까지 유효 기간이 지나지 않은 경우 금방 한국에서 자리를 잡았다. 이 경우는 펠로우 기간에 제1저자 논문이 반드시 필요하지도 않았다. 반면 대학원생 때 논문 실적이 충분하지 못한 경우에는 펠로우쉽이 끝나고 나서도 한동안 포닥 생활을 하는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필자가 경험한 경우처럼 펠로우쉽 기간에 좋은 논문을 쓰고 한국에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다만 필자는 펠로우쉽 이전에 포닥을 꽤 길게 했었다.
그래서 필자는 펠로우쉽 기간에 논문이 얼마나 잘 나올 수 있는지 보고, 대학원생 때 썼던 것보다 잘할 자신 있으면 오래 보고, 아니라면 외국 경험만 쌓고 한국에 지원하는 것이 좋은 전략인 것 같다. 물론 각자의 인생이고 다들 성인이니 자신이 알이서 판단해야 하겠지만, 필자 개인의 의견은 그렇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