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학생에게 심사를 맡길까?
학계에서는 동료 심사(peer review)라는 시스템이 있다. 연구자들은 논문을 작성해서 저널에 보내고, 저널의 에디터들은 다른 연구자들에게 논문을 심사해 달라고 논문을 보낸다. 대체로 2명 이상에게 요청하는데, 3명 이상 요청하는 경우도 꽤 있다. 리뷰어들은 논문에 대한 의견서를 보내고, 에디터들은 심사평에 따라 논문을 바로 게재 승인할지, 조금 고치라고 할지(minor revision), 많이 고치라고 할지(major revision), 거절(reject)할지 결정한다. 저자들은 에디터만 볼 수 있고, 에디터들은 저자들과 리뷰어들 모두 볼 수 있으며, 리뷰어들은 저자와 에디터만 볼 수 있다. 그리고 대체로 여기까지 거치면 결과가 나오지만, 이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할 수도 있다.
신기한 점은 연구자들이 무급으로 논문을 심사해 준다는 점이다. 에디터가 출판사에 고용된 경우도 있지만, 만약 연구자가 에디터가 된다면, 그것도 무급으로 일하는 것이다. 물론 각자의 사정이 있을 것이다. 논문 리뷰를 해야 다른 이들이 어떤 연구를 하는지 빨리 알아볼 수 있다. 해당 저널에 나중에 논문을 투고하고 싶다면, 에디터의 심기를 거스르는 일을
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에디터가 되면 학계에서의 영향력이 커지는 장점도 있다.
논문 심사를 다른 기회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바로 연구실 학생들에게 심사해 보라고 하는 것이다. 필자도 마찬가지로 학생 때 논문 심사를 한 적이 있었는데, 타인의 논문을 심사하다 보면 논문을 평가하는 눈이 조금 생긴다. 이렇게 되면 자신의 논문도 조금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므로, 논문 작성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니까 지도 교수가 논문 리뷰해 보라고 했을 때 너무 불평하지 말자. 지도교수가 나쁜 사람이어서 시키는 것은 아니다.
동료 심사 제도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위에서 설명했듯이 리뷰어들은 저자들을 볼 수 있는데, 그러다 보니 공정한 심사가 이뤄지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래서 리뷰어들도 저자를 못 보게 하기도 하는데, 이를 더블 블라인드(double-blind)라고 한다. 좀 더 투명한 리뷰를 위해 리뷰어들의 심사 결과를 논문과 함께 출판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