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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박 Feb 05. 2024

반도체는 원자로 이뤄져 있다

반도체란 무엇일까? 반도체는 반+도체이므로, 반도체를 정의하려면 먼저 도체가 무엇인지 알아야 할 것이다. 거칠게 말하면 도체는 전기가 잘 흐르는 물질이며, 구리나 은 같은 금속들이 이에 해당한다. 전기가 잘 흐르지 못하는 물질은 어떻게 부를까? 우리는 이런 물질을 부도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반도체는 무엇인가? 반도체는 도체와 부도체 사이에 있는 물질이다. 순수한 반도체는 전기가 도체에 비해서 매우 적게 흐르지만, 그래도 부도체에 비해서는 손쉽게 흐르게 된다.


그런데 도체에서는 전기가 왜 잘 흐르고, 부도체는 전기가 잘 흐르지 않을까? 반도체는 왜 가능한 걸까? 이런 물음들에 대해서 정확하게 대답하려면 양자역학을 공부해야 한다. 도체, 반도체, 부도체는 모두 많은 수의 원자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양자역학을 여러 원자들이 있는 경우에 적용해야 할 것이다. 여러 원자들에 대해서 다루기 전에, 먼저 원자가 무엇인지 살펴보자.

주기율표의 예시. 57번에서 70번까지 원자들(란타넘족)과, 87번 이후의 원자들은 빼고 그렸다.

세상에는 유한한 종류의 원자가 있고, 그들의 목록은 주기율표(periodic table)라고 불리는 표에 잘 정리되어 있다. 드미트리 멘델레예프라는 러시아 화학자가 처음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이 표에는 원자들이 각각 원자 번호로 정렬되어 있으며, 각 원자들의 기호가 큼지막하게 적혀있다. 예를 들어 수소는 원자 번호 1번이고 그 기호는 H라고 쓴다. O라고 표시하는 산소는 원자 번호 8번이다. 과학자들이 주기율표를 애용하는 이유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주기율표 상에서 같은 열에 있는 원자들은 비슷한 성질을 갖고 있다는 점도 한 가지 이유가 되겠다. 예를 들어 주기율표를 바탕으로 3번 리튬(Li) 원자는 11번 나트륨(Na) 원자와 비슷한 점이 많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두 입자 사이의 전기력. (왼쪽) 두 전하량의 곱이 양수여서 척력이 작용한다. (오른쪽) 두 전하량의 곱이 음수여서 인력이 작용한다.

원자는 원자 번호만큼 양성자라고 불리는 입자를 가지며, 동일한 수만큼 전자라는 입자를 가지게 된다. 예를 들어 원자 기호가 H인 수소 원자는 원자 번호가 1이며, 양성자 하나와 전자 하나로 구성되어 있다. 양성자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양의 전하를 띄는 입자이며, 전자는 음전하를 띄는 입자이다. 음전하를 띄는 입자와 양전하를 띄는 입자 사이에는 일반적으로 서로 당기는 전기력이 있고, 따라서 전자와 양성자는 서로 잡아당기게 된다. 반면에 전자와 전자, 양성자와 양성자는 서로 미는 힘이 있다. 이러한 특징들은 쿨롱의 법칙으로 잘 기술이 된다. 양성자는 전자에 비해서 매우 무겁기 때문에 우리는 대체로 원자의 중심에 양성자가 있다고 생각한다. 마치 태양계의 중심에 태양이 있다고 생각하듯 말이다. 양성자들은 한 군데 몰려있어 원자핵을 이루며, 전자들은 마치 여러 행성들이 태양 주위를 공전하듯 원자핵 주위를 맴돌게 된다. 서로 밀치는 양성자끼리 어떻게 핵을 이루는지 의아할 수 있는데, 양성자 사이에는 강한 핵력이라고 부르는 힘이 있어서 양성자를 붙들어 매 원자핵을 구성하게 만든다.


양성자와 전자 이외에도 중성자라는 입자가 있다. 이 입자는 다른 두 입자와는 달리 전하를 띄지 않으며, 따라서 아주 가깝지 않다면 전자나 양성자를 밀거나 당기지 않는다. 중성자 역시 양성자와 함께 원자핵을 구성한다. 앞에서 수소 원자는 양성자 하나와 전자 하나로 구성 된다고 했었는데, 여기에 중성자 하나를 추가하면 중수소, 두 개를 추가하면 삼중수소가 된다. 이렇게 중성자 개수가 다른 원자들을 동위원소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중성자의 수는 전자나 양성자보다 원자의 특성에 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양성자의 개수를 이용해서 원자를 구분하게 된다. 수소의 경우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동위원소는 양성자의 수와 중성자의 수를 합친 숫자로 구분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례로 원자력 발전에 쓰이는 우라늄은 우라늄-235이며, 양성자 92개와 중성자 143개로 구성되어 있다. 중성자 역시 강한 핵력을 통해 중성자와 양성자를 서로 잡아당겨 원자핵이 유지되도록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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