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하를 띈 입자가 가속하면 전자기파를 내뿜는다
일상생활에서는 속력과 속도를 크게 구분하지 않지만, 물리학에서는 속력(speed)과 속도(velocity)를 엄밀하게 구분하고 있다. 속력은 속도의 절댓값이라서 항상 양의 값을 갖지만, 속도는 속력뿐만 아니라 방향도 갖고 있는 값이다. 이처럼 방향이 없는 값을 스칼라(scalar)라고 하고, 속도처럼 방향이 있는 값을 벡터(vector)라고 한다. 앞에서 살펴본 전기력도 전자나 양성자를 잡아당기거나 밀어낼 수 있으므로 방향이 있고, 따라서 마찬가지로 벡터이다.
이제 전자의 입장에서 원자를 바라보자. 이전에 전자가 원자핵 주변을 맴돈다고 설명했는데, 여기서는 간단하게 전자의 궤적이 원이라고 하고, 속력 역시 일정하다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 전자는 항상 움직이는 방향이 바뀌는 상황이다. 바꿔 말해 전자의 속도가 항상 바뀌는 것이다. 단위 시간당 속도가 얼마나 빨리 바뀌는지 알려주는 가속도 역시 0이 아니게 된다. 그렇다면 전자는 왜 방향이 바뀌어 원운동을 해야 할까? 일단 전자가 정지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양성자와 전자 사이 전기력이 작용해 끌어당길 것이고, 전자는 양성자로 돌진하여 원자가 안정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전자가 자유롭게 움직인다면 어떨까? 뉴턴에 따르면 힘이 가해지지 않는 입자는 속도가 바뀌지 않아야 한다. 따라서 자유 전자는 속력과 방향이 항상 같아야 할 것이다. 바꿔 말해 전자의 속도가 바뀌지 않고 직진할 것이다. 그런데 앞서 살펴본 것처럼 양성자와 전자 사이에는 전기력이 있고, 이 전기력이 매 순간 전자의 진행 방향을 바꿔준다. 전기력이 구심력으로 작용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속력이 일정하더라도 방향이 바뀐다면 움직이는 물체는 가속하고 있는 셈이다. 자세한 내용은 생략하겠지만, 전자기학이라는 학문에 따르면 전하를 띄는 입자가 가속하면 전자기파라는 파동을 내뿜게 된다. 전자기파는 파장에 따라서 적외선이 되기도 하고, 가시광선이 되기도 하고, 자외선도 되기도 한다. 난로 근처에 있으면 몸이 따뜻해지듯이, 전자기파 역시 에너지를 갖고 있다. 따라서 전자가 원자핵 주위를 돌면 돌수록 전자기파를 내뿜으면서 에너지를 잃어버리게 되고, 속력이 느려질 것이다. 느려진 속력에 의해서 전기력은 원운동에 필요한 구심력보다 더 큰 힘으로 잡아당기게 되고, 따라서 전자의 회전 반경은 줄어들어야 한다. 반경이 줄어들면 전자는 원자핵과 부딪혀야 하고, 이는 원자가 불안정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단순하게 전자가 원자핵 주위를 돌고 있다고 설명하는 이론은 잘못되었다. 우리는 다른 이론이 필요하며, 여기서부터 양자역학이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