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라는 여행을 떠난 길고도 지루한 여정에서의 사유
나는 흔히 말하는 “E” 성향의 인간은 아니기에, 개인적으로 사교성이 좋고 사람들에 둘러싸였을 때 평온함을 느끼거나 대화의 장을 선호하는 성격은 아니다. 인간은 혼자 살 수 없다. 아무리 대면에 소극적인 경향이 있다고 하더라도 타인에 대한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사람을 알고 싶고 그 내면에 담긴 이야기가 궁금하다는 호기심을 대체하기 위해서라면, 내게는 누군가가 써 내려간 에세이가 그렇게 소중할 수가 없다.
작가 개인의 기이한 경험과 생각을 한데 모아 여행기라는 이름아래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나중에 작가 후기를 들춰보다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책은 여러 기고를 모아서 편집한 글들이라고 했다. 때문에 나는 다소 들쑥날쑥하며 이야기의 흐름이 다소 얼기설기한 모양새에 나는 어색함과 당혹감을 느끼면서도, 그 불안한 균형이 작가가 내비치려는 의도인가? 하며 스스로를 납득시켜야 했다. 후기에서 이건 글들이 수놓은 패치워크라는 때아닌 갑작스러운 작가의 고백에(?) 애써 의도를 이해하려 노력한 나는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글 속에서 때로는 덤덤함이, 때로는 강인하고 주장이 강한 자아가 보였다. 가족을 바라보는 시선과 친구를 대하는 감정, 나를 돌아보는 마음이 이미지를 확대하거나 축소시키며 자유자재로 필요에 의해 살피고 관찰하려는 듯한 움직임으로 다가왔다. 한 모습만이 아니라 모든 것을 해체하고 분할하여 이면에 가려진 본질을 파헤치려는 작가의 시도가 애처롭고 아름답게 느껴진 건, 나는 나를 그렇게 진심으로 애써서 바라보고자 했던 적이 있었을까 하는 후회의 반성도 비쳤기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여행기라는 타이틀에 속아 유명한 작가는 어떤 호화스러운 경험을 했나 시샘 어린 마음으로 책을 집어든 나를 나는 스스로가 민망하게 여겨졌다. 여행기는 결국, 모두에게 놓인 삶의 또 다른 의미였다. 우리 각자가 짊어진 삶의 무게를 껴안고 긴 여행을 떠난 자신의 과정에서 무엇을 보고 나아가야 할지 그건 철저하게 본인 자신에게 달려있음은 부정할 길이 없지만, 작가는 이렇게 오늘을 살고 있고 당신은 어떤지 안부를 묻는다. 어떤 끝맺음과 결과를 채울지 이 여행기에서 끝낼 수 없어 보이는 질문을 그렇게 남기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