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래창작촌, 올드문래
재작년에 문래동을 처음 가봤다. 지인이 생일파티를 문래동에서 한다기에 연남동같은 분위기일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왠걸, 도착해서 보이는 곳들은 ‘빠우’를 자르는 공장들. 절공소 뿐이었다.
여기가 서울이 맞나 싶을 정도로 공장들이 가득한 이 곳에 파티룸이 있다니 정말 믿겨지지가 않았다. 그런데 정말 있더라. 재미있는건 이게 또 조화롭다. 한 쪽에서는 쇠를 자르고 있는데, 다른 한 편에서는 Lofi-hiphop 사운드가 흘러나오는게 말이다.
올드문래는 문래 창작촌에서 가장 유명한 공간 중 하나다. 낮에는 커피, 밤에는 맥주를 팔고있다. 이 곳이 유명한 이유는 인테리어가 한몫 하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들어서는 순간, ‘아, 여기가 문래구나’하는 바이브가 몰려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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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문래가 다른 곳이랑 다르게 느껴졌던건 어설프지 않아서다. 공장형 인테리어가 유행이 되면서 공장을 개조하고, 지역의 감성을 살렸다고 하는 공간들이 많이 생겼다. 그런데 막상 가보면 그 지역의 느낌을 재해석했다기 보다는 한껏 힘만 준 것 처럼 보인다. 반면, 올드 문래가 특별한 인상을 주었던 이유는 문래동의 상징인 ‘철’을 활용한 디테일에 있었다. 공장에서 쓰다 버려진 톱니바퀴를 비롯한 폐건축자재들이 원래 촛대이고, 조명인양 어우러져 있다. 판금을 뚫는 기계와 철공용 마스크는 본래 문래동이 어떤 동네였는지 나타내주는 것 같다.
“버려진 것들의 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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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 문래 건물은 일제강점기시절 관사로 쓰이다가 버려진 곳이라고 한다. 이 곳을 구성하고 있는 소품들, 자재들 또한 고가구나 건축 현장에서 남은 목재들, 못 쓰는 기계 부품들이다. 테이블 위 올려져있던 촛대도 처음에는 다 같은 것들인줄 알았는데 모두 모양이 제각각이었다. 원래 목적은 달랐으나 이 곳에서는 올드 문래의 디테일을 책임지는 소품들이 된 것이다. ‘오래되었지만 가치있는 물건들을 소중하게 다루자’는 대목수이자 재생건축 전문가인 최문정 대표의 고집이 담겨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나는 단순히 이 곳을 방문하는 분들이 ‘힙한 카페&펍’으로만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올드 문래는 이 지역에서 화려한 공간 중 하나다. 하지만 이 화려함의 배경에는 그 목적을 다 해 초라해져버린 크고 작은 ‘버려진 것’들이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쓸모없고 하찮아진 물건들의 성지, 저는 그 곳이 올드 문래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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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에 대한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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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접 불꽃과 쇠를 두드리는 망치 소리가 가득했던 문래가 재개발로 인해 철공소들이 하나 둘 문을 닫았고, 어느 새 그 자리는 예술가들이 채워가기 시작했다. 누군가 이야기하길, ‘낮은 쇠가, 밤은 예술이 지배하하는 곳’이 바로 문래라고 말이다. 그리고 지금은 독특한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특색있는 카페와 식당들이 구석구석 자리를 잡았다. 철공소를 알록달록하게 꾸민 벽화들은 쉴 새 없이 사진을 찍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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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으면서 문득 든 생각은 올드 문래와 같은 이런 공간들이 주류를 이루게 되었을 때, 과연 철공소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였다. 공장지대였지만 이제는 성수동 카페거리밖에 생각이 안나는 성수역 인근처럼 ‘핫 플레이스’가 되는 순간 본래 있었던 것과 새로 들어온 것들 사이에 괴리가 생기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처음 올드 문래가 생겼을 때에는 철공소 사람들도 드나들며 신기해했다고 한다. 몇 년이 지금은 핫플레이스를 찾아온 젊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는데, 앞으로 이 공간이 과연 앞으로도 공존에 대한 가치를 지켜나갈 수 있을까.
Editor.브랜드텔러 박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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