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문에 발뒤꿈치가 ‘콩’.
순간 살점이 떨어져 나갔고, 출혈이 콸콸콸—
놀란 마음 부여잡고 응급실로 향했다.
타원형으로 찢어진 상처는
꿰맬 수도 없는 상태.
매일 아침, 오전 반차를 쓰고 병원으로 출근하게 되었다.
의사 선생님의 진찰과 소독,
그리고 간호사분의 조심스런 드레싱.
그렇게 치료를 마치고,
1시간 30분짜리 출근길을 느린 걸음으로 나선다.
신호가 바뀌어도
뛸 수가 없다.
그저 멈춰 서서 다음 신호를 기다릴 뿐.
새 살이 돋아날 때까지,
나는 느림보 거북이가 되었다.
앞만 보고 걷던 시간,
빠르게 지나가던 사람들 사이에서
나만 홀로 남겨진 듯한 풍경.
지금 나는,
다른 사람들과 발맞춰 걷지 못한다.
그 틈에서 처음으로
‘느림의 미학’을 배우고 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이 느려진 게 아니라—
내가 그동안
너무 빠르고,
너무 ‘남의 시선’ 속에서만 걸어왔던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