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낚는 법을 배우다

개발자 단상

by 색감여행자

개발자로 일하며 초년 시절부터 유독 테스트를 많이 했다.

테스트를 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버그나 개선 포인트들이 자주 드러났고,

그럴 때마다 나는 단순히 ‘문제입니다’라고 넘기지 않고

가능한 한 원인을 추적하고,

수정 가능한 부분이 있다면 직접 고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단지 내 책임감 때문만은 아니었다.

당시 우리 팀은 R&R이 명확하게 구분된 대기업과는 달랐고,

무언가 발견되면 ‘누가 고치냐’보다 ‘어떻게 고치느냐’가 더 중요한 분위기였다.

그 중심엔 당시 팀장님의 철학이 있었다.

“개발자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당시엔 조금 억울하기도 했다.

‘굳이 내가 담당하지 않은 부분까지 해야 하나?’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 모든 시간은 물고기를 받아먹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낚는 법을 익히는 과정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지금은 내가 팀장이 되었다.

이제는 내가 누군가에게 물고기 낚는 법을 가르쳐주는 입장이 되었다.

하지만 가르친다고 다 되는 건 아니다.

각자의 속도와 역량이 다르기에,

그들이 물고기를 낚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일도 나의 몫이 되었다.


그제야 문득 깨달았다.

예전에 내가 배웠던 그 모든 시간들도

누군가 나를 기다려주었던 시간이었구나,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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