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휴일이나 연휴가 다가오면 나도 모르게 어딘가로의 계획을 세운다. 낯선 풍경, 새로운 길을 걸으며 일상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이다. 막상 계획대로 아침 일찍 몸을 일으킬 때면 온몸에 피로가 감겨오지만, 이내 마음속에 정해둔 최소한의 일정을 소화하곤 했다. 그때마다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다. "나는 왜 마음의 여백이 필요할때 시의적절한 계획속에서 힐링을 하고 있는걸까?"
오랜 시간 잘 돌아가던 기계가 삐걱거리기 시작하면 기름칠이 필요하듯, 사람에게도 잠시 멈추고 쉬어갈 윤활유가 필요하다. 힐링은 내용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것을 늦게 깨달았다. 끝없이 이어지는 업무의 물결에 휩쓸려 생각의 중심이 온통 회사에 맞춰졌고, 미처 감지하지 못한 피로가 그림자처럼 따라붙었다. 그렇게 마음속에 짙은 안개가 드리우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해야 할 일들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시간이 흘러 일상으로부터 잠시 탈출했을 때 비로소 깨달았다. 나의 내면에 점차 여백이 사라지고 있었음을. 나는 왜 그토록 숨 가쁘게 살았을까. 무엇이 더 중요했던 것일까. 쏟아지는 회사의 이메일과 업무들이 나라는 존재보다 더 우선이었을까. 책임감이라는 이름으로 스스로를 홀대한 결과였는지, 아니면 그저 자기 관리의 실패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밀려왔다. 직장인에게 업무 능력과 자기 관리 모두를 실력으로 치부하는 사회에서, 나는 과연 잘하고 있었던 걸까.
이어진 생각들은 몸과 마음이 이미 한계에 다다랐음을 의미했다. 결국 나는 퇴근 후의 시간을 ‘나만의 캠페인’처럼 여기며, 업무와 관련된 모든 것을 잠시 내려놓기 시작했다. 컴퓨터를 끄고, 스마트폰 알림을 끄고, 오직 나만을 위한 시간을 만들어냈다. 무언가가 잘 진행되지 않는다면 그 일 자체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지만, 그 일을 감당하고 있는 나라는 사람의 심신을 먼저 돌아보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