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7, 365일 온전히 예술만 생각하며 사는 삶이란

by 색감여행자

24(시간)/7(일), 365일 온전히 예술만 생각하며 사는 삶은 어떤 모습일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나는 붓을 들었던 지난 시간을 되짚어본다. 원래의 개발자라는 직업이 있고, 그 이후의 시간에 유화 그림을 그리게 된 건 호기심 가득한 시간 때문이였다. 여러 번의 전시까지 이어진 그 시간 가운데에서 유화 작업을 하며 시간을 보냈고, 유화 물감이 마르기를 기다리며 평면의 캔버스 위에 나만의 생각과 감정을 올렸다.


평면 회화가 주는 재미와 깊이도 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한계점을 마주했다. 3차원의 세상에서 벌어지는 생생한 감각과 이야기를 2차원의 캔버스 안에 온전히 담아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깨달음이었다. 표현해낼 수 있는 시간적 제약이 직업적인 한계로써 가장 아쉬웠다.


내가 진정으로 원했던 것은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행위가 아니라 무언가를 기록하고 표현해내는 관찰자, 기록자가 되고 싶었다. 일상의 찰나를 포착하고 그 순간에 담긴 감정과 의미를 기록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일례로 중고 서적 페이지 위에 그림을 그리는 작업처럼 '책'이라는 오브제가 가진 시간의 흔적, '글'이라는 무형의 기록 위에 내 그림을 담아내었다. 이는 나의 예술이 캔버스라는 화폭에 제한적이지 않고 삶의 공간과 의미 자체로 확장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내가 꿈꾸는 예술은 형태를 새롭게 창조하는 것보다는 이미 존재하는 삶의 단면을 재해석하는 것이다. 글과 함께 조각 혹은 모형으로 일상의 조각들을 표현하고 싶다. 어쩌면 내가 궁극적으로 꿈꾸는 예술은 개념미술이나 대지미술의 형태일 것이다. 삶의 단상을 담은 설치물을 도시의 특정 공간에 잠시 세우고, 그것이 바람과 시간 속에 사라지는 모습을 담아내는 것. 결국 작품이 변형되거나 사라질 수 있는 유한함을 이겨내고 '기록'이라는 부분이 가장 중요한 본질이 될 수 있다. 마치 사라질 운명의 작품에 영원성을 부여하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계속해서 삶이라는 거대한 캔버스를 관찰할 것이고, 그 안에서 발견하는 모든 감각들을 기록하고 새로운 형태로 재해석하는 색감여행자의 여정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붓을 든 예술가가 아닌, 세상을 '감상'하고 '기록'하는 예술가로서의 나의 삶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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