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유는 단순히 미술사적 발전이나 거장의 이름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국내 여행보다 해외 여행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문화적 차이처럼,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세계의 감각이 주는 신선함이 그 중심에 있다.
예술의 태동을 과학의 발견에 빗대어 본다면, 위대한 예술 역시 시대와 감수성이 맞아떨어질 때 비로소 빛을 발한다. 우리가 서양 미술에 열광하는 것은 그 속에서 우리가 아직 닿지 못한 감정, 그리고 세계적 예술의 맥락 속에서 확장되는 ‘보편성’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서양 미술이 미술사의 주류를 이끌어온 건 사실이지만, 그것이 곧 ‘더 낫다’는 뜻은 아니다. 민화나 수묵화 같은 동양 미술을 이해하고 나면 그 단순함 속에 깃든 서정과 상징이 서양의 사실적 미학보다 깊게 다가올 때가 있다.
서양 미술은 신화와 종교, 인간 탐구에서 출발해 근대의 이성, 현대의 개념으로 끊임없이 팽창해왔다. 보여지는 미술에서 생각하는 미술로 옮겨온 지금, 나는 개인적으로 현대 서양 미술의 사유적 깊이에 더 끌리지만,
동시에 지역성과 정체성을 기반으로 한 ‘로컬한 현대미술’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음을 느낀다.
결국 중요한 것은 서양 미술이냐, 동양 미술이냐의 문제가 아니다.
무조건적인 예찬이나 비교보다 나에게 진정으로 와닿는 미술, 나의 감수성과 맞닿은 수용의 방식을 찾는 일이 먼저다. 예술은 세계의 중심에서만 피어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시선이 머무는 자리에서도 충분히 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