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사치품일 수도 있고, 기호품일 수도 있다. 혹자는 세금 절세나 투자 목적으로 예술품을 바라보기도 하지만, 나에게 있어 예술은 동반자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세계 곳곳에서는 아트페어라는 거대한 예술 시장이 끊임없이 열리고 있다.
한국에서는 대표적으로 화랑미술제, Kiaf, 프리즈 서울이 열리며, 그 외에도 다양한 아트페어들이 지역을 넘나들며 진행된다. 아트페어의 가장 큰 장점은 한 공간에서 다양한 작품을 짧은 시간 안에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각기 다른 가격대와 퀄리티의 작품을 직접 비교하고 컬렉팅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된다. 하지만 그만큼 상업성이 강한 시장이기도 하다. 특히 대형 아트페어의 경우 인파로 인해 작품을 온전히 감상하기가 쉽지 않다. 작품보다는 판매를 위한 전시의 느낌이 강할 때가 많다.
갤러리를 자주 찾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아트페어의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홍콩에서 열리는 아트 바젤과 같은 해외 아트페어도 주변 지인들이 관심을 두고 참석 여부를 묻곤 했다. 아트페어는 업계 관계자들에게 "사랑방"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한다. 갤러리스트와 컬렉터, 작가들이 한 공간에 모여 교류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아트페어에서는 자연스럽게 다양한 사람들이 만나고, 예술과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그 속에서 작품의 가치와 작가의 철학, 그리고 미래의 가능성에 대한 담론이 오간다.
처음 아트페어를 방문했을 때, 나는 낯선 분위기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방문했던 갤러리들이 참가한 부스를 찾아 이야기를 나누면서 점차 친숙해졌고 몇몇 지인들이 아트페어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며 자연스럽게 부스에 들러 응원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Kiaf에서 인상 깊었던 해외 갤러리 부스를 발견했다. 프랑스의 한 갤러리에서 나무에 입체감을 주어 특정 인물을 형상화한 작품을 전시하고 있었는데, 그 깊이 있는 표현이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짧은 영어로 갤러리스트와 대화를 나누고, 명함을 교환한 후 2년이 흘렀다. (작품에 대해 감탄하며 바라보고 있을때 해당 갤러리스트가 작품의 뒷면도 보여주면서 설명해주어서 더욱 인상 깊었다.)
그 후, 나는 파리에서 한 달 살기를 하면서 그 갤러리를 직접 찾아갔다. 2년 전의 기억을 되새기며 갤러리스트와 다시 마주했고, 우리는 과거의 추억을 나누며 현재 진행 중인 전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친절하게도 파리의 갤러리 지도를 건네주었고, 덕분에 나는 그가 추천해준 갤러리들을 탐방하며 또 다른 예술적 영감을 얻을 수 있었다.
아트페어는 단순한 '예술 장터'가 아니다. 그것은 새로운 작품과 작가, 그리고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장이다. 아트페어를 통해 나는 서울에서 만난 작가의 작품을 파리에서 다시 마주하는 경험을 했고, 그 과정에서 예술이 국경을 초월해 연결된다는 사실을 몸소 느꼈다.
그러나 아쉬움도 남는다. 상업성을 이유로 자가 복제식의 작품들이 넘쳐나는 일부 아트페어를 볼 때면 씁쓸한 기분이 든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아트페어의 질적 수준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지만, 여전히 예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세계를 경험할 기회임에 틀림없다. 특히 컬렉팅을 처음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는 다양한 작품을 접하고 시장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다.
예술은 어떤 방식으로든 사람과 연결된다. 갤러리에서, 아트페어에서, 그리고 예상치 못한 공간에서. 그 연결이 계속되기에, 나는 여전히 새로운 전시를 찾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