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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니워커 Nov 17. 2022

잡다한 일상을 글로 만들기

조니워커는 어떻게 글을 쓰나

오래간만에 돌아왔습니다. 브런치 미녀작가 조니워커입니다.


지난번에 질문 주신 것 중 집필 방식과 글쓰기 노하우를 물어보신 건, 답변이 길어질 것 같아서 따로 글을 올리겠다고 했었죠?


답변드리겠습니다.



Q. 집필 방식이 궁금합니다.


A. 제가 쓰는 글이 일단 두 가지 분류가 있습니다.

스토리가 이어지며 기승전결이 있는 글과, 짧게 한 편으로 끝나는 글.



먼저 스토리 중심의 연재 글을 쓰는 방법입니다.

 

화제작(?) <손을 꼭 잡고 이혼하는 중입니다>의 경우, 일단 글을 쓰기로 결심한 이후에 틈틈이 적어놨던 캘린더 메모와 사진을 조합했습니다.

전 그날 있었던 일을 캘린더에 저장하기 시작한 지 몇 년 되었는데, 누구를 만났는지 몇 시까지 야근을 했는지 운동을 몇 분 했는지 등등을 꽤 자세히 적어 놓거든요.

그리고 만약 사진까지 찍었다면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하게 떠오릅니다.

설령 사진이 없어도 캘린더 메모를 통해 대충 기억을 해냅니다. (원래 기억력이 쓸데없이 좋은 편입니다. 노래 제목이나 사람 이름은 잘 못 외우는데, 그날의 상황 대사 분위기 같은 건 이상하게 기억이 잘 나요.)


대충 이런식으로 메모장에 글을 써놓기도 합니다.

 

그런 방식으로 일단 글감들을 모은 뒤, 그다음엔 스토리 플롯을 구상하는데요.

이혼 시리즈 같은 경우는 제가 실제 겪은 일이다 보니 스토리 흐름은 정해져 있긴 했습니다.

시간 순으로 배치해서 제 감정 변화를 독자분들이 따라올 수 있게 했어요.

다만 완전 시간 순이냐고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여러분이 더 스토리에 몰입하기 좋게끔 순서를 재배치한 부분이 몇 개 있어요.

그래서 1,2부 모두 글을 올리면서도 목차를 한 두 번 변경하기도 했습니다. 9화에 있던 게 갑자기 3화로 오기도 하고 그랬어요.

 

그다음으로 대제목과 소제목, 그리고 그 회차에 들어갈 글감을 막 나열해놓습니다.

대제목 소제목은 서로 바꿔보기도 하고, 어미 하나 바꿔보기도 하고..

마지막까지 제일 고민하는 부분이에요.

예를 들어 <돌싱으로 살아본 건 처음입니다> 11화 우리의 이혼이 글이 된다면 (부제 : 이 마음을 글로 남긴다면)의 경우, 제목과 부제의 순서를 몇 번 바꿨습니다.

'이 마음이 글이 된다면'이라는 제목이 더 마음에 들었는데, 제목에 이혼 키워드가 들어가는 게 더 주제를 확실히 보여주고 시선도 끌지 않을까 해서 결국 부제로 밀려난 케이스입니다.

 

제목을 정하면서 무슨 얘기를 핵심으로 할지 결정하면, 그다음은 준비한 글감을 가지고 일단 쭉 막힘없이 씁니다.

맞춤법도 신경 안 쓰고 진짜 손 가는 대로 의식의 흐름대로 써봅니다.

그렇게 초고를 쓴 다음 저장해놓고, 다음 날 다시 읽어봅니다. 예상대로 엉망진창인 글이 나와 있을 겁니다.

그럼 그걸 고칩니다. 뺄 건 빼고 추가할 건 추가하고, 내 감정을 더 잘 표현할 문장은 없나 고민하고.

이 작업을 최소 3일 정도 반복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체 내용 처음부터 쭉 읽고 어색한 문장은 없는지 오타는 없는지 퇴고한 다음 글을 올립니다.

 

한 편을 다 쓰는데 짧게는 3일, 길게는 열흘은 걸리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회사 다니면서 쓰려면 정말 출퇴근 이동시간, 잠들기 전 침대에 누워서, 화장실에서 볼 일 보면서 등등 최대한 시간을 쪼개서 쓰고 있습니다.

심지어 일부러 집에서 먼 장소를 약속 장소로 잡기도 합니다. 그럼 전철 이동하면서 집중해서 쓸 수 있거든요. 다음엔 2호선을 한 바퀴 돌아볼까, 아님 공항철도를 타고 인천까지 갔다가 공항에서 영감도 좀 받은 다음 다시 돌아올까.. 뭐 그런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반면 짧게 한 편으로 쓰는 글, 매거진 <조니워커 일상 수다>에 실리는 글의 작법은 좀 다릅니다.

 

일상에서 어떤 소재거리가 하나 생기면 그거 가지고 제목과 부제 먼저 쓰지 않고 글 먼저 의식의 흐름대로 씁니다.

지난번 올린 구남친썰 마지막 편 같은 경우에는 출근하면서 30분 만에 초고를 썼고, 출근한 뒤 화장실에서 10분 간 다시 읽어보며 내용을 수정하고, 그다음 화장실 갔을 때 5분 정도만에 맞춤법 검사를 하고 바로 업로드를 했습니다. 한 편을 쓰는 데 45분이 걸린 셈이네요. 45분 걸린 글 치고는 나쁘지 않았죠? (사실 독자분들 반응은 별로였지만, 크게 힘줘서 쓴 글이 아니라서 전 만족합니다.) 오래 붙잡고 있어야 좋은 글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모든 글에 힘을 주고 쓰고 싶지도 않아서 이렇게 가벼운 스낵처럼 글 쓰는 방식도 좋아합니다.


다만 이런 글은 뭐가 힘드냐면, 그 짧고 별 거 없는 글에서도 어쨌든 보는 이에게 어떠한 감정을 느끼게 해야 한다는 거죠.

웃음, 슬픔, 긴장감, 공포 등등 뭐든 간에요.

보는 이에게 감정을 느끼게 하지 않는 글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서, 단편으로 끝나는 글일수록 고민이 됩니다.


별 거 아닌 소재를 듣는 사람이 지루하지 않게 풀어내는 걸 좋아합니다.

술술 읽히고, 중간중간 유머나 긴장감을 한 스푼 넣는 방식이 일단 현재의 제 글 쓰는 방식 같습니다.

이미 지루하시다면.. 뭐 어쩔 수 없죠.



Q. 글을 잘 쓰는 방법이 궁금합니다. 어떻게 이렇게 술술 읽히는 글을 쓰시나요?


A. 많은 분들이 저에게 필력이 좋다고 해주시는데, 저는 그 필력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지금도 모호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단어 자체의 뜻은 글을 쓰는 능력인데, 제게 글쓰기 능력이 있는지 여전히 잘 모르는 상태라서요.

 

제 글을 필력 좋게 느끼셨다면 아마 문장이 어렵지 않아서 아닐까 생각합니다.

짧고 간결한 문장을 쓰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어려운 글은 일단 제가 읽기 싫어해서 그렇습니다. (집에 있는 책 중 어려운 책은 몇 페이지만 읽고 고이 보관만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니체나 단테의 글은 아직도 저에겐 좀 난이도가 높습니다.)

스스로 읽었을 때 쉽게 이해가 되고 매끄러워야, 독자들도 그렇게 읽을 것 같아서 늘 글을 마무리한 다음엔 눈 가는 대로 제 글을 읽어보고 막힘없이 잘 읽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또 하나 팁 아닌 팁이라면 평소 말투대로 쓰는 게 좋지 않을까 합니다.

조니워커 Q&A 같은 글에서의 말투가 평소 말투냐 하면 70% 정도는 비슷합니다. 좀 더 감정을 누른 상태로 글을 쓰긴 하는데, 평소에도 덤덤하고 진지한 말투로 개그를 치는 편이라 대충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자기 말투대로, 평소 쓰는 언어대로 써야 글이 쉽게 막힘없이 써지더라고요.

 

그리고 또 뻔한 소리이긴 한데, 좋은 글을 많이 읽고, 스스로도 뭐라도 써보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저의 경우는 한국어를 맛깔나게 잘 쓰는 작가님들 글을 읽으면 동기부여가 되더라고요.

이렇게 쓰면 분명 추천작가가 있냐고 하실 것 같은데, 성석제 작가님, 박민규 작가님 좋아합니다.



지금까지 조니워커 작가의 글쓰기 교실이었습니다.

정말 전문성이 1도 없는 게 티가 나지요?

네, 비전문가입니다.

저한테 글쓰기 강의해달라고 하신 분, 왠지 돌아가서 댓글을 지우실 것 같네요.




요즘 뜸하게 일주일에 한 번씩 나타나서 근황이 궁금하실 것 같은데, 위에 썼던 방식대로 다음 시리즈를 위한 목차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전 목차만 결정되면 그다음은 막힘없이 글을 쓰는 편이라 아마 12월 중엔 다음 시리즈를 올리기 시작할 것 같아요.


앞서 예고한 <이혼녀 연애 시장 분투기>는 좀 더 글감을 모으기 위해 제가 더 분투(?) 해야 할 것 같아서 내년에 연재하려 합니다. 빠르면 1월쯤 시작할 것 같네요. 연애기를 보고 싶으셨던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좀 더 기다려달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그래서 다른 시리즈를 먼저 시작해보려고 하는데, 현재 후보가 2개입니다.


하나는 독자님이 힌트를 주신 <조니워커 스타트업 생존기>입니다. Z세대가 가득한 스타트업에 던져진 30대 후반 꼰대 조니워커가 적응해가는 모습을 그려볼까 하고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조니워커의 우아하고 찌질한 혼삶 라이프> 시리즈입니다. 이건 혼자 산 지 딱 1년이 된 지금 써보면 좋을 것 같은데, 역시나 대부분 별 거 아닌 일상이겠지만 그런 글일수록 제가 어떻게 쓰냐에 따라 재밌을지 지루할지 결정될 테니.. 의외로 큰 도전이지 않을까 싶네요.


여러분은 <조니워커 스타트업 생존기>와 <조니워커의 우아하고 찌질한 혼삶 라이프> 중 어느 게 먼저 보고 싶으신가요?

의견 주시면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만 하겠다는 거니까 댓글대로 안 썼다고 뭐라 하기 없기예요.)


오늘의 TMI :

책 구경 좀 할 겸 코엑스 별마당 도서관에 갈 예정입니다. 코엑스 맛집 추천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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