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적인 나무들은
이제 그만 잎을 떨어뜨리려 한다.
도저히 이해타산이 맞지 않는다.
들어오는 볕은 적고
이파리를 달고 있는 것은 거추장스러우니
이런 쪼들리는 장사는 그만하자며
가게에 불을 지른다.
그렇게 불타오르는 보도(步道)를 걸어갈 때
다 타고 남은 재처럼
낙엽 하나 머리로 떨어진다.
낭만은 없고
득실(得失)만 따지는 가을 초입에
이제는 더 볼일 없다고
아우성치는 소리 속에서도
타들어가는 것들은 왜 그리 아름다운지.
덜컹, 소리를 내며
불완전 연소된 심방(心房)과 심실(心室)의 엔진이
다시금 켜진다. 이번에는 조금 더
먼 곳으로 가보자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