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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습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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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니 Oct 28. 2024

가을 스케치

계산적인 나무들은

이제 그만 잎을 떨어뜨리려 한다.

도저히 이해타산이 맞지 않는다.


들어오는 볕은 적고

이파리를 달고 있는 것은 거추장스러우니

이런 쪼들리는 장사는 그만하자며

가게에 불을 지른다.


그렇게 불타오르는 보도(步道)를 걸어갈 때

다 타고 남은 재처럼

낙엽 하나 머리로 떨어진다.


낭만은 없고

득실(得失)만 따지는 가을 초입에

이제는 더 볼일 없다고

아우성치는 소리 속에서도

타들어가는 것들은 왜 그리 아름다운지.


덜컹, 소리를 내며

불완전 연소된 심방(心房)과 심실(心室)의 엔진이

다시금 켜진다. 이번에는 조금 더

먼 곳으로 가보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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