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일과처럼
개천을 따라 산책을 한다.
회색빛 강물은
더러 잉어와 두루미를 감추고 있다.
붉은색 벽돌 성당에는
아기 예수를 안은 마리아 상(像).
설령 신이 없다고 해도
그 모습은 보기 좋더라 하셨을 거다.
5년째 머물고 있는 이 동네는
의외로
조금씩 바뀌고는 한다.
그게 아니라면
우주가 팽창하는지
시공간이 뒤섞이는지
나는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다.
전에는 못 보던 데크 다리가 생겨
구불구불 강 이편과 저편을 연결한다.
최단거리보다는
최다(最多)의 재미를 선택한 듯
다리는 직선으로 가려는 내 운동을 방해하고
브라운 운동을 하는 분자처럼
나는 오밀조밀하게 움직이다
강 저편에 닿는다.
그럼에도 나는
한결같은 상수(常數)의 표정으로
길을 걷는다.
진화보다는
혁명적으로
오늘 하루가 달라지기를 바라며
사랑의 피타고라스 공식을 읊조리기도 하는 것인데
어라, 전에 있던 동네 빵집은
동네 카페로 변해 있고
안에서 음소거로 대화를 나누는 여자들,
그 헤픈 웃음이
새로 구운 빵처럼
그녀들 입안에 잔뜩 물려있다.
이 동네는 가끔 이렇게
무자비하게 바뀌고는 한다.
그걸 통해 나도
어제보다 조금 더 낡았음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