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구부정한 고개를 흔들며
뒤뚱뒤뚱 걸어간다.
바닥에 떨어진 것이 있을까
이건 먹을 수 있을까
일단 배에 넣어보고
뒤탈이 없으면 먹은 것을 잊어버린다.
나는 실패하지 않았다!
모기만큼의 포만감을 얻은 그는
정신이 들었는지, 갑자기 외친다.
보라, 나와 같은 자들이
이 거리에 얼마나 많이 있는가!
우리는 이처럼 번성하고 있다!
터진 패딩 점퍼 틈새로 그의 정신처럼,
흘러나오는 솜 뭉치.
겨울이 오기 전 몸집을 불려야 하지만
그가 채워 넣을 추억은 이미
신문지처럼 푸석하게 말라 있으니
아무리 덧대어도
겨울 한파의 조소(嘲笑)를 피할 길 없다.
어느 맹금류도 그를 채가지 않는다.
뜯어먹을 것 없는,
도시라는 축사 안의 가금류.
거리를 뒹굴어도 야생은 돌아오지 않는다.
살아있다는 것,
그것이 그의 마지막 자존심.
버림받았다는 것,
모든 안락과 축복과 기대,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으로부터
철저하게 배신당했다는 것,
그것이 그가 내놓은 마지막 살점.
당신은 그를 보며 비웃는다.
어쩜 저렇게 우스운 몸짓인가!
그것이 나를 얼마나 행복하게 만드는가!
또한 나의 발톱은 얼마나 튼튼한가!
당신은 광대의 희극을 보며
대형 축사 안에서 알을 품을 것이다.
그런데 잠깐,
가끔은 그도 날개를 펼쳐 발돋움을 한다.
손으로 코와 입을 막고
그가 떨쳐내는 먼지의 장막을 보라.
팽팽하게 긴장되는 날갯죽지의 근육들,
그 펄럭거림!
공간을 진동시키며
그는 날아간다.
여전히 살아있다는 것,
때로는 몸부림치며 뛰어오를 수 있다는 것,
그것이 그의 마지막 자존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