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3년, 17년,
소수(素數)로 맞추다 보니
데뷔가 늦어졌지요.
늦게 나오니
더 크게 노래 부를 수밖에.
펄펄 끓는 지구 위에서
이 녀석들만은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그렇게 긴 시간
본 것은 흙뿐이었을 텐데,
이 한여름 밤의 꿈이
그토록 좋은지.
어? 혹시 그 안에도
나름의 낭만이 있었니?
2
기억난다.
어린 시절, 그 집, 강화도(江華島).
지금은 지방 유적이 된 곳,
그곳에 가려면
무덤 몇 개 지나야 했는데
문창호지(門窓戶紙)가 숭숭 뚫려있는
낡은 집, 할머니가
그 집 미친개에게 물려
고생한 적도 있었지.
좋은 게 뭐 있었겠냐 싶은데
보이는 건 흙뿐이었던 그곳,
거기에도 낭만이 있었던가?
3
내 소수(素數)는 아직도 오지 않아
언제 흙 밖으로 나갈지 모르지만,
가끔 귓가에 파도 소리
아련하게 들릴 때 있다.
바다 없는 내륙에서
그저 보이는 건 네온 불빛뿐,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나도 맴맴 하루 종일 울지.
지구가 죽어가건 말건
마치 그 울음으로
지구를 회전(回轉)시키기라도 하는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