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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니 Nov 14. 2024

매미

1


13년, 17년,

소수(素數)로 맞추다 보니

데뷔가 늦어졌지요.

늦게 나오니

더 크게 노래 부를 수밖에.


펄펄 끓는 지구 위에서

이 녀석들만은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그렇게 긴 시간

본 것은 흙뿐이었을 텐데,

이 한여름 밤의 꿈이

그토록 좋은지.


어? 혹시 그 안에도

나름의 낭만이 있었니?



2


기억난다.

어린 시절, 그 집, 강화도(江華島).


지금은 지방 유적이 된 곳,

그곳에 가려면

무덤 몇 개 지나야 했는데

문창호지(門窓戶紙)가 숭숭 뚫려있는

낡은 집, 할머니가

그 집 미친개에게 물려

고생한 적도 있었지.


좋은 게 뭐 있었겠냐 싶은데

보이는 건 흙뿐이었던 그곳,

거기에도 낭만이 있었던가?



3


내 소수(素數)는 아직도 오지 않아

언제 흙 밖으로 나갈지 모르지만,

가끔 귓가에 파도 소리

아련하게 들릴 때 있다.


바다 없는 내륙에서

그저 보이는 건 네온 불빛뿐,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나도 맴맴 하루 종일 울지.


지구가 죽어가건 말건

마치 그 울음으로

지구를 회전(回轉)시키기라도 하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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