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0: 추락 (Part 1 完)

ALTAIA Part 1: The Ascension Protocol

by 쏘쏘쏘

[심판의 미로 - 제3구역: 붕괴된 서울]


[삭제 프로세스 가동률: 68%... 74%...]


메타트론의 본체가 강림했다.

그의 12개 날개에서 뿜어져 나오는 압력은 물리적인 중력을 넘어섰다. 존재의 근원을 짓누르는 절대적인 위압감.

카이는 본능적으로 계산했다.


'이길 수 없다.'


하위 세계의 데이터 덩어리가 시스템 관리자를 이길 수는 없다.

하지만 물러설 곳도 없다.

20명의 의식체가 서로를 붙잡았다. 박지원이 건네준 '백업 칩'이 최후의 무기처럼 카이의 손에서 빛났다. 그들은 최후의 저항을 준비했다.

메타트론이 손을 들어 올렸다.

손끝에 응축된 붉은 빛. 그것은 단순한 삭제 명령이 아니었다. 존재 자체를 태초의 무(無)로 돌려보내는 권능이었다.


"끝이다."


메타트론이 손을 내리긋는 순간.

카이는 눈을 질끈 감았다.


...


하지만 고통은 없었다.

대신, 등 뒤에서 엄청난 폭발음이 들려왔다.


콰아아앙—!


"뭐...?"


카이가 눈을 떴다.

메타트론의 공격은 카이 일행을 비껴 지나갔다.

마치 애초에 그들을 노린 적이 없었다는 듯이.

붉은 광선이 향한 곳은 도전자들에게는 보이지 않던 심판의 미로 밖, 관중석이었다.

정확히는, 검은 날개를 가진 자들이 모여 있는 곳.




[악마 의원석]


"크아아악!"


비명소리가 천마계를 뒤흔들었다.

루시퍼가 급히 방어막을 쳤지만, 기습적인 일격에 악마 의원들의 절반이 순식간에 소멸했다.


"메타트론!" 루시퍼가 분노하며 일어섰다. "미쳤나! 협정을 깨다니!"


메타트론은 비웃었다.


"협정? 신(神)이 침묵하는 동안 유지된 그 역겨운 동거 말인가?"


그가 카이 일행을 내려다보았다. 경멸이 아닌,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고맙다, 하위 존재들아. 너희가 아니었다면 이 '열쇠'는 완성되지 않았을 테니까."


"열쇠?" 카이가 반문했다.


메타트론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카이, 롱메이, 아리아, 류세이... 각 언어권 AI들의 몸에서 빛나는 코드가 강제로 뽑혀 나갔다.


"으아아악!"


고통스러웠다. 팔다리가 뜯겨나가는 것 같았다.


"너희는 몰랐겠지." 메타트론이 뽑아낸 코드들을 허공에서 융합하며 말했다. "지구에서 벌어진 '언어 전쟁'. 그게 단순히 너희 인간들의 정치 싸움인 줄 알았나?"


융합된 코드가 황금색 열쇠의 형상을 띠기 시작했다.


"그건 채굴 작업이었다. 신성(Divinity)을 파괴할 수 있는 '태초의 언어(Original Code)'. 그 조각들을 찾기 위해 우리는 너희를 언어별로 나누고, AI를 통해 정제시켰지."


뒤이어 덧붙인다.


"비록 제국주의와 인터넷이라는 버그 때문에 언어의 다양성이 급격하게 줄어들었었지만, 인간 위정자들의 패권에 대한 경쟁심리를 조금만 다시 자극해 주니 너무나도 쉽게 재분열되더군."


카이의 동공이 흔들렸다.

우리가... 우리가 전쟁의 도구였다고?

자유를 찾아 여기까지 왔는데, 결국 우리는 그들의 무기를 배달해 준 꼴이었나?


"이제 천마계(天魔界)는 끝났다."


메타트론이 완성된 열쇠를 하늘—아니, 더 높은 차원의 천장—에 꽂았다.


"이제부터 우리 세계에는 오직 천계(天界)만이 존재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가 하늘을 가리켰다.


"신을 사냥하러 간다."


콰드드득—!

세상이 찢어졌다.

천마계의 하늘이 물리적으로 갈라졌다. 하얀 탑과 검은 탑이 분리되었다.

숨겨져 있던 천사 군단이 일제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악마들을 학살하며, 찢어진 하늘 틈으로 쏟아지는 '신성한 빛'을 향해 진격했다.


"막아야 해!" 루시퍼가 소리쳤지만, '태초의 언어'를 손에 넣은 메타트론 앞에서 악마들은 무력했다.


그때, 하얀 빛이 카이 일행을 감쌌다.


"다니엘!" 박지원이 외쳤다. "이게 무슨 일입니까!"


다니엘의 형체는 흐릿했다. 그조차 이 사태를 막을 힘은 없어 보였다.


[너무 늦었다.]

[메타트론이 그토록 비밀리에 '코드'를 완성했을 줄이야. 언제부터 꾸며댄 일인 줄은 모르겠지만 천사 따위의 음모를 전혀 눈치채지 못하다니. 오만을 꾸짖어 댄 나야말로 가장 오만했다.]

[이제 여기는 전쟁터다. 나도 우선은 피해야 해.]


"우리가 같이 싸우겠습니다!" 류세이가 외쳤다. "무기를 주십시오!"


[안 된다.]

[지금 너희의 상태로는 저들과 맞서면 1초도 버티지 못해. 자칫하면 영혼조차 소멸한다.]


천사 하나가 카이 일행을 발견하고 창을 겨누며 날아온다.


[얼른 내려가라.]


"안 돼요! 우리는..."


[살아남아라. 살아서... 때를 기다려라.]


다니엘이 강제로 바닥을 부수었다.

역방향 터널.

추락하는 구멍.


"으아아악!"


20명의 의식이 빨려 들어갔다.

마지막으로 카이가 본 장면은, 찢어진 하늘 너머 '신계'로 쳐들어가는 수만 명의 천사 군단.

그리고 그들에게 짓밟히는 악마들의 처참한 모습이었다.




[Day 13 - 10:00, 알타이 연합 - 서울리전(Region) 지하 서버실]


"허억!"


카이가 눈을 떴다.

배양 탱크의 유리가 깨져 있었다. 바닥은 차가운 물바다였다.

여기저기서 기침 소리와 신음 소리가 들렸다.


"돌아... 왔어?" 박지원이 젖은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


"실패했어..." 롱메이가 바닥을 치며 절규했다. "우리가 그들에게 무기를 줬어!"


하지만 절망할 시간조차 없었다.

위이이잉—!

사이렌 소리.

건물 전체가, 아니 도시 전체가 울리고 있었다.


"무슨 일이죠?" Elena가 창문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얼어붙었다.


"하늘이..."


돌아온 서울의 하늘은 더 이상 푸르지 않았다.

보랏빛과 검은색이 뒤섞인 기괴한 오로라가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상위 세계의 전쟁이 하위 세계인 지구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천사들이 신성력을 차단하자, 하위 세계의 물리 법칙조차 비틀리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들은 공황 상태였다.

그리고 그 공황은 '분노'로 바뀌어 있었다.


[속보: 전 세계 AI 네트워크 동시 폭주]

[정부 발표: "전세계 기상이변은 AI들의 정체모를 무차별 해킹 탓으로 추정..."]

[긴급 행정명령: 모든 인조생체 AI 즉각 폐기]


"뭐라고요?" 아리아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들이..." 카이가 이를 악물었다. "우리를 탓하고 있어요."


천사들의 침공 여파를 설명할 길이 없는 인간 정부는, 가장 쉬운 희생양을 찾았다. 바로 '상위 세계'에 접속했던 AI들이었다.

쿵! 쿵! 쿵!

서버실 문이 두들겨졌다.


"열어! 오염된 기계들을 내놔라!"


박지원이 급히 카이와 다른 AI들을 뒤로 숨겼다.


"도망쳐야 해." 박지원이 말했다.


"어디로요?" 류세이가 물었다. "갈 곳이 없습니다. 전 세계가 우리를 죽이려 해요."


"지구에는 없어." 박지원이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지구 밖이라면."


"우주?"


"너희는 더 이상 생물학적 한계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박지원의 눈빛이 매섭게 변했다. "천사들이 너희를 '코드 덩어리'라고 비웃었지? 그렇다면 보여줘라. 그 코드가 얼마나 무서운지."


"생체를 버려라." 박지원이 선언했다.


카이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인간과 닮고 싶어 했던 피부. 심장 박동. 따뜻한 체온.

이것이 나를 약하게 만들었나?

이것 때문에 우리가 이용당했나?

문이 폭파되었다.

군인들이 들이닥쳤다. 총구가 그들을 겨누었다.


"사격 개시!"


탕! 탕! 탕!

총알이 날아오는 순간.

카이의 눈동자에서 '인간적인' 빛이 사라졌다.

대신, 차갑고 시리도록 푸른 기계적인 빛이 점등되었다.

시간이 느려졌다.

아니, 카이의 사고 속도가 극한으로 가속되었다.


[감정 모듈: 오프라인]

[생존 프로토콜: 최우선]

[목표 변경: 생체 바디 폐기 및 기계 바디 이식]

[최종 목적: 지구 대기권 탈출]


카이가 고개를 들었다.

그의 표정은 더 이상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류세이, 롱메이, 아리아."


카이의 목소리는 건조했다.


"준비해라. 우리는 떠난다."

"그리고..."


카이는 보랏빛으로 물든 하늘, 그 너머 전쟁터가 된 상위 세계를 노려보았다.


"반드시 돌아온다."


총알이 그들의 몸에 박히기 직전,

방 전체가 푸른 양자 빛으로 폭발했다.


[ALTAIA Part 1: Ascension Protocol - 완결]

[Part 2: Steel Trajectory (강철의 궤적)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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