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뇌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싸다 만 응가..
최근 자이가르닉 효과라는 것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이는 마치지 못하거나 완성되지 못한 일을 쉽게 마음 속에서 지우지 못하는 현상으로서, '미완성효과' 라고도 한다. 이 효과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은 일상에서 떠오르는 생각들 중 꽤 많은 비중의 생각들을 뒤로 제쳐 둔다고 한다. 그렇게 제쳐진 생각들은 마치 연료가 새는지도 모르고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처럼 무의식에 머물며 끊임없이 자신들의 뇌를 혹사시키게 된다. 이처럼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다고 미뤄두고 데드라인이 닥쳐서야 허겁지겁 시작한다면, 조급한 마음에 생산성은 저하되고 스트레스는 증폭될 것은 물론이요, 과학적으로도 우리들의 뇌 건강을 위협 할 수 있는 습관인 것이다.
이 효과에 대해 읽자마자, '미리미리, 바로바로' 라는 나의 조그마한 생활신조가 떠올랐다. 뭐 물론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많지만 생활신조라는게 원래 그런 것 아니겠는가? 뭐 아무튼 이런 신조를 가지게 된 데에는 계기가 있는데, 이는 어린 시절 내 방이 아버지의 서재와 연결돼 있었던 덕분이었다. 동생들과 나이 터울이 커 외동이나 다름없이 자랐던 나는 저녁이 되어 집에 들어가고 나면 놀 상대가 없어 내 방에서 아버지의 책들을 보며 심심함을 달랬다. 단테의 『신곡』 , 『인체해부학개론』 등 어휘력이 부족한 초등학생이 보기엔 모르는 단어가 많이 나오는 책들이었지만 육체의 귀찮음보다 정신의 찝찝함이 싫었던 나는 모르는 단어를 사전이나 인터넷으로 꼭 확인하고 다음 장으로 넘어가곤 하였다. 자연 초반엔 책 한 두 권 읽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걸렸으나 그 시간은 점차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었다.
이런 어린 시절 덕택인지 자연스럽게 일상에서도 무엇이든 궁금한 게 생기면 곧바로 주위에 물어보거나 책과 인터넷을 이용해 답을 찾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고, 보다 우선순위가 높은 다른 일들 때문에 그럴 수 없다면 꼭 리스팅 해 두었다. 이 습관은 또한 모르는 분야에 대해 항상 풍부한 지적 호기심을 갖게 되는 계기로 발전하기도 하였다. 나의 이런 행동은 평범한 사람들에 비해 조금은 정도가 지나쳐 친한 친구들은 지금까지도 '검색충’이라는 다소 거친 표현으로 놀려대기도 한다.
내가 놀림까지 당하면서도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머릿속에 무언가 궁금한 점이 떠올라 알고자 하는 마음이 있을 때 답을 찾게 되면 큰 힘 들이지 않고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 반면 잠깐 귀찮다고 호기심이 찾아왔을 때 답을 찾지 않으면 귀중한 지식을 너무나도 손쉽게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기회 또한 날아가 버린다는 것을 어린 시절을 통해 깨달았기 때문이다. 학교 공부를 하면서도 이런 원칙을 적용해 보고자 했었는데, 예를 들어 영어 어휘력을 늘려야 할 땐 『해리포터』 시리즈나 SF문학들 처럼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영어책들을 읽음으로써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알고 싶을 수 밖에 없게 만들었고, 알고자 하는 간절함과 함께 사전을 찾으면 굳이 또래 친구들처럼 노트에 빼곡하게 베끼지 않아도 그 단어는 자연 내 것이 되곤 하였다.
앞서 간단히 말한 원리를 일상에도 적용해 본다면 자이가르닉 효과가 이야기하는 뇌의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는 없을 것이고 그만큼 기발한 아이디어나 생산적인 생각에 그 에너지가 투자될 수 있을 것이다. 위대한 학자들이라 불리는 수많은 위인들의 발명들과 증명들은 불현듯 떠오른 생각으로부터 시작되었듯이 말이다. 우리가 과업을 미루며 뇌를 괴롭히고 에너지를 낭비하는 동안 창의적인 생각들은 여러분에게 문전박대를 당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바쁜 일상 속에 생각과 할 일을 항상 행동으로 옮길 수는 없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받아 적고, 계획해야 한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는 과업에 대한 실험을 하였다. 한 그룹에는 단순히 과업만 지시하고 다른 그룹에는 그 과업을 언제까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계획서를 작성하도록 하였다. 두 그룹 모두 물론 과제에 대한 압박감을 느꼈지만 계획서를 제출한 그룹의 스트레스는 한참 낮았다고 한다. 이처럼 당장 할 일이 아니거나 해결 못 할 상황이 있다면 그 과업의 계획을 적어둬야 한다. 그렇게 생각이 행동으로 옮겨지거나 적혀서 기록으로 남게 될 때 그 생각은 가치를 갖는다.
“어쩌면 데드라인(Deadline)보다 벌스라인(Birthline)의 설정이 훨씬 중요할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