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에 관하여(2) - 외부인은 크리에이터를 어떤 기준으로 바라볼까
저녁 11시 브런치에 글 하나를 쓰고 그 글 하나로 작가 신청을 했다. 다음날 오후 1시 작가가 되었다는 축하 메일이 왔다. 내 글이 브런치라는 플랫폼에 어울리는 포맷으로 브런치 이용자들이 흥미 있어할 만한 소재였나 보다. 나도 이렇게 하룻밤 새 크리에이터가 되었다. [이전 글: 우리 모두가 다 크리에이터 아닐까]
나는 어떻게 하면 돈 버는 콘텐츠를 제작하는지는 알지 못한다.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을 곁에 두고 지켜보면서 어떤 사람들이 어떤 크리에이터들을 원하는지 누구보다 많이 듣고 고민한 사람으로서 그 과거의 시간에서 정제한 나만의 생각들을 말할 뿐이다. (나도 브런치를 통해 처음 창작물을 만들어나가는 중이라 방법론은 나중에나 쓸 수 있을 것 같다.)
크리에이터들을 실버 버튼, 골드 버튼 같은 숫자적 규모로 판단할 수 없다.
나는 초등학교 때 육상선수였다. 100m, 200m 단거리 선수.
단거리 경주에 나가면 1등, 2등을 했지만 400m 이상의 중장거리에 나가면 순위권에 들지도 못했다. 그렇다고 내가 열심히 뛰지 않았다는 말은 아니다. 내 체력과 힘은 100m에 최적화되어있었을 뿐
2. 우리는 플랫폼에서 보여 주는 숫자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가끔 나에게 오는 파트너사들은 이렇게 말한다. "채널 규모가 큰 크리에이터 위주로 진행하고 싶어요." 그러면 나는 보통 첫마디를 이렇게 시작한다. "무슨 의미로 이야기하시는지 이해는 하지만 상품이 안 팔린 텐데요/타깃 이용자랑 안 맞을 텐데요..."
플랫폼에서 주는 다양한 숫자적 지표들 = 플랫폼 이용자의 1차원적 관심도
이젠 채널 구독자가 100만 명이라고 해서 100만 명이 정말 다 관심을 가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드물다. 그렇지만 '적어도 그 반의 반의 반은 가지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 심리를 가지고 접근하는 사람들은 아직 많다. 내가 아는 시청자들은 똑똑하다. 광고는 금세 알아차리고 관심 없는 부분들은 스킵한다.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으면 다른 콘텐츠로 넘어가버린다. 채널 구독을 누른 이유는 이용자가 보고 싶어 하고, 듣고 싶어 하고, 궁금한 내용을 다룬 콘텐츠를 꽤 잦은 빈도로 업로드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시청자와 팬과 소비자를 같은 집단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이는 다 다른 집단이며 움직이는 명분이 다름을 의미한다. 내가 처음 유튜브 세상에 들어왔을 때는 채널 구독자 수로 크리에이터의 영향력을 평가했다. 1등 몇 만, 2등 몇 만...
하지만 이제는 뾰족한 취향의 시대가 아닌가. 내가 100m에서는 1등 했지만 400m에서는 1등 하지 못하는 것처럼 한 카테고리에서 유명한 크리에이터라도 다른 카테고리에서 본다면 무명일 수 있다. 조금 더 들어가 그 카테고리에서 큰 규모를 자랑한다고 해도 막연히 기대하는 영향력을 다 충족시키기는 어렵다.
플랫폼에서 숫자를 표시하는 것은 그 방법이 가장 직관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플랫폼은 이용자 유입이 중요하다. 숫자는 상상하기 어려운(주관적인) 영향력이라는 규모를 논의 가능한 수 체계를 빌려 설명할 수 있게 하고 또한 이 정보가 꽤 정확하다는 느낌을 주게 만든다. 결국 '우리 플랫폼에 사람들이 이만큼이나 들어온다. 그래서 비즈니스 기회가 많다.'라는 플랫폼의 추상적 메시지인 것이다.
내 업무는 플랫폼이 표시하는 숫자 뒤에 숨겨진 진짜 활성 사용자를 찾는 일이고, 계속 보다 보니 크리에이터를 숫자로만 이야기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100만 채널에서 홍보해도 잘 안 팔리는 물건이 10만 채널에서 완판 되는 경우도 있다. 이는 크리에이터 콘텐츠의 시청자 중에서 지갑을 여는 소비자가 몇 명이나 될 것인가에 관한 이야기이다.
정량적 지표가 크리에이터를 다 설명할 순 없지만, 숫자 지표가 바이럴 마케팅에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다.
인스타그램에서 자주 보이는 팔로워 몇 명 이상만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든 이벤트들은 일단 주요 타겟층에 퍼지게끔하는 목표를 가지고 세팅된 이벤트일 테니...
다만 이제 시장은 비효율 속에서 조금 더 효율을 찾고자 명확한 타겟층에 도달할 수 있는 크리에이터를 찾고 있다. 그렇다면 크리에이터를 조금 더 세분화시켜서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다음 글에서는 어떤 구분자로 크리에이터들을 조금 더 나눠볼 수 있을지 적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