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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데 오늘 Oct 26. 2020

밤하늘을 본 적 있나요? 그곳에 무엇이 있던가요? 1화

저 숲이 아름답고, 어둡고 깊을지라도

저 숲이 아름답고, 어둡고 깊을지라도


 이 세상을 살아온 지도 벌써 수십 년이 지났다.

마음은 변한 게 없는데 몸은 벌써 중년이라며 온몸 구석구석 들쑤셔 놓는다. 그리고 이 정도 살았으면 이런저런 세상살이도 익숙해질 법한데 아직은 그렇지 못하다. 게다가 나이가 들수록 확증편향은 더욱 심해져 간다. 이를 긍정적으로 보자면 그만큼 삶의 경험이 많이 쌓였다는 이야기이겠으나, 경험이 모든 걸 설명해주진 않을 테니 그러지 않으려고 애다.


   하지만 그건 애쓰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었다. 그런 나이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꼰대가 되길 싫어하지만 결국은 꼰대가 되고 만다. 나도 그렇다.     


   세월은 변하지 않는다는 사람 성격마저 달라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될 정도로 긴 세월을 살아온 만큼 지나온 기억 대부분 어렴풋해다.


   특히 호기심 많았고 온 세상이 즐거운 것으로만 가득 차 있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은 이제 머릿속에 거의 남아 있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머리 한구석에 살짝 남아서 내 유년 시절을 아름답게 추억하도록 해주고 있 것이 있다면 바로 밤하늘의 별을 보던 기억일 것이다.


   창가에 턱을 괴고 하늘을 보면서 수없이 반짝이는 별들과 유성, 그리고 가끔 유난히 반짝이며 밤하늘을 가로지르던 인공위성의 여행을 신비로운 마음으로 쫓아다니던 기억이 난다.


   그 시절 그 하늘에 떠 있던 그 많은 별들은 지금 어디로 갔을까? 내가 마지막으로 밤하늘을 올려다본 날은 언제였을까?


   기억이 나 않다. 어쩌면 어릴 적 추억으로 기억하고 있던 그 날이 바로 마지막 날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럼 난 왜 그토록 강렬한 기억으로 남을 정도로 아름다웠던 밤하늘을 잊고 살게 된 것일까?


   어쩌면 지나간 삶은 잊고 살아야만 하는 것이 인생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 시절에 가슴에 품었던 꿈들을 하나씩 잊어버린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가슴에 품었던 꿈이라... 그런 게 있기는 했나 싶다. 하지만 내 나이 서른 즈음까지만 해도 어릴 적 꿈이 무엇이었는지 기억하며 살았던 것 같다.


   "내가 이런 꿈을 꾸었었지. 조금만 지나면 그 꿈을 다시 그리는 그런 날이 오겠지. 분명히 기회가 있을 테지. 그리고 난 지금 잠시 다른 일을 하고 있을 뿐이야."

 

   하지만 그때도 그런 생각을 오래 할 순 없었다. 짧은 생각의 끝에는 곧 오늘 만나야 할 사람이라던지, 뭘 마쳐야 하는지 같은 현실들이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바쁜 시간들을 하루하루 보내며, 나는 더 이상 내 꿈이 무엇이었는지, 또 그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를 지닌 것이었는지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세월은 그렇게 내게 주어진 시간들을 내 손가락 사이로 유유히 흘려 사라져 버리게 했다.     


   그리고 어느덧 중년의 나이가 된 나는, 제 와서 또다시 나의 삶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건 일에 여유가 생긴 탓도 있었지만, 대부분 어머니에 기인했다.


   평소 건강하셨던 어머니는 건강검진을 받았고, 그 결과 암이 몸속에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머니 본인은 말할 것도 없, 온 가족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검사 결과가 버젓이 나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닐 거야"라는 말로 애써 사실을 부인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한참이 지난 에야 "모든 일이 잘될 겁니다"라는 막연한 응원을 했다. 그 외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이 없었다. 어머니 혼자 견디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그리고 그 인내의 시간은 부모님이 오래도록 우리와 함께 사실 거라는 생각이 얼마나 순진한 것이었는지 깨닫게 하는 시간이 되었다.


   게다가 이 사건은 또 다른 것을 깨닫게 했는데, 바로 내 삶도 영원치 않다는 것이었다.    

 

   삶의 언저리에 늘 존재하던 타인의 죽음은 장례를 통해 항상 접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받아 들여왔지만, 정작 내 가족, 그리고 내 죽음은 깊이 생각해 본 적없었다. 그래서 내 삶의 유한망각한 채 살아왔는데,  일을 계기로 그걸 깨달아 버것이다. 그리고 두려다. 각성은 때론 좋지 못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도 삶의 일부이고 죽음은 누구에게나 하게 적용되는 법칙임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애써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또 사실이지만 그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단지 그것밖에 없었다.       


   그렇게 내 유한한 삶의 깨닫고 나자, 이토록 소중한 삶을 위해서 나는 무엇을 던가 하는 생각이 었다.


   "나는 내 삶을 잘 살아왔을까? 나를 위해 살았던가?"


   대학을 가려고 공부하던 시절도, 내가 회사를 다니고 엔지니어로서 삶을 시작하고 적성에 맞지 않는 일 때문에 괴로워하던 시절도, 그리고 이제는 제법 부러울 법한 수석 엔지니어의 자리에 앉아 있는 나의 삶도, 종국에는 내가 원하던 삶은 아니 생각이 들었다.     


   “과연 난 내 삶을 온전히 내 것으로써 살아온 것인가? 아니면 파도에 휩쓸린 나뭇잎처럼 이리저리 오가다 보니 이 자리까지 흘러오게 된 것일까?”     


   아마도 난 후자에 더 가깝지 않았나 싶다. 그때그때 삶이 원하는 최선의 선택지로 발걸음을 옮기기에 바빴던 내 삶은 내가 원하는 방향보다는 그저 바람이 등 떼미는 데로 흘러왔던 것만 같았다.


   그럼 과연 내가 원하던 삶이란 무엇이었을까?


   하지만 기억이 나지 않았다. 원하는 게 무엇이었는지. 내 꿈이 무엇이었는지. 너무 긴 시간을 방황한 끝에 더는 그런 것이 머릿속을 차지할 공간조차 없는 사람이 돼버린 탓이었다.


<2화에 계속 니다>



     타이틀 사진 출처 : piqsels home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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