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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데 오늘 Oct 26. 2020

밤하늘을 본 적 있나요? 그곳에 무엇이 있던가요? 2화

잠들기 전에 가야 할 길

잠들기 전에 가야 할 길


   그렇게 내 삶을 돌아보며 혼란스럽게 지내던 어느 날이었다. 평소 꿈도 잘 꾸지 않던 내가 꿈을 꾸었다.


   난 뭔가를 만들고 있었고, 나무이기도 했고 돌이기도 했으며 물 같기도 한 재료 위에 노래와 글을 적고 있는 그런 꿈이었다.


   내 영혼이 꿈을 통해서 내 꿈이 무엇이었는지 일깨워주려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게 뭔지 몰랐고 단지 노래나 글 또는 그림 등을 만드는 일인 것만 같았다.

   

   그날 이후로 꿈속에서 보았던 광경 내가 어린 시절부터 품고 있던 꿈라는 생각이 확고해져 . 또 막연하지만 노래이기도 하고 글이기도 하고 그림이기도 한 무언가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하지만 노래, 글, 그림 중에서 뭘 시작해야 할지 몰랐다. 그 모든 것이 낯설었던 탓이었다.     


   그렇게 갈팡질팡 지내던 어느 날, 책장에 꽂혀있는 “Great Poems”라는 작은 시집이 눈에 띄었다. 아주 오래된 책이었다. 아내가 학창 시절에 보던 책이라고 했다. 그렇게 우연히 마주한 시집 속에서 프로스트의 시 한 편이 눈에 들어왔다.     


   언젠가 읽은 적 있었던 "눈 내리는 저녁 숲 가에 서서(Stopping by Woods on a Snowy Evening)"라는 시였다. 이 시를 언제 읽었는지 기억나진 않았다. 하지만 눈 내리는 적막한 숲의 풍경과 길을 떠나는 사람의 의연한 감정담백하게 그려진 아름다운 시이며, 특히 반복되는 마지막 구절이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났다. 그래서 단지  기억을 확인하려는 생각으로 시를 읽었다.       


"저 숲은 아름답고, 어둡고 깊을지라도

나는 반드시 지켜야 할 약속이 있고

잠들기 전에 가야 할 길이 있다

잠들기 전에 가야 할 길이 있다."   


   시를 다 읽고 났을 때 잠시 머릿속이 멍해지는 것 같은 전율이 온몸을 타고 흘렀다. 손도 살짝 떨리는 것 같았다.


   무엇이 나를 전율케 했을까?


   그건 예전에 읽었던 시와 지금 읽은 시가 완전히 시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느낌이 달랐 때문이었다.


   예전에는  시가 그리고 있는 눈 내리는 숲의 풍과 길을 떠나는 사람의 감성시의 전부라 생각었는데, 지금  시는 그동안 내가 고민해 왔던 것이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모든 걸 시 안에 고 있었다. 마치 예언과도 같이, 또 눈 내리는 숲 앞에 서 있는 사람이 나이기라도 한 것처럼 내 마음속 고민 있는 그대로 담고 있었다. 


   그래서 시를 읽는 동안에 저 숲이 왜 아름답지만 어둡고 깊은 것지, 그리고 지켜야 할 약속은 누구와의 약속이며, 또 잠들기 전에 가야 할 길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자연스레 알 것 같았다.


   인생이라는 아름답지만 두렵기 한 숲 앞에 서서 영원히 잠들어 버리기 전에 자신이 품었던 꿈을 향해서 가고자 했던 시인 시간을 뛰어넘어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아마도 모든 사람이 이 나이 즈음에는 이 같은 고민을 하게 되는  다.


   "인생이 다르면 얼마나 다르겠. 이 시간을 지나간 인생 선배들 이 과정을 거쳐 갔겠지. 죽음이 나만의 것이 아닌 것처럼 말이야. 그럼 영원히 잠들기 전에 무엇을 해야 하지?"  


   그때 일전에 꾸었던 꿈이 생각났다. 그리고 꿈에서 보았던 노래와 글 바로 시를 의미하는 것이었구나 생각이 들었다. 뭐가 뭔지 몰랐던 그 꿈이 선명하게 해석되던 순간이었다. 시는 노래이기도 하고 글이기도 하며 그림이기도 했으 이처럼 내 꿈과 딱 들어맞는 도 없었다. 이젠 뭘 할까 고민할 필요도, 할 줄 몰라서 주저할 이유도 없었다.


   시를 쓸 능력은 없으 당장 영시 읽기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그다 보니 자연스레 번역도 하게 되었다. 서점이나 도서관에 번역되어 나와 있던 영시들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시를 번역한 사람들 나이가 젊은 탓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시는 읽는 이에 따라서 해석 달라진다생각으로, 영문 그대로 번역하 않으려고 다. 오로지 시를 읽으며 느꼈던 감정과 생각을 그대로를 담으려고 했다. 내 나이에 시에서 느수 있는 생각이 어디까지인지 기준이 없으니 알 수는 없으나, 단지 내 감정과 생각에 충실하면 그것이 바로 기준이 되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시를 연구하고 정통한 누군가가 "네 번역은 틀렸어 네 해석은 원래 의도와 전혀 달라"라고 말할 지라도 난 내 느낌을 따라서 시를 번역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게 다양한 해석을 하는 것이 시어 한 자 한 자를 고심하며 적어 내려갔을 시인에 대한 배려이자 시를 대하는 예의라고 여겼다.


    아마 시인도 그러길 원할 것이다. 자기가 쓴 시가 한 가지 의미로, 특히 어떤 어가 가지는  단조로운 의미로 사람들에게 해진다면 시어를 고르고 문장을 고심하여 나열한 시인의 노력 헛된 것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던 내게 영시를 새롭게 번역하는 일은 내 마음속에서 이끌어낸 창조적 행위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희열도 느껴졌다.     


   이렇게 시작한 영시 번역. 평생 처음 시작한 일이라 서툴고 자의적이고 감상적이다. 하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내가 좋아서 시작한 일. 가급적 기존 해석을 답습하거나 권위 있는 사람의 해석을 따라 하고 싶진 않았다.


   왜냐하면 내가 밤하늘을 바라보았을 때 저 별은 무슨 별이고 몇 광년 떨어져 있으며, 몇억 년 전에 만들어진 것인지 구태여 생각하지 않더라도 그 별은 그 자체로 아름다웠기 때문이고, 항상 그 자리에서 반짝이는 별을 보는 동안 내 삶의 시간도 멈춰 있는 것처럼 느껴졌었기 때문이다.


   내게 있어서 시도 그런 것이다. 그래서 내가 내 꿈을 따라서 다시 걷기 시작했고, 시를 통해 시간을 거슬러 시인을 만나며, 시인이 숨겨둔 삶의 메시지를 찾아내고자 하는 생각으로 시를 사랑하며, 감정에 충실하게 해석하고자 한 것이다.     


   한번 만들어진 시는 변한 적 없지만, 나는 세월과 시간 속에서 한 가지 모습을 가지지 못하는 나약한 존재로서 시의 깊이를 매번 새롭게 알아간다.


   지금 번역한 시가 내일은 다른 의미로 다가올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시를 번역하고 시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는 과정내 영혼에 작은 양식을 줌으로써,  인생 잠들기 전 하얀 눈밭 위에 작은 발자국 하나 남기는 심정으로 시를 번역한다.     


   밤하늘의 별을 본 적 있는가? 그곳에서 무엇을 보았는가?


   난 변하지 않는 시간 속에서 수시로 변할 수밖에 없는 나를 보았다. 하지만 나는 변해 갈지라도 별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고 또 그 자리를 영원히 지킬 것이다.


   시도 그렇다. 내 삶은 소멸되더라도 시는 영원히 그 자리를 지킬 것이다. 그리고 내게 그런 것처럼 또다시 누군가의 삶에서 방향을 알려 줄 것이다.


    시와 내 꿈은 서로 맞닿아 있기에, 이제 더 이상 기억 속에서 꿈이 잊히지 않길 바란다. 우리의 밤하늘이 변한 적 없는 것처럼.


[출처] piqsels homepage




     타이틀 사진 출처 : piqsels home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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