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읽어야 할 시, 에밀리디킨슨

There's a certain Slant of light,

by 좋은데 오늘

어떤 비스듬한 빛이 있지,

에밀리 디킨슨



어떤 비스듬한 빛이 있지,

겨울 오후에는 -

내 마음을, 무겁게 하는

성당의 종소리같은 -


하늘이 우리에게 준 고통 -

상처인지도 모르게,

모두 다른 이유로,

그 의미가 있던 곳에서 -


누구도 알려줄 수 없는 - 이것 -

이 체념의 낙인 -

천상의 고통

하늘이 우리에게 주었던 -


때가 오면, 세상도 귀 기울이고 -

어둠도 - 숨 죽이지만 -

지나고 나면, 저 먼 곳에서

죽음의 눈빛이 되고 마는 -




There's a certain Slant of light,

By Emily Dickinson


There's a certain Slant of light,

Winter Afternoons –

That oppresses, like the Heft

Of Cathedral Tunes –


Heavenly Hurt, it gives us –

We can find no scar,

But internal difference –

Where the Meanings, are –


None may teach it – Any –

'Tis the seal Despair –

An imperial affliction

Sent us of the Air –


When it comes, the Landscape listens –

Shadows – hold their breath –

When it goes, 'tis like the Distance

On the look of Death –




겨울 오후의 빛은 약간 비스듬히 내려옵니다. 정면으로 찌르는 태양이 아니라, 슬며시 기울어 스며드는 빛 때문에 그 빛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고요함과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쓸쓸함이 깃들어 있습니다.

에밀리 디킨슨의 시에 등장하는 “비스듬한 빛(Slant of light)”도 그런 것이겠지요. 따뜻하지도 차갑지도 않은, 그러나 마음 어딘가를 누르는 묘한 무게를 지닌 빛, 마치 깊이 울려 퍼지는 성당의 종소리처럼, 영혼의 내부까지 울리는 진동 같은 빛 말입니다.

디킨슨의 삶은 늘 조용했고, 동시에 죽음과 함께 했습니다. 그녀의 집이 공동묘지 인근에 있었기에 항상 장례식을 접했고, 그녀 가족들의 죽음도 지켜봐야 했습니다. 특히 지극히 간병하던 어머니의 죽음은 그녀 일생에서 가장 큰 충격이었을 겁니다.

그녀에게 있어서 ‘죽음’은 살아있는 동안 느껴야 하는 삶의 일부분이었지만, 반면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이유 없이 견뎌야 하는 하늘이 씌워준 굴레이자 형벌이기도 했습니다. 인생의 겨울이면 어김없이 다가오는 죽음이라는 형벌, 우리는 이게 형벌인지, 또 그게 아픔이나 상처인지도 모르고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에밀리 디킨슨은 이 형벌처럼 죽음으로 향하는 인생의 굴레를 우리를 따라다니는 그림자로 여긴 것입니다. 그래서 이 시에서 그녀가 말하고 있는 “상처”는 눈에 보이는 상흔이 아니라,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오는 자신만의 업보를 말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각자 그 이유가 생긴 자리에서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상처 말입니다.

그래서인지 에밀리 디킨슨은 그 죽음을 ‘하늘이 보내온 고통’이라고 말합니다. 누구도 가르쳐줄 수 없고, 누구도 대신 느껴줄 수 없는, 오직 각자가 자기 안에서 받아들여야 하는 숙명.

그리고 그녀는 비스듬한 겨울빛이 스쳐 지나간 뒤의 세계를 이렇게 표현합니다.

“죽음의 눈빛이 머문 것 같은 거리감.”

아마 조금 더 조용해진, 그리고 삶을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보게 되는 순간일 것입니다. 그래서 겨울의 빛은 비스듬히 내려오는 것입니다. 죽음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면 이전과는 조금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보게 되겠지요.

디킨슨의 시는 거창한 진리를 외치지는 않습니다. 정말 수수께끼 같은 단어들의 나열 속에서 그녀가 그 시절에 무슨 생각으로 이런 단어들을 적었는지 그녀 말고는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녀 또한 한 사람으로서 우리와 똑같은 길을 갔습니다. 인간이 느끼는 감정은 같습니다. 이걸 민감하게 받아들이면 시인이 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그냥 사는 것입니다.

에밀리 디킨슨의 시를 통해서 겨울 오후의 빛에서 죽음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오후의 느린 빛 하나로, 인간이 살아가는 동안 반드시 마주할 죽음을 생각해 보는 시간을 만든 그녀의 시적 감각에 경탄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잠시 그녀의 시를 다시 읽었습니다. 깊고 조용한 슬픔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왜 태어나서 힘들게 살다가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이할까요? 왜 신처럼 영생을 누리지도 못하면서 신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요? 그래서일까요. 이 시를 읽고 나서 잠시 말을 멈추었습니다. 내가 가진 이런 생각도 죽음 앞에선 그저 겨울 오후의 빛처럼 슬그머니 사라지는 것이겠지 하는 생각에요.

2025년 12월의 마지막 겨울 오후, 창밖으로 기울어진 빛이 들어오는 순간. 그 빛 속에 잠시 가만히 서 있었습니다. 에밀리 디킨슨이 느꼈던 그 고요한 절망을 함께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요.

그리고 그 자리에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든 것은 결국 아무것도 아닌 시간 속으로 사라지는 것인데 왜 살아야 하는지가 아니라, 그렇기 때문에 죽도록 삶을 사랑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요. 그리고 이런 생각의 모음으로 내가 또 우리가 살아 있다고 느끼면 지금은 그냥 그것으로 충분하다고요.



작가의 이전글Forever – is composed of No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