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b Dylan
Bob Dylan
마마, 이 배지 좀 떼주세요
이제 더는 필요 없어요
어두워요, 너무 어두워서 보이지 않아요
천국의 문을 두드리는 기분입니다
똑똑 천국의 문 두드려요
마마, 내 총은 땅에 묻어주세요
이제 더는 쏠 수 없어요
저 긴 검은 구름이 내려오네요
천국의 문을 두드리는 기분입니다
똑똑 천국의 문 두드려요
Bob Dylan
Mama, take this badge off of me
I can't use it anymore
It's gettin' dark, too dark to see
I feel like I'm knockin' on heaven's door
Knock, knock, knockin' on heaven's door
Knock, knock, knockin' on heaven's door
Knock, knock, knockin' on heaven's door
Knock, knock, knockin' on heaven's door
Mama, put my guns in the ground
I can't shoot them anymore
That long black cloud is comin' down
I feel like I'm knockin' on heaven's door
Knock, knock, knockin' on heaven's door
Knock, knock, knockin' on heaven's door
Knock, knock, knockin' on heaven's door
Knock, knock, knockin' on heaven's door
https://youtu.be/O-sVpVIovKk?si=HT4epYE6yoZbfpnc
세상에는 길고 복잡한 가사로 감동을 주는 노래도 있지만, 반대로 말이 너무 없어서 오히려 할 말을 잃게 만드는 노래가 있어요. 밥 딜런의 〈Knockin' On Heaven's Door〉는 분명 후자에 해당합니다.
불과 두 절짜리 가사, 단순한 G, D, Am, C 네 개의 코드.
그런데 이 노래는 50년이 넘도록 수백 명의 뮤지션이 다시 부르고, 장례식장에서 울리고, 전쟁터를 소재로 한 영화에 삽입되고, 1,700명이 넘는 기타리스트가 동시에 연주하는 기네스 기록에까지 도전하게 만들었어요. 대체 이 짧은 노래에는 무엇이 담겨 있는 걸까요?
이 노래는 1973년 영화 “팻 개럿과 빌리 더 키드(Pat Garrett and Billy the Kid)”의 사운드트랙을 위해 밥 딜런이 쓴 곡입니다. 영화는 미국 서부를 배경으로 한 정통 웨스턴으로, 늙어가는 보안관 팻 개럿(제임스 코번)이 뉴멕시코의 목장주들에게 고용되어 과거의 친구였던 무법자 빌리 더 키드(크리스 크리스토퍼슨)를 처단하러 가는 이야기예요.
이 영화에서 밥 딜런은 음악을 담당했을 뿐 아니라, "앨리어스(Alias)"라는 정체불명의 인물로 직접 카메오 출연까지 합니다.
이 노래는 영화 각본을 쓴 루디 워리처(Rudi Wurlitzer)의 증언에 따르면, 밥 딜런이 비행기 안에서 쓴 곡이라고 해요. 그는 다음 날 촬영 예정인 보안관 베이커 역의 슬림 피켄스(Slim Pickens)의 죽음 장면을 위해 뭔가 쓰고 싶다고 했고, 비행기에서 가사를 휘갈겨 써 내려가며 한 줄씩 루디에게 보여줬죠. 그렇게 비행기에서 내릴 때쯤 “Knockin' On Heaven's Door”라는 명곡이 완성되어 있었어요. 죽음 앞에선 인간의 보편적 감정을 정확히 꿰뚫어 보는 노래를, 비행기 안에서 즉흥으로 완성한 거죠.
이 곡이 쓰인 영화의 장면을 알면 가사의 깊이를 훨씬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 이 노래는 빌리 일당과의 총격전에서 치명상을 입은 보안관 베이커(Colin Baker)가 호숫가로 걸어가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에서 천천히 흘러나와요. 빌리 일당에 맞서 용감하게 싸우던 그의 아내 마마(Mama)는 그가 총에 맞은 모습을 보고 달려옵니다.
하지만, 그에게 다가가진 못합니다. 그의 죽음을 예감한 탓이었죠. 베이커는 천천히 강가로 걸어가 바위에 걸터앉습니다. 그리고 석양을 바라봅니다. 마마는 그런 그를 말없이 지켜봅니다. 그리고 이미 지기 시작한 석양이 강물 위에 반짝이며 아름다운 대지를 물들입니다. 이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부부는 말없이 함께 합니다. 삶이 원래 그런 것이라는 듯이요.
베이커 역의 슬림 피켄스(Slim Pickens)와 마마역의 케이티 주라도(Katy Jurado) 사이의 이 말없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명장면은 현대 미국 영화 역사상 가장 조용하면서도 가슴 아픈 장면 중 하나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조용하고 슬픈 장면에서 이 음악의 가사가 흐릅니다.
“어머니, 이 배지 좀 떼주세요 / 이제 더는 필요 없어요 / 어두워요, 너무 어두워서 보이지 않아요 / 천국의 문을 두드리는 기분입니다”
https://youtu.be/yjR7_U2u3sM?si=riaAezC8ABpzqxoV
밥 딜런의 전기 작가 클린턴 헤일린은 이 곡을 “찬란한 단순함의 연습”이라고 표현했어요. 두 개의 짧은 절만으로 이루어진 이 노래는, 특정 영화 장면에서 출발해 모든 인간이 언젠가 마주하게 될 죽음이라는 주제로 확장됩니다.
가사가 짧고 누구나 겪을 일을 다루기에, 이 노래는 시대를 초월하는 보편성을 얻게 됐죠.
이 노래를 녹음하던 날, 드러머 짐 켈트너(Jim Keltner)는 당시를 이렇게 회고해요.
“우리는 어두운 스튜디오에서 스크린에 영화를 띄워 놓고 연주했어요. 밥이 노래를 부르고, 화면 속 멕시코 배우 케이티 주라도(Katy Jurado)의 커다란 눈과 강가에서 죽어가는 그녀의 남편 보안관이 보였죠. 그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어요. 연주를 하면서 울고 있는 거예요. 속으로 계속 ‘망치지 마, 이 테이크 망치지 마!’를 외치면서요.”
악보 너머로 배우의 얼굴을 보며 눈물을 흘린 드러머. 그 연주가 담긴 테이크가 바로 우리가 듣는 그 녹음입니다.
이 노래는 너무 단순해서, 누구든 자신의 감정을 채워 넣을 수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는 1987년 무렵부터 라이브에서 이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고, 1990년엔 영화 “데이즈 오브 선더(Days of Thunder)”의 사운드트랙으로 스튜디오 버전을 발표했어요. 그리고 1991년엔 앨범 “Use Your Illusion II”에도 수록했죠. 액슬 로즈(Axl Rose)의 절규하는 보컬과 슬래시(Slash)의 기타가 곡에 얹히자, 서부의 들판에서 울리던 조용한 음악은 거대한 스타디움 록으로 변신했습니다.
https://youtu.be/dnFVzQ-jOMI?si=ct3oVaiy97IlOm5U
1992년 프레디 머큐리 추모 콘서트(Freddie Mercury tribute 1992)에서 웸블리 스타디움을 가득 채운 수만 명의 관중 앞에서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가 이 곡을 연주했을 때, 그 장면은 록 역사의 명장면으로 기록됩니다. 록 드럼이 강렬하게 들어가는 도입부라니 정말 심장 뛰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https://youtu.be/METOCZj0HGo?si=1Aq7TZ8nkoLkNVcX
에릭 클랩튼(Eric Clapton)은 1975년에 레게 리듬을 입혀서 완전히 색다른 버전을 발표해요. 다만 원곡의 무게감을 덜어버린 게 흠이라면 흠인데, 듣기는 좋습니다. 자메이카의 해변에서 햇살이 스며는듯한 느낌입니다. 가벼운 음악 좋아한다면 강추합니다.
https://youtu.be/WIT7_1hTZ0g?si=FkwBqCwsRh527bxP
1996년, 스코틀랜드의 한 초등학교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어린 학생들과 교사가 희생된 던블레인 학살(Dunblane Massacre)이 발생해요. 스코틀랜드 뮤지션 테드 크리스토퍼(Ted Christopher)는 밥 딜런에게 이 노래에 추모 절을 추가하고 싶다고 요청했고, 밥이 허락합니다. 공식적으로 가사를 변경하는 것을 허용한 몇 안 되는 사례 중 하나죠. 희생 아이들과 같은 마을에 사는 어린이들이 코러스로 참여한 버전은 UK 싱글 차트 1위에 올랐고, 수익은 전액 아동 자선단체에 기부됐어요.
https://youtu.be/2KQzQVREMbU?si=eysCAjZWdfBpscqr
2003년에는 폐암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뮤지션 워런 제본(Warren Zevon)이 생의 마지막 앨범 “The Wind”에 이 노래를 담았아요. 그리고 앨범이 발매된 직후 그는 세상을 떠났죠. 죽어가는 보안관의 독백을, 진짜로 죽어가는 뮤지션이 부른 건데, 이보다 더 가슴 아픈 커버가 있을까요.
https://youtu.be/euBuVh_BUe4?si=RZ1Za061Qn1OTIm6
원래 영화 삽입곡으로 태어났던 이 노래는 이후로도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 재사용됩니다. 죽음, 전쟁, 이별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감독들이 본능적으로 찾는 노래가 됐죠.
1997년 독일 영화 노킹 온 헤븐스 도어(Knockin' on Heaven's Door)는 뇌종양 환자 마틴(Martin Brest)과 골수암 말기의 루디(Rudi Wurlitzer), 이 두 명의 시한부 선고를 받은 환자가 평생 한 번도 본 적 없는 바다를 보기 위해서 병원에서 탈출해 여행하는 내용을 그린 코미디 영화입니다.
영화의 끝은 우여곡절 끝에 두 사람이 바다에 도착하게 되고, 바다는 거센 바람과 파도가 일고 있습니다. 그 앞에서 두 사람은 데킬라를 마시며 바다를 바라보지만, 그 순간 마틴이 주저앉으며 그 자리에서 세상을 떠납니다. 그리고 루디는 그런 그를 잠시 바라봅니다. 하지만 그는 해줄 게 없습니다. 마치 먼저 떠나는 사람과 남겨진 사람의 모습 같습니다. 죽음 앞에서 남은 사람은 할 수 있는 일이 없죠. 그저 지켜볼 뿐입니다. 그리고 바람과 파도는 우리의 운명인 죽음처럼 또는 죽음 앞에 선 사람의 마음처럼 무섭게 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슬픈 장면에서 독일의 록밴드 Selig의 커버 버전이 흐릅니다.
마피아 보스의 "천국엔 주제가 하나야. 바로 바다지."라는 대사가 주는 여운과 슬픔을 넘어서 운명을 받아들이는 모습은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인생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코미디 영화에서 보기 힘든 연출력과 곡 선택으로 명화의 반열에 올랐죠.
https://youtu.be/irqihNYFXsU?si=GHlPj4ANcy8AJXsu
재미있는 기록도 있는데, 2007년에는 인도 실롱 가을 축제에서 1,730명의 기타리스트가 이 곡을 동시에 5분간 연주해 기네스 최다 기타 앙상블 기록에 도전하기도 했어요.
https://youtu.be/OFQRJoQyUrU?si=UsN9Cgp5RSu67hRs
밥 딜런 본인도 1974년부터 2003년까지 총 460회 무대에서 이 노래를 불렀어요. 그리고 2018년엔 이 노래의 제목을 따서 자신의 위스키 브랜드 Heaven's Door Straight Bourbon Whiskey를 출시했고, 2019년에는 내슈빌에 직접 증류소를 열었죠. 그만큼 이 곡은 밥 딜런 본인도 애착하는 곡입니다.
https://youtu.be/_Z28TQR5eJ4?si=oW7vUtBGti-GfSo5
딜런의 전기 작가는 이 노래를 "단순함"이라 표현했지만, 어쩌면 그게 핵심인지도 몰라요. 가사가 짧을수록, 멜로디가 단순할수록, 혹은 인생이라는 소설의 대사에 여백이 많을수록 사람들은 그 빈 공간에 자신의 이야기를 채워 넣을 수 있습니다.
처음 시작은 영화 속에서 죽음을 앞둔 보안관의 노래였지만, 그 후 투병 중인 뮤지션의 마지막 노래가 되고, 총에 맞은 아이들을 위한 추모곡이 되고,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평범한 누군가의 뜨거운 심장이 되었죠.
여백이 많은 이 곡을 통해서 천국의 문을 두드리는 건 영화 속 보안관만의 일이 아니란 게 증명된 셈이죠. 이건 우리 모두의 거부할 수 없는 운명입니다.
https://youtube.com/shorts/JsRegjsX690?si=KoTwiQk4LHrqXmil
비행기 안에서 즉흥적으로 쓴 두 절짜리 가사가, 반세기가 지나도록 인류의 어쩌지도 못하는 이별과 죽음이라는 슬픔을 담아내는 그릇이 되고 있습니다. 밥 딜런이 2016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군요. 멋진 음악에 감사할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