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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수업중 Apr 20. 2023

아들의 반성문

맞벌이 부부의 한계, 초보 아빠엄마

2021년 12월 어느날


아들의 반성문이다.


다그치는 아빠의 무서운 표정을 보면 더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다고 육아 유튜브, 책에서 많이 보았는데...

초보 엄마 아빠라 애가 어긋날까 봐 엄청이나 걱정이 났나 보다.

아빠가 애를 얼마나 달달 볶았는지, 반성문 속 아들의 다짐을 보면 아빠가 걱정하고 아빠가 요구하는 게 무엇인지 쉽게 알 수 있다.


그래도 착한 아들은 아빠가 원하는 얘기를 반성문을 통해서 들려준다. 그래야 아빠가 진정하고 더 화를 내지 않을 테니깐. 아들이 진짜 잘못을 깨닫고 아빠가 원하는 대로 바뀔지는 반성문 속의 다짐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바뀌는 게 없이, 반성문 횟수가 늘어나고,

아이는 문 닫고 방에 들어가 있는 시간은 늘어나고,

이제 곧 사춘기가 될 아이를 어떻게 교육시켜야 할지, 고민이다.


가끔 회사반차를 내고 집에 와서 학원 숙제를 옆에 앉아서 봐주기도 하고, 그러면 억지로 하기는 한다.

학원 마치는 시간에 픽업 가서 길거리 떡볶이 같이 사 먹으며 기분전환도 시켜주고 노력해 보지만..


맞벌이 부부의 한계다.


아이가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많다. 회사일로 바빠 내가 시간이 있을 때만 나타나 봐주거나, 진도 체크하는 방식은 오히려 아이의 리듬만 깨트리고 아이는 아빠가 봐줄때만 잘하면 되는 나름의 공식이 생긴다.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




21년 3월 6일 반성문

월요일 : 삼일절 / 화요일 : 기록삭제하는 법을 찾아봄 / 수요일 : 4교시부터 40분쯤 봄 / 목요일 : 1시간 넘게 봄 / 금요일 : 1시간 20분 넘게 봄


잘못한 점 : 아빠의 믿음에 배웅하는게 아니라 더 실망시켰음. 또 거짓말을 했음. 당당하게 말하지 못했음. 하고 싶을 때에는 말해야 하는데 용기가 없었음. 저번에 썼던 반성문처럼 행동하지 않았음.

아빠가 성인 대접해주려고 한 것 : 날 믿었음.

다짐 : 이제부터 어떤 일이 있어도 거짓말을 않하고 식탁에서 수 업을 듣겠다. 모든지 최선을 다하고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


21년 하반기 어느 날 반성문

8:38분에 일어남, 8:41분쯤에 컴퓨터 브롤스타즈와 카트라이더 영상을 2:00까지 봄. 사이에 12:45분쯤에 황소 합동의 성질을 예습하며, 12:50까지 황소를 함. 다시 6:00부터 8:35까지 봄.

아빠에게 거짓말을 했을 때 좀 찝찝했다. 기회가 날아간 후 후회 됐다. 이제부턴 공부한 시간만큼 진도가 나가 있고, 숙제를 게임 보던 시간에 열심히 할 거다.

잘못한 점 : ① 아빠한테 거짓말, ② 아빠가 기회를 주셨을 때 못 잡은 것 ③ 컴퓨터를 오랫동안 몰래 본 것 ④ 아빠의 믿음을 깨뜨린 것

다짐 : 다음부턴 내가 하고 싶은 것, 한 것을 꼭 말하겠다. / 거짓말을 않하겠다.


21년 12월 5일 반성문

나는 일요일에 친구들과 놀았다. 원래는 지호도 놀 계획이었는데, 지호는 영화를 봐야 한다며 놀지 못했다. 나는 친구들과 놀고 집에 들어와 반신욕을 했다. 그때 내가 핸드폰을 가지고 들어가고 싶다는 욕구를 못 이겨 핸드폰을 가지고 들어갔다. 그러다 엄마가 지호랑 오늘 안 놀았지?라고 물어봤다. 나는 핸드폰도 가지고 들어가서 혼이 날 것 같았던 나는 끝내 거짓말을 했다. 확실한 이유(증거)가 나와도 계속 우기기만 했다. 그러다, 끝내 인정을 했다. 그래도 거짓말을 했기에 혼이 나고 엄마에게 할 말을 했다. 그리고 엄마와 다음부터는 절대 안 그러겠다고 약속했다. 이번에는 최대한 노력하고 사실대로 얘기할 것이다. 계속 악순환을 반복하긴 싫기 때문이다. 다음부터는 사실대로 말하고 하고 싶은 것도 얘기하겠다. 그리고 만일 잘못한 일이 있으면 엄마나 아빠에게 먼저 얘기하고 당당하게 살겠다. 원래 심심할 때 메신저를 했는데 이제 책을 보고 운동을 하며 시간을 허투루 쓰고 낭비하지 않겠다.


21년 12월 어느 날 반성문

나는 오늘 또 거짓말을 했다. 자꾸 안 하려고 노력해도 초조하고 나에게 불리한 상황이 오면 자꾸 거짓만을 하게 된다. 이번이 몇 번째인지도 모르겠다. 이번에는 내가 생각해도 잘못한 일이 별로 없었는데... 왜 거짓말을 했는지 모르겠다. 지금 생각해 보니 후회된다. 저번에는 매일 7시간 정도 유튜브를 보고 밥 늦게까지도 봐서 잘못이 크기에 거짓말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빠가 여러 번 기회를 줬는데도 끝까지 거짓말을 하고 우기기만 했다. 미리 말하면 시간도 아끼고 덜 혼나고 좋았을텐데... 이번 계기로 나는 다른 사람을 속이고 거짓말을 하는 것은 무엇보다 나쁘다는 것을 알았다. 게임을 몰래 보는 것도 나쁘지만 더욱더 나쁘고 중요한 것은 거짓말을 안 하는 것이다. 법원에서도 같은 죄, 더 가벼운 죄도 자백해서 받는 벌의 크기와 우기고 있을 때 법원에서 밝혀진 벌의 크기는 엄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니 나도 노력을 해서 거짓말이 필요한 일을 만들지 않겠고 만약 일이 생겨도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


                                    서 약 서


   1. 이제는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

   2. 엄마, 아빠를 실망시키지 않겠다.

   3. TV 외 전자기기는 모두 엄마, 아빠 앞에서 사용하겠다.


                                  서명 :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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