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한국의 국방(기술)혁신은 어떤 방향으로 추진하는 것이 좋을까?
지난 12월 2일. 국회 예산협의 과정에서 전면 삭감되었던 경항모 예산이 결국 본회의를 통과했다. 비록 설계 예산 72억이긴 하지만 이를 토대로 해군은 2033년까지 3만톤 급 경항모 건조를 목표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의 경항모 도입은 비용적 측면의 논란을 차치하고도 군사적 효용성에 대한 이견 또한 팽배했다. 경함모가 북한의 위협에 효과적인 대응책이 아니라는 측과 동아시아 국제 정세를 감안할 때 한반도를 비롯한 먼 바다의 교역로 확보 등으로 작전지역이 확대 되어야 한다는 측이 맞서고 있는 것이다. 두 입장이 다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미중 패권 경쟁의 첨예한 대립 속에서 북한만을 타겟으로 한 한반도 중심 국방 전략이 아직 유효한지에 대해서는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
한국의 국방 전력은 휴전선을 마주하고 있는 북한과의 전면전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현대전의 양상은 플랫폼 중심에서 네트워크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고 SLBM과 잠수함의 발전, 위성을 통한 우주 경쟁, 사이버전 등은 전통적인 육상기반 전투의 지리적 한계를 소멸시킨다. 또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국방 인적자원의 축소는 AI와 로봇의 활용과 같은 국방 전략 선진화 요구를 높이고 있으며 미래의 국가 간 충돌은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 될 확률이 높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한반도 주변을 감싸고 있는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특히 미중 패권 경쟁의 불씨가 자칫 해상 교역로 봉쇄로 튀게 될 경우 해상무역에 국가 경제의 상당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한국은 치명타를 입을 수 있게 된다. 즉 북한에 한정돼 있던 작전의 범위를 한반도뿐만 아니라 국력이 미치는 관련지역까지 확대 시켜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고 국제질서 유지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국제사회에서 지위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국방전력의 과학화를 통한 전략의 확대가 필수적이다.
미래 전쟁은 지상, 해상, 공중 뿐만 아니라 우주, 사이버 상에서 벌어지는 5차원적 전쟁으로 확대 될 전망이다. 이에 더해 네크워크 중심전, 정밀타격전, 신속기동전, 비화약전, 비살상전, 무인로봇전, 정보 및 사이버전, 비대칭전, 비선형전, 병행전 과 같은 새로운 방식으로 전쟁양상이 변화하고 있다. 이 모든 전쟁방식의 공통점은 정보 네트워크가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적을 보다 정확하게 식별, 감지, 추적(Sensor)하고 전투 단위들을 엮어주는 네트워크는 다양한 무기체계(Shooter)로 다양한 목표물(Target)을 정밀 타격할 수 있게 된다. 이에 AI와 무인 로봇이 더해지면 이미 정보화된 전쟁(informatized)을 지능화된(intelligentized) 전쟁으로 전환시켜 상대를 초기에 무력화 시킬 수 있다. 이는 핵무기의 위력과 유사하다.
한국이 북한에만 매달려 있는 동안 21세기 세계 안보의 지형이 바뀌고 있다. 또 과학기술의 발전은 전쟁의 양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한국은 특히 병역자원 대상인 20~24세 인구가 급속히 줄고 있어 2022년까지 육군 병력 약 10만 여명 이상 감축이 예상된다. 이제 과감히 기존의 틀을 깨고 국방력의 첨단화를 시작해야한다. AI와 무인로봇을 인간이 통제 가능한 범위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이를 운용할 소수정예 엘리트 인적병력을 양성해야 한다. 경항모와 SLBM 및 잠수함 능력을 발전시켜 해양 주권 강화에도 힘써야 한다. 인공위성 등을 활용해 현대전의 핵심인 정보전에 대한 대응도 강화해야 한다. 평화는 결코 공짜가 아니다. 핵무기와 같은 신기술 하나가 전체 전쟁의 양상을 바꿀 수 있음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