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이제 결정했다(진학 및 진로)"
알립니다.
본 글은 저와 개인적으로 '51주 챌린지'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올린 이야기를 당사자의 동의 하에 공유합니다. 실제 발달장애 당사자가 자신의 관점으로
사회이슈와 일상을 여과없이 드러낸 이야기인 만큼 편견없이 봐주시길 권합니다.
이제 네 번째 시간이네요. 결국 어떤 곳으로 진학하기로 했을까요?
(지난 3화: https://brunch.co.kr/@johntony/364 *응원하기-후원-도 부탁드립니다)
마침내 대구대와 방통대 중에서 진학을 결정하는 날(2024년 1월 25일)이 되었습니다. 누군가는 행복한 고민만 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실제로는 그런 것만도 아니었답니다! 한편으로는 둘 중에서 하나만 선택해야 하기에 최종 결정을 앞두던 전날 밤에 두 차례나 깰 정도로 잠을 이루기가 어려웠어요.
제가 2022년 하반기에 우울증과 공황장애 판정을 받은 후 직장을 잠시 휴직할 때의 일입니다. ‘제2회 오티즘엑스포’에서 주제 발표자로 참여하여 저의 사회생활 적응 및 취업 연대기를 다뤘습니다. 지금도 성인 자폐성 장애인 당사자가 코스피 상장사의 정규직으로 들어간 사례가 매우 드뭅니다. 그래서 청중들(당사자, 당사자 가족, 복지, 기업 관계자 등)이 관심 있게 들어주셨던 게 생각이 나네요. 한편으로는 누군가의 멘토가 되었다는 뿌듯함을 경험했어요. 이일을 계기로 사회복지 진학을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발달장애인의 경우 대학원 진학을 포함한 여러 중요한 일들을 준비하기 위한 자산 형성이나 금전 관리에서 어려움을 겪는다고 합니다. 저는 그 이유가 세 가지라고 봅니다.
첫 번째로, 당사자의 자산 형성을 어렵게 만드는 급여가 많다는 겁니다. 심지어 워크투게더를 보면 월 실수령액 100만 원 미만이거나 주 15시간의 일자리도 있습니다. 과연 이러한 조건에서 일하는 발달장애인 1인 가구가 안정적으로 살 수 있을까요? 그리고 동시에 원하는 꿈(예를 들면 대학원 석사·박사 과정 진학)을 이뤄나가는 것이 가능할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장애연금을 받을 수 있는 유무를 떠나 올해 기준 1인 가구의 중위소득인 222만 8,445원에 다소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고요. 인간답게 살아가면서도 자산 확대 및 미래를 위한 약간의 재테크까지 하면 이 임금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로, 일자리를 어렵게 잡았어도 일자리의 지속성이 떨어지는 문제도 많습니다. 워크투게더의 채용공고를 살펴보면 정규직보다는 계약직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고요. 6개월 미만의 계약직 일자리도 심심찮게 보입니다. 한편으로는 이런 이야기도 있더군요. 발달장애인이 주 30~48시간 근무의 정규직,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으로 일하면 주변에서 부러워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세 번째로, 아직도 발달장애인의 금융교육이 부족하다고 느낍니다. 그리고 금융거래하는 부분을 어려워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얼마 전에 친하게 지내는 동생이 저한테 금융거래하는 부분이 어렵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 그리고 모바일뱅킹을 아직 사용한 경험이 없다는 이야기까지 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당사자가 이해하기 쉬운 금융 접근성뿐만 아니라 사용이 쉬운 금융 인프라, 금융거래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립의 시작은 금융교육, 돈 관리라고 하지요. 앞으로 발달장애인의 금융교육이 많아져서 자산을 형성하여 미래를 설계하는 일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5년 8개월간 구성원으로 있었던 직장을 떠나면서 퇴직금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마저도 재취업을 일정 기간 하지 못하면 어느 정도 한계가 있습니다. 게다가 자차를 소유하면서 대출금을 갚아나가면 고정비용이 더 많이 나가므로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습니다.
다시 사회생활을 하더라도 한동안 전에 있었던 곳과 비슷하거나 더 낮은 임금으로 생활해야 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지출해야 할 부분과 기회비용도 잘 따져봐야 합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많은 고민이 생겼습니다. 왜냐하면,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편입에 합격했다는 통보를 오전 9시에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방통대보다 대구대가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 이유는 두 가지인데요.
첫 번째로, 전문성과 공신력을 높일 방법은 바로 석사 진학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2023년 이후 ‘직장 내 장애인 인식 개선교육 전문 강사’와 ‘장애인인식개선지도사 1급’을 취득했지요. 그래서 한편으로는 사회복지학 석사와 사회복지사 2급을 동시에 취득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사실 학기당 등록금이 300만 원이 넘어가는 부분은 부담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국내에서 예전부터 사회복지, 특수재활 분야에서 많이 알아주는 곳이어서 미래가치도 따져 볼 필요도 있더라고요.
두 번째로, 더욱 호감이 갔기 때문입니다. 장애인 친화로 유명한 것도 있지만, 바로 직원이 보여준 응대가 더 큰 역할을 한 셈이었습니다. 작년 7월 중순에 예약제인지 모르고 같은 대학의 동기인 J모 군(사회복지 전공자)과 함께 점자 출판 박물관을 찾았습니다. 아쉬운 걸음으로 발길을 돌릴 뻔했지요. 다행히 직원이 사정을 들은 후 문을 열어주셔서 전시자료를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더욱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대구대에 대한 좋은 경험이 생겼습니다.
제가 결정을 내리기 직전에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회복지 쪽으로 진학 예정이라는 이야기를 여러 친구와 지인에게 하니 응원과 격려가 많았던 게 떠올랐고요. 그리고 다른 지인도 “4년제 대학을 졸업했으면 다시 학사과정을 밟지 말고 석사과정을 졸업하는 게 이득이야”라고 말했던 부분이 생각났습니다.
다행히도 오후 3시 45분에 결정했습니다! 그 순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요. 이제 어디로 진학하기로 했을까요? 바로 대구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특수대학원) 석사 진학이네요. 등록금과 입학금을 내고 나니 이제 대학원생이 된다는 게 서서히 느껴지더라고요. 다가오는 2월 말에 있을 대학원 오리엔테이션과 오는 3월에 시작하는 석사과정 시작이 기다려집니다.
어떻게 보면 이번 대학원 석사과정 진학 결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어렵게 결정하고 곧 있으면 가게 되어 감회가 새롭기도 하고요. 약 13년 반 전부터 대학원 석사과정 진학을 생각해 왔는데, 그 사이에 여러 변화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경제적인 부분과 여러 여건상 기회가 닿지 않아 생각보다 오래 걸리기도 했고요.
어렵게 결정한 만큼 후일에도 좋은 선택이 되었으면 합니다! 앞으로 더욱 지켜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