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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윤채(가제)]

5화 "대구·경북권 광역이동권에 대한 생각들1(이동권)"

알립니다.

본 글은 저와 개인적으로 '51주 챌린지'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올린 이야기를 당사자의 동의 하에 공유합니다. 실제 발달장애 당사자가 자신의 관점으로
사회이슈와 일상을 여과없이 드러낸 이야기인 만큼 편견없이 봐주시길 권합니다.

어느덧 다섯 번째 시간이네요.

설 연휴가 다가옵니다. 여러분은 이번 연휴 때 어떻게 이동하실 건가요?


저는 직접 운전하여 이동할 예정인데요.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작년 추석 연휴 때 4,029만 명이나 이동했습니다. 저는 연휴 때마다 집에만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집이랑 편도 30km 이상 떨어진 지역으로 이동합니다. 그리고 가족들이나 사람을 만나서 시간을 보냅니다.


그런데 아직도 많은 장애인이 명절 때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광역 이동이 어렵거나 하지 못하는 현실이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특별히 5회부터 7회까지 걸쳐서 대구·경북 광역이동권에 대한 생각들을 연재합니다. 오늘 첫 시간으로 시내버스와 시외버스, 고속버스 이동과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국내 장애인 이동권 개선을 위해 지난 2005년 1월에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이 제정되었습니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이동 편의 증진 5개년 계획을 세워서 저상버스와 특별교통수단 도입을 의무화했습니다. 여기서 국토교통부가 규정한 교통약자는 장애인, 고령자, 임산부, 영유아를 동반한 사람, 어린이 등 일상생활에서 이동에 불편을 느끼는 사람입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2022년 발표한 ‘교통약자 이동 편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교통약자는 국내 전체 인구의 약 30%인 1,551만 명에 달합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저상 시내버스만 하더라도 휠체어 리프트가 있어 장애인의 이동이 편리하죠. 그런데 주위를 관심 있게 살펴본다면 어린이, 노인 등을 포함한 이용객의 승·하차가 편리하므로 모든 사람을 위한 교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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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현재 우리의 장애인 이동권은 어떨까요? 아직도 개선할 부분이 매우 많습니다. 저상버스는 대부분 복지시설이나 시내버스로 한정되어 도입되어 있고요. 대중교통의 광역 이동권(학점으로 친다면 시외·고속버스는 F 학점)은 아직도 다소 불편합니다. 결과적으로 ‘UN 장애인 권리협약’ 제9조 접근성을 위반하는 부분입니다. 추가로 해당 부분을 보면 장애인의 자립적 생활과 완전하고 평등한 사회 참여가 전제조건입니다.


그리고 건물, 도로, 교통 및 학교, 주택, 의료시설 및 직장을 포함한 기타 실내·외 시설도 적용된다고 나와 있습니다. 또한 지난 2014년 10월에는 ‘UN 장애인 권리위원회’에서 대한민국 정부에 장애인이 ‘모든’ 대중교통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라는 권고를 내렸습니다. 이처럼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이 신설되었음에도 비수도권의 경우 아직 대중교통 확보나 편의 제공 부분에서 다소 미흡합니다. 제가 살고 있는 대구, 경북지역을 예로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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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대구의 시내버스를 살펴보지요. 경북보다 이동이 조금 더 낫지요. 배차 시간도 짧은 편이고, 거리를 보면 저상버스도 어느 정도 보입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에서 나온 ‘2021년 교통약자 이동 편의 실태조사 연구보고서’ 자료를 보면 저상버스 비중이 37.5%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실은 빛 좋은 개살구라고 하네요. 어느 한 네이버 블로거의 이야기를 보다가 휠체어 리프트가 달린 저상버스의 승차 거부가 생각보다 많다는 현실이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어떻게 보면 대구만의 문제는 아니겠네요.


그러면 경북지역 시내버스는 어떨까요? 일부 지역을 빼면 열악한 편입니다. 특히 중·북부 지역과 군 지역은 시내, 읍내지역을 제외하면 배차 시간이 30분 이상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동할 때 자차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편합니다. 제가 문경에 있었을 때도 그랬습니다. 시내 지역을 제외하면 배차간격이 30분 이상인 경우가 많았고, 어떤 경우엔 이동하는 시간보다 대기하는 시간이 더 많을 때도 종종 있었습니다. 그래서 시간 및 비용의 효율적인 활용 및 생활과 여러 활동을 원활하게 하려면 자차 이용이 필수라고 많이 느꼈을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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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다른 시도 지역보다 저상버스의 비중이 적은 편이라 교통약자의 시내버스 이용이 불편한 경우가 많습니다. 국토교통부의 ‘2021년 교통약자 이동 편의 실태조사 연구보고서’ 자료를 보면 17.3%였습니다. 그동안 경북 노선버스업체들이 저상버스 도입을 외면한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현재 국내에 도입된 저상 시내버스는 대형 차량이 대부분인데요. 도심을 제외하면 노면 굴곡이나 과속방지턱이 많은 편이라 도로 환경에 적합하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비용 문제도 있습니다. 물론 일반 고상형 시내버스보다 최저 지상고가 낮아 교통약자가 이용하기 좋은 건 알지만, 지자체 예산지원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도입이 늦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일반 고상형 시내버스보다 차량 가격과 정비 비용이 더 비싸서 도입도 어려웠지요.


그래도 반가운 소식이 있다면 바로 2027년부터 저상버스가 의무화될 예정이라는 겁니다. 제4차 교통약자 이동 편의 증진계획(건설교통부 자료)을 보면 2026년까지 저상버스 도입을 버스 대수의 62%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작년 1월 19일부터 도로 구조상 투입이 불가능한 노선을 제외하고 시내버스(일반), 농어촌버스(일반), 마을버스 대 폐차 시 저상버스 출고가 의무화되었어요.


시내버스와 농어촌버스 중 일반좌석, 직행 좌석, 광역 급행은 자동차전용도로 운행이 가능한 좌석형 저상버스의 연구용역이 종료되는 2026년까지 한시적인 고상 버스 도입이 가능합니다. 다만, 장애인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의 이동권 개선에 많은 역할을 하는 저상버스의 올해 도입 예산이 작년보다 11.6%, 220억 원 정도 삭감된 부분은 매우 아쉽습니다.




이제부터 대표적인 광역 이동 수단인 시외·고속버스도 살펴보겠습니다. 2014년부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서 총 스무 차례 이상의 시외 이동권 투쟁을 진행한 교통수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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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부터 2021년 6월까지 휠체어 탑승 설비를 갖춘 고속버스 10대를 잠시 시범 운영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운영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 부분은 잠시 후에 살펴보지요. 사실 휠체어 고속버스 시범 운영까지의 과정은 정말 험난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4년 4월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시외 이동권 보장을 촉구한 일이 서울 강남터미널에서 있었습니다.


당시 시위참여자들이 고속버스표를 산 후 버스에 승차하려고 했지요. 그런데 경찰에서 이를 가로막고 최루액을 뿌려 해산시켰습니다. 당시 휠체어 리프트가 설치된 시외·고속버스가 하나도 없던 시기에 장애인의 광역 이동권, 시외 이동권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외면한 당국과 최루액을 뿌린 경찰의 대응은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2014년 9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휠체어 사용 장애인이 고속·시외버스 이용에서 배제당하고 있는 부분을 중대한 문제로 봤습니다. 그래서 직권조사를 결정한 후 해당 사항을 조사했습니다. 그리고 2015년 5월 7일에 고속·시외버스에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이 탑승할 수 있는 승강 설비를 갖추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하는 부분을 국토교통부 장관에 권고했습니다. 뒤이어 2015년 7월 10일에는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 요구를 법원이 처음으로 받아들인 판결도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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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2017년부터 서서히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2017년 4월에 국토교통부에서 2019년 가을 도입을 목표로 “휠체어 이용자가 탑승 가능한 고속·시외버스 개조 차량 표준 모델 및 운영 기술 연구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뒤이어 2018년 1월 30일 국회에서 의미 있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바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 일부 개정안이 통과된 일이었습니다.


장거리 노선버스 운송 사업자가 휠체어 탑승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고요. 휠체어 탑승 장치도 단계별로 설치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지원 근거도 마련되었지요. 이외에도 교통약자 이동권 증진을 위한 민관협의체 회의를 2017년 말부터 2018년 중반까지 네 차례에 걸쳐 진행하는 노력 등이 있었습니다.


마침내 2018년 9월 19일 국토교통부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서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 정책’이 발표되었습니다. 휠체어 탑승가능 고속·시외버스가 교통약자 이동수단에 대한 새로운 정책 과제로 포함되었지요. 이후 2019년 10월 28일에 휠체어 탑승 가능 고속버스의 시범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많은 기대도 있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실망스러웠습니다. 왜냐하면, 이용률이 저조했습니다. 그 이유는 다른 운송 수단과의 연계성이 부족한 점과 한정된 차량 시간 서울~당진 노선이 시험운행에서 이용률이 가장 높았지만, 이마저도 두 달에 1명만 탄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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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현재 국내의 시외·고속버스 중에서 휠체어 리프트를 운영하는 노선은 하나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버스의 휠체어 리프트를 작동시키는 데에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걸립니다. 적어도 버스 출발 20분 전에 나와야 탈 수 있고요. 저조한 부분도 있었고요. 기존 버스를 개조해 휠체어 리프트를 설치한 탓에 고장이 잦았습니다. 이외에도 이를 운용하기 위한 별도의 기사 교육도 필요해 운행회사 사이에선 불만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장애인의 버스 광역 이동권과 관련된 소송은 진행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 2014년 3월에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와 교통약자 여러 명이 원고로 나선 일이 있습니다. 2014년 당시 시외버스나 고속버스에 저상버스 또는 휠체어 승강 설비가 도입되지 않아 교통약자의 시외 이동권이 제한되고 있다며 국가, 국토교통부 장관, 서울특별시장, 경기도지사, 금호고속, 명성운수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지요.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2015년 7월에 있었던 1심 판결에서 일부 승소했습니다. 장애인을 위해 고속버스와 시외버스에도 휠체어 승강 설비를 마련해야 한다는 판결이었는데요. 다만, ‘UN 장애인 권리협약’ 제9조 접근성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국가와 지자체에서는 책임질 필요가 없는 부분은 아쉬움이 있습니다.




이외에도 2017년 12월부터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정부와 광주시, 금호고속을 상대로 제기한 이동권 보장 소송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재판이 유사 소송의 대법원판결을 기다리기 위해 중단되었다가 작년 3월에 재개되었지요. 그러나 아직도 판결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버스 운송사(금호고속)가 재판에 불성실하게 임하는 등 이유로 지연되어 논란이 있었지요.


결국 버스 교통은 장애인을 포함한 모두를 위한 교통이 되어야 합니다! 모두의 이동권이 있어야 삶의 질, 만족도가 더욱 나아지지 않을까요? 언젠가 장애인, 어린이, 유아, 노인, 임산부 등과 같은 교통약자들이 안전하고 시간, 공간의 제약을 덜 받는 양질의 이동이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다음 2편은 버스와 더불어 비교적 많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인 택시와 특별이동수단을 다루겠습니다. 모두 설 연휴 잘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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