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대구·경북권 광역이동권에 대한 생각들2(이동권)"
알립니다.
본 글은 저와 개인적으로 '51주 챌린지'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올린 이야기를 당사자의 동의 하에 공유합니다. 실제 발달장애 당사자가 자신의 관점으로
사회이슈와 일상을 여과없이 드러낸 이야기인 만큼 편견없이 봐주시길 권합니다.
어느덧 6회차네요. 모두 설 연휴는 잘 보내셨나요? 먼저 독자 여러분께 양해를 구하려고 합니다. ‘대구·경북권 광역이동권에 대한 생각들’을 2회까지 연재하려고 했으나 예상보다 길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예정보다 한 회를 더 연장하여 다음 회차까지 이어집니다.
지난주에는 국내 장애인 이동권 이야기로 시작하여 제가 있는 대구·경북 지역의 시내버스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뒤이어 대표적인 광역 이동 수단인 고속/시외버스 이동권 이야기도 다뤘지요. 지난 2019년 10월부터 2021년 6월까지 휠체어 리프트가 장착된 버스를 시범 운영했으나 아쉽게도 현재는 운영을 중단했습니다. 그리고 장애인의 버스 광역 이동권과 관련된 소송은 현재진행형이라고 이야기를 드렸습니다.
오늘은 ‘대구·경북권 광역이동권에 대한 생각들’ 두 번째 시간으로 특별교통수단, 택시 이야기입니다.
특별교통수단은 어떤 것일까요? ‘교통약자의 이동 편의 증진법’에서, 이동에 심한 불편을 느끼는 교통약자의 이동을 지원하기 위하여 휠체어 탑승 설비 따위를 장착한 차량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보통 카니발, 스타리아, 그랜드스타렉스를 주로 운영하고요. 얼마 전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에 문의한 결과로는 2023년 12월 말 현재 199대(나드리콜 소속 차량)가 운영 중이라고 합니다.
택시는 일반 택시뿐만 아니라 교통약자 콜택시도 있습니다. 대구는 2023년 12월 말 기준으로 교통약자 개인택시 316대를 운영 중이고요. 경북은 구미에 경북광역이동지원센터가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 별도의 콜택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포항시는 자체적으로 ‘동행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구의 특별교통수단, 교통약자 콜택시 ‘나드리콜’에 관련된 저의 에피소드를 잠시 소개해드립니다. 제가 지난 2014년 경북대학교 북문 쪽에 살았을 때였습니다. 보행이 가능한 성인 자폐성 장애인 당사자가 서비스를 신청해도 ‘나드리콜’을 이용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코스트코홀세일 대구점에서 장을 본 후 저의 자취방으로 이동할 때 이용한 경험이 몇 차례 있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택시와 특별교통수단의 장점은 이렇습니다.
먼저 시내버스보다 이동시간이 다소 줄어듭니다. 시내버스는 급행버스나 이용객이 적은 경우를 제외하면 정류장마다 서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집 근처로 지나는 대구 814번 시내버스(수성구 범물2동 진밭골~대구대학교)로 이동하면 편도로 2시간 가까이 걸립니다. 물론 배차 시간이 짧은 부분과 교통비가 가장 적게 드는 점에선 좋죠. 반면에 택시나 특별교통수단을 이용하면 도로 상황에 따라 차이는 있겠으나 빨리 가면 40분, 많이 걸리면 1시간 만에 닿을 수 있으므로 시간 절약에 도움이 됩니다.
그 다음으로 더욱 편안하게 갈 수 있는 부분이라고 봅니다. 때로는 매우 급한 상황인데, 운전하기 어려운 경우에 좀 더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고, 이동 중에 자투리 시간을 더욱 알차게 쓸 수 있는 부분은 좋습니다. 이외에도 미리 교통약자 콜택시나 특별교통수단을 예약하여 이용하면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아진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많다고 느낍니다. 택시는 많아도 아직 교통약자 콜택시, 특별이동수단은 부족하지요. 그래서 자기 차량이 없을 땐 어쩔 수 없이 교통비가 많이 나오는 일반 택시를 이용해야 할 때도 생깁니다. 특히 밤 10시 이후의 심야 이동이 있거나 급하게 자주 이동할 일이 많을 때 교통비 부담이 큽니다.
먼저 아직도 다른 지역으로 넘어갈 때의 이동이 상당히 불편합니다. 특히 중소도시의 경우엔 여러 인프라가 좋지 못하다 보니 광역 이동이 많을 수밖에 없지요. 여기에서 두 가지의 사례를 들어보려고 합니다. 먼저 상급종합병원과 의료 부분이 잘 되어 있는 대구랑 반대로 경북은 의료 시설이 열악합니다. 지난 2022년 12월에 국립중앙의료원에서 발간한 ‘2022년 공공보건의료 통계’를 살펴보면 지난 2021년 기준 환자가 거주하는 광역시·도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한 비율(지역 내 이용률)이 경북은 0%였습니다.
도내 상급종합병원이 없어 모든 환자가 다른 시도(대구, 서울)로 원정 진료를 받으러 가는 경우가 많다는 자료가 있을 정도로 광역 이동 수요가 많지요. 예를 들면 경북은 장애인구강진료센터가 없습니다. 그래서 장애인구강진료센터에서 치과 진료를 받으려면 경북대 치과병원에 있는 대구권역 장애인구강진료센터로 가야 합니다. 또 2022년 4월에 “지하철도 없는데…더 묶인 비수도권 ‘장애인의 발’"이라는 기사가 나온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이 기사에서 조한진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님은
“사실상 지방에 거주하는 장애인들은 평생을 행정구역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라고 언급하셨죠. 지금도 중소도시의 중증장애인은 대중교통과 광역 이동권에서 불편함을 많이 겪고 있습니다. 중소도시의 경우엔 승용차와 고속/시외버스로 이동하는 비중이 높은 편입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하여 고속/시외버스 이용이 불편해졌다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아예 문을 닫는 시외버스터미널도 속출했습니다.
여기에 지방 소도시 시외버스의 감축운행과 노선 폐지가 이어지니 차가 없는 경우엔 장애인 광역 이동권에 제약받을 수밖에 없어 문제가 되었지요. 그나마 다행인 건 작년 7월에 장애인 특별교통수단의 광역 이동과 특별교통수단 24시간 운행 의무화가 포함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 시행령 개정이 발효되었다는 겁니다. 그러나 아직 개선할 부분도 많으므로 서비스 개선을 확실하게 체감하려면 시간이 다소 걸릴 겁니다.
또 있습니다. 일반 택시를 이용하는 것보다 자차 이용이 오히려 저렴하다는 겁니다. 카카오맵의 최적경로를 기준으로 대구 두산성당부터 대구대 사회복지대학원까지의 거리는 27.6km(편도기준)입니다. 일반 택시를 이용하면 적어도 32,500원 이상이 나옵니다. 반면에 나드리콜을 이용하면 6,000원 안팎으로 나오고요. 만일 복합연비 13km/L인 제 차를 이용하면 3,500원(휘발유 리터당 1,615원 기준, 범안로 통행료 면제) 정도 나옵니다.
작년 하반기 이후 대기시간이 더 길어진 부분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작년 12월 19일에 대구 KBS 뉴스에서 보도된 내용을 일부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나드리콜' 운행 범위 확대(2023년 7월 군위, 2024년 경북 전 지역 및 경남 창녕으로 확대) 및 작년 하루 평균 이용 건수도 16% 늘었습니다. 그런데도 차량은 199대, 10%밖에 늘지 않아 문제가 생겼지요. 대구 '나드리콜' 휠체어 이용자의 대기시간은 2023년 초에 22분대였습니다. 그런데 10개월 만에 29분대까지 늘어난 사례가 있습니다.
이외에도 심야 시간대에 제때 이용하기 어렵거나 불가능하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경북 부름콜의 경우 관외 지역(대구·경북) 운영시간이 6시부터 22시까지로 나와 있더군요. 이외에도 출·퇴근 시간대에 예약하여 이용하는 것이 불편합니다. 적어도 하루 전에 예약해야 출·퇴근 시간대에 이용하기가 그나마 나을 정도지요.
올해 들어 지역에서 장애인 광역 이동과 관련된 반가운 소식이 있었습니다. 대구시에서 올해 말까지 나드리콜 택시의 법정 대수를 맞추고 차고지도 재배치해, 교통약자의 대기시간을 줄여나가겠다고 밝혔고요. 지난 2월 18일에는 오는 5월 초 운영 개시를 목표로 ‘나드리콜’에 법인 택시 26대를 투입하기로 했습니다.
최종 선발된 법인 택시는 올 연말까지 시범 운영 후 평가를 통해 지속 및 확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대구시에서 밝혔습니다. 한기봉 대구시 택시물류과장은 "서비스 품질을 유지한다는 전제하에 법인 택시에도 나드리콜 참여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지요. 일부 법인 택시까지 이용이 확대되면 대기시간 감소 및 편의가 증대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외에도 경북에서도 24시간 운영으로 확대되거나 교통약자 콜택시, 특별교통수단이 증대되었다는 소식도 있었습니다. 이번 2월부터 구미시에서 특별교통수단(부름콜)뿐만 아니라 바우처 택시 100대를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고요. 성주군은 운행 시간이 연중 24시간으로 확대되었다고 합니다.
그 외 특별교통수단, 교통약자 콜택시에 바라는 부분이 있다면 차량 및 기사 확보와 더불어 이동권 확대를 위해 출·퇴근 시간과 야간시간의 광역 이동이 편해졌으면 하고요. 예약 후 대기시간도 최대 30분으로 줄어서 더욱 빠른 이동이 가능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동권이 개선되면서 여러 골목길 진입이 쉬운 중·소형 특별교통수단 도입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회차에서는 대구·경북의 철도, 대구도시철도, 올 연말에 1단계 구간(구미~경산)이 개통되는 대구 광역권 철도 이야기를 할 겁니다. 다만, 지역 내에서 많이 이용하는 대중교통 위주로 넣었기 때문에 제주나 울릉도, 독도 이동을 제외하면 비중이 적은 항공 및 선박을 이용한 광역 이동은 제외한 부분은 참고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다음 편을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