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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윤채(가제)]

11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관한 생각과 일자리 개선 방안"

알립니다.

본 글은 저와 개인적으로 '51주 챌린지'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올린 이야기를 당사자의 동의 하에 공유합니다. 실제 발달장애 당사자가 자신의 관점으로
사회이슈와 일상을 여과없이 드러낸 이야기인 만큼 편견없이 봐주시길 권합니다.

‘장애인의 날’ 혹은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이 다가옵니다. 장애를 극복한다는 관점은 장애를 역경과 불행상태로 단정 짓고, 나아가 차별로 이어질 우려가 있어 비판적으로 볼 수 있기에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이라고 하기도 한다네요. 이번 시간에는 매주 월요일(해당 요일이 휴일이면 다음날에 올라오는 경우가 많음)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카카오톡 채널에 올라오는 채용 정보 및 훈련 정보에 관한 생각과 개선 방안을 적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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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이나 이직을 준비할 때 고용노동부의 지방고용노동관서 혹은 워크넷에서 도움을 받은 경험 다들 있으실 겁니다. 장애인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워크투게더(고용노동부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운영하는 장애인고용포털)로도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저는 2012년 여름부터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도움을 받았고요.


2012년 여름 / 대학 마지막 학기를 앞두고 구직활동을 할 때 처음으로 도움을 받음
2013년 상반기 / 수습 직원으로 두 차례(대구 새한정밀인쇄사, 청주 고속도로 나들목 요금소)의 사회생활을 잠시 경험함
2013년 7~8월 / 대구지사에서 취업성공패키지를 안내받음
2013년 8월 / 평소에 요리하는 부분을 좋아했고 기술 자격증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제과제빵’으로 패키지교육을 받기로 함
2013년 9월~2014년 3월 / 취업성공패키지로 ‘제과제빵’을 교육받음(2013년 9월부터 2015년 5월까지 ‘제과제빵기능사’ 필기·실기 준비)
2015년 5월 7일 / 마침내 ‘제빵기능사’를 취득함
2017년 5월~2018년 2월 / 당시 문경 생활에 대한 회의감이 강하여 취업 알선을 받은 기간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알선해 준 일자리의 양과 질은 생각보다 실망스러웠습니다. 특히 고등교육을 받은 당사자가 기대하는 임금 수준(2017년 당시 생각했던 최소 급여는 세전 기준으로 연봉 2,000만 원·이해 최저임금은 월 209시간 기준 - 월 135만 2,230원)까지 미치지 못한 경우도 많았고요. 그다음으로 채용 공고를 보면 비정규직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근무시간과 복리후생에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이뿐만이 아니라 지역별 채용공고를 보면 간혹 일부 업종(생산직·단순노무직·미화 등)에 편중되는 부분도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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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5월부터 2018년 2월까지 더 나은 일자리를 위해 공단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때로는 도움이 되기도 했으나 오히려 실망스러웠던 부분이 더 많았습니다. 알선받은 일자리는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이 더 많았습니다. 그래서 생각했던 부분과 달라서 좌절한 적도 있습니다.


그리고 제 명의로 된 차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재테크가 가능한 급여까지 받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을 정도로 현실의 벽(임금 수준)이 생각보다 높았습니다. 한편으로는 공단에서 계속 장애인 일자리를 개발하고 있으나 아직도 장애 당사자의 의견이 반영되지는 못한 느낌이 들었고요. 기업이나 공공 위주로 일자리를 개발하는 부분이 강하다고 느꼈습니다. 게다가 고용의 양과 질을 다 잡지 못한 부분도 아쉬웠습니다.


먼저 매주 카카오톡 채널에 올라오는 채용·훈련 집중 탐구에서 채용은 4~5곳, 훈련은 2~3곳 정도 올라갑니다. 그런데 카카오톡에 올라오는 채용 및 훈련 정보를 보면 정규직, 무기계약직보다는 계약직(기간제)이 훨씬 많았던 부분이 아쉬웠습니다. 실제로는 채용 및 훈련 공고가 더 많으나 카카오톡에 소개하기엔 분량이 매우 많아 일부만 소개된 점도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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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의 질 문제도 있습니다. 여러 통계 자료를 보면 장애인이 비장애인보다 일자리의 질이 좋지 못하다고 나오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2023년 상반기 장애인 경제활동 실태조사’(2023년 11월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 발간) 27~28페이지를 보면 2023년 상반기 기준으로 15세 이상의 장애인 임금 근로자의 67.3%가 비정규직이었습니다. 반면 전체 임금 근로자(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 형태별 부가조사 2023년 8월)는 37%만 비정규직이었습니다.


특히 일일(단기) 근로자와 시간제 근로자 비중이 전체 근로자보다 월등하게 높게 나왔는데요. 장애인 비정규직 근로자 중의 44.7%가 시간제, 10.3%는 일일(단기)이었다고 합니다. 이는 전체 임금 근로자보다 각각 2.54배(17.6%), 3.43배(3.0%)나 많은 수치입니다.



그다음엔 꼼수가 보이는 채용 공고도 있습니다. 특히 기간제 모집공고에서 볼 수 있는데요. 때로는 1년 미만 근로계약이면 퇴직금을 줄 의무가 없어서 꼼수로 근로계약 기간을 두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9개월(어떤 경우에는 3개월 인턴 후 9개월 계약직으로 진행), 11개월짜리 기간제 모집으로 채용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다음 지난 1년 사이에 여러 물의를 빚은 기업(C모 사, S모 그룹)이 채용 공고나 훈련 공고에 올라가는 경우가 있다는 겁니다. 해당 기업이 장애인 고용에 앞장서주는 부분은 고마운 일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고객이 기업을 성장시킨 원동력이기에 윤리적인 기업으로 거듭날 필요가 있습니다.


사례 첫 번째: 온라인 유통기업 C모 사 이야기 / 지난 2월 이후 M모 방송사에서 ‘근로자 블랙리스트’ 명단이 공개되어 많은 국민에게 충격을 안겨줬던 사례가 있습니다.


사례 두 번째: 식품과 제과제빵으로 유명한 S모 그룹 이야기 / 지난 2022년 10월 계열사 공장에서 근무하던 직원이 소스 배합기에 몸이 끼여 사망한 사고가 있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여러 차례 산업재해가 계속 일어나서 많은 논란이 있었죠. 게다가 이번에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뇌물공여 혐의로 계열사 대표이사가 구속 기소까지 간 일도 있었습니다.


채용 공고들을 살펴보니 부조화 현상이 생각보다 심하다고 느꼈습니다. 생계를 위한 임금과 노동조건뿐만 아니라 당사자가 원하는 일자리 등을 보면서 느꼈지요.


먼저 임금 부분입니다. 사실 여러 상황이나 장애 정도에 따라서 하루 4시간 근무 일자리가 필요한 건 맞습니다. 그런데 현재는 생각보다 많이 연봉 1,300만 원 미만의 주 20시간(주 5일 × 일 4시간) 미만을 일하는 일자리(초단시간 노동)가 보입니다. 과연 이 급여로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너무 주 15~25시간짜리 일자리 비중이 높아도 좋은 것도 아닙니다.


[현재 급여수준(2024년 최저임금 9,860원 기준)]

주 5일, 일 4시간 근무 / 최저 연봉 1,237만 원 수준(시급 9,860원 × 월 104.5시간)

주 5일, 일 5시간 근무 / 최저 연봉 1,550만 원 수준(시급 9,860원 × 월 131시간)

주 5일, 일 6시간 근무 / 최저 연봉 1,858만 원 수준(시급 9,860원 × 월 157시간)

주 5일, 일 8시간 근무 / 최저 연봉 2,473만 원 수준(시급 9,860원 × 월 209시간)


제가 생각하는 급여 수준은 바로 장애인의 경제활동(소비·저축 및 재테크)이 많아지면서 동시에 당사자 삶의 질 향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이 가능한 장애인 1인 가구가 의식주뿐만 아니라 자산증식·여러 경제활동·자아실현 등을 안정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연봉 2,000만 원(주 5일, 일 6시간 근무 조건)은 되어야 지금보다 인간답게 살아가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선된 급여수준(주 5일 근무 시 최저임금 10,500원 예시)]

주 4.5~5일, 일 5시간 / 최저 연봉 1,670만 원 이상(월 131시간/월 139만 원, 세전 시)

주 4.5~5일, 일 6시간 / 최저 연봉 2,000만 원 이상(월 157시간)

주 4.5~5일, 일 7시간 / 최저 연봉 2,350만 원 이상(월 183시간)

주 4.5~5일, 일 8시간 / 최저 연봉 2,700만 원 이상(월 209시간)


그리고 높아진 교육도 있지요. 1995학년도부터 장애인의 대학, 대학원 진학 기회가 많아졌습니다. 지난 20년 사이에 발달장애인과 정신장애인이 고등교육을 받는 사례가 늘었는데요. 특히 13년 전에 대구대학교 K-PACE 센터(발달장애인을 위한 고등교육기관)가 만들어진 이후 발달장애인의 고등교육 기회가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발달장애인과 정신장애인 위주로 하는 채용 공고의 다수는 일 4시간 근무인 경우가 많습니다. 한편으로는 이 부분이 아쉽더라고요. 왜냐하면, 일 6~8시간의 일을 무난히 버틸 수 있는 장애 당사자도 있고요. 각자마다 사회성, 사회생활 경험, 의사소통, 학습하는 방법 등에서도 많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장애인 일자리 개선 방안은 세 가지입니다.


먼저 한국장애인고용공단·한국장애인개발원 등이 기업 및 기관과 협력하여 장애인 일자리 개발을 하는 부분에서 박수를 보냅니다. 하지만 아직도 미흡한 부분이 다소 있습니다. 앞으로 장애인과 장애인 가족의 의견도 다소 참고하여 일자리를 개발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일자리 격차를 줄이는 것(장애인 일자리의 질과 양 모두 개선)과 더불어 경력단절과 채용의 부조화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필요합니다. 그렇게 되면 채용하는 기업과 공공기관 그리고 구직자 모두에게 좀 더 도움이 됩니다.


그다음 장애인 고용과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서는 지역 간의 일자리 격차를 줄이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전국 어디에서나 장애인이 원하는 일자리를 개발해야 할 의무도 있습니다. 장애인 당사자가 사는 지역에서도 원하는 일자리를 가지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해야 미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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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연령대 상관없이 장애인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일자리를 개발해야 합니다. 곧 다가올 초고령화 사회까지 대비하여 중·장년도 원하는 일자리(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임금·복리후생을 전제함)를 가질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 장애인 당사자가 일자리와 사회생활에 만족하고, 미래 노후를 위한 준비가 잘 이뤄진다면 장애인 당사자뿐만 아니라 국가로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관계자 여러분 물론 SNS 채널 운영도 중요한데요. 구직자와 각 기업이 함께 참여하여 양질의 일자리 개발도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카카오톡 채널도 좋은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챗봇 서비스를 통한 카카오톡 소통 채널로 더욱 구직자에게 가깝게 다가갈 수 있어야겠습니다.


공단의 인원을 추가 확충하여 각 구성원 간의 소통이 빠르게 진행될 필요도 있고요. 공단 지역별 지사에서도 추후 카카오톡 채널을 개설하여 지역 장애인에게 더욱 다가가려는 노력이 필요하겠습니다. 장애인의 경제활동과 사회참여도 많아져야 합니다. 이와 더불어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노동격차와 임금 격차가 줄어들어야 장애인 노동자의 삶의 질도 나아지겠지요.




앞으로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장애 당사자가 원하는 일자리도 개발하여 경력단절 문제와 일자리의 안정성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더욱 장애인이 더욱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는 일자리에서 일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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