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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재활교사 그녀(가제)]

제2화, 병원에서 이직 권유를 받다

알립니다.

본 글은 저와 개인적으로 챌린지를 목적으로 소통하며 나눈 이야기를
당사자의 동의 하에 공유합니다. 생활재활교사 4년차인 그녀 자신의 관점으로
현장의 일상을 가감없이 드러낸 이야기입니다. 많은 응원과 격려 바랍니다.

이용인 분들의 신고식을 마치고 나서 2~3개월쯤 있었던 일이다.


적응하기 위해 스트레스가 하나둘 적립과 동시에 긴장이 풀리니 설사·구토·발열 증세를 보여 팀장님께 보고하고 병가계를 제출했는데 국장님께서 차라리 연가를 당겨서 쓰는 게 어떠신지 나에게 권유하시어 연차를 당겨 쓰게 되면서 시내로 나가 병원에서 진료받았는데 첫 진료여서 진료카드 작성 후 진료실에 들어가 인사를 나누고 의사 선생님과 대화를 나눴다.


“직업이 어떻게 되세요?”

“여주에 있는 거주시설에서 생활 재활 교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들으시고는 고개를 갸웃거리시더니


“생활 재활 교사? 생활 재활 교사는 어떤 일을 하는 건가요?”

“기관에서 3교대 근무를 하는 사회복지사이고 직접 이용자 케어 및 행정업무같은 걸 하고 있습니다.”


라고 말씀드렸더니 걱정과 존경이 섞인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많이 힘든 직업이네요. 나이도 어리신 분이 그런 힘든 일을… 더 좋은 직장으로 취업하셔서 덜 고생하시면 어떨까요?”


이 말을 들은 난 싱긋 웃으며 답했다.


“이 일을 그만두면 저는 무얼 먹고 사나요. 사람이 이슬만 먹고 살 수는 없잖아요? 제 몸이 원래 하기 전에 한두 번씩은 꼭 이 증상이 오는데 이렇게 심하게 온 적은 처음이에요.”

“그래도 나이가 아직 젊으셔서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다른 일을 해보시는 걸 권유드립니다.”

“제가 회사 기숙사에 살고 있어서 퇴사하게 되면 자취방을 얻어야 하는데 제가 아직 신입이라 그럴 여유가 없어요.”

“아. 그럼 부모님 도움을 받아서 자취방을 얻어서 다른 일 구하면 되죠.”

“집이 부유한 편이 아니라서요. 웬만하면 제힘으로 구해보고 싶네요. 여유가 생기면요. 아직은 때가 아닌 거 같아요.”


‘아 내가 이렇게 심하게 아픈 적은 없었는데 이게 무슨일이야...’


의사와 상담을 마치고 수액실에 들어가 누워서 수액을 받는 동안 눈물이 갑자기 핑 돌았다. 나는 이렇게 누워 있을 만큼 여유가 없는데 몸이 말썽이니 짜증이 올라오는 것이다. 물론 입사 전에 자투리 시간만큼을 헛되이 보내지 않으려 당일 알바를 포함한 주말 홀 서빙 아르바이트+당구장 아르바이트 등 쉬지 않고 달려 몸이 망가지는 걸 못 느꼈던 나의 탓이기도 하니까.


부팀장님의 죽 선물과 눈물 첨가된 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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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로 복귀 후 팀장님한테 전화로 상태 보고 하였고 팀장님은 얼른 나았으면 좋겠다고 위로해주시며 근무표 변경을 해주셨고 또 빠른 쾌유를 빈다며 필요한 게 있으면 전화로 이야기 하라고 집에서 장 볼 때 같이 사서 배달해주시겠다며 어려워하지 말고 부탁해도 된다고 하셨다. 난 감사하다고 말씀드리며 빨리 회복해서 복귀하겠다고 말씀드렸다.


매트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눈을 끔뻑거리고 혼자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부팀장님께서 전화를 주셨다. 죽 사 왔으니 내려와서 죽 받으라는 내용이었다. 후다닥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는 기숙사에서 나와 죽을 받으며 사다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다.


아프지 말라는 말과 함께 애정 가득 담긴 잔소리는 덤, 방으로 복귀해서 점심으로 죽을 먹기 위해 점심 셋팅 후 한 숟가락 드는데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죽을 한 숟가락씩 뜰 때마다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더니 3~5방울이 한 숟가락 뜬 죽 위로 투두둑 떨어졌다.


“어? 왜 갑자기 눈물이 나지?”


휴지를 찾아 눈물을 닦고 다시 한 숟가락 드는데 그새 눈물이 3~5방울이 떨어지는 것이었다. 죽을 먹어야 하는데 죽을 먹지를 못하고 결국 펑펑 울었다. 한두 시간쯤 지났을까 진정이 되어 점심을 먹었다. 따듯한 죽은 식어버렸지만 또 눈물이 날세라 입 안 가득 죽을 입 안에 넣고 우물거리며 눈물 자국 확인하러 거울을 보는데 세상에 이렇게 못생길 수가 있구나 싶었다.


많이 울어서 눈을 퉁퉁 붓고 눈물 자국에 얼굴도 부은 채 죽 한가득 머금고 있으니 뭔가 내가 일주일씩이나 굶어 첫 끼 먹는 사람처럼 보이는 것이었다. 또 눈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눈물을 머금은 죽 한 숟가락씩 떠먹으니 너무 짜더라. 이 상태가 계속 지속이 되면 염분 과다 섭취할 거 같아서 휴지를 옆에 끼고 오른손으로 죽을 떠먹고 왼손으로는 휴지를 뜯어 눈물을 부지런히 닦았다. 이후 죽 식사를 마치고 약 섭취 후 약 기운 때문에 잠이 밀려와서 자리에 누워 휴식을 취했다(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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