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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윤채(가제)]

14화 "자폐성 장애인 1인 가구 정책도 관심 있었으면(2편)"

알립니다.

본 글은 저와 개인적으로 '51주 챌린지'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올린 이야기를 당사자의 동의 하에 공유합니다. 실제 발달장애 당사자가 자신의 관점으로
사회이슈와 일상을 여과없이 드러낸 이야기인 만큼 편견없이 봐주시길 권합니다.

신록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군요. 이번 회차도 자폐성 장애인 1인 가구 이야기를 다룹니다. 


지난 시간에는 먼저 국내 장애인 1인 가구에 대한 개요를 다뤘었는데요(월 개인 수입액과 일상생활 지원 필요 정도를 전체 장애와 비교). 그외 장애인 1인 가구 정책에 대한 아쉬운 생각들도 이야기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 장애인 자립에서 중요한 돈(소득·월평균 및 지출)과 관련된 부분도 언급했고요.


오늘 내용은 장애인 1인 가구의 고립감·안전·도움 등과 관련된 이야기와 1인 가구에 속하는 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그리고 제가 생각하는 장애인 1인 가구 정책 개선책도 다룹니다.



장애인 1인 가구의 경우 2020년 기준으로 27.2%(보건복지부 2020년 ‘장애인실태조사’ 자료 기준)


비장애인보다 상대적으로 고립감이나 생활 위험 요인이 높습니다. 특히 외부 활동이 적은 중증장애인이 더욱 심하다고 하는데요. 혼자서 다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 편이며 사람들 간의 교류가 적은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장애인 1인 가구는 일상생활의 어려움과 경제활동의 어려움으로 인한 낮은 소득도 문제고요. 이외에도 건강관리의 열악함(제때 도움을 받지 못하거나 진료 시기를 놓쳐서 병을 악화) 등을 고려하면 어려움이 배가되는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1인 가구의 증가와 경쟁사회 심화로 고독사 및 자살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로 부각되기 시작한 지 10년 정도 되어갑니다.지난 2022년 4월 한국보건복지인재원에서 발표한 ‘장애인 자살예방교육프로그램개발을 위한 설문조사’를 보면요. 중증장애인과 장애인 1인 가구의 우울함이 경증장애인과 장애인 다인 가구보다 훨씬 심하다는 결과가 있습니다.


참고로, 이 조사는 2021년 12월 14일부터 21일까지 진행되었고요. 전국 장애인 당사자 103명, 장애인 가족 101명, 서비스 종사자 120명 등 총 324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을 통해 이뤄졌습니다.


이 조사에서 중증장애인은 85.3%가 우울하다고 답해 경증장애인 75.3%보다 높게 나타났고요. 특히, 중증장애인은 23.5%가 ‘매우 우울하다’고 답했습니다. 같은 답변이 1.4%인 경증장애인보다 더 심각한 우울을 경험했다고 하네요.


장애인 1인 가구의 41.7%가 '매우 우울하다'고 답했습니다. 이는 다인 가구보다 10배나 높은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코로나19로 외부 활동이 끊어지면서 1인 가구가 더 심각한 고립감을 느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생활 위험 요인도 있습니다. 그리고 각종 재난사고·안전사고(예를 들면 화재)뿐만 아니라요. 제때 병원 치료를 받지 못하여 건강 상태가 나빠지는 경우도 해당이 됩니다.


화재 사고의 사례를 보겠습니다. 지금도 1인 가구 장애인이 다치거나 죽는 화재 사고는 계속되고 있지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국립재활원에 따르면 2023년 화재 사고 사상자 중 사망자 비중이 비장애인은 12.1%, 장애인은 57.4%에 달했습니다. 장애인이 비장애인보다 화재 위험에 4.7배 정도 더 노출된 셈입니다.


지난 4월 11일에 머니투데이에 올라온 “휠체어 타고 계단을? "불나도 집에 있어야"…장애인, 대피 꿈도 못 꾼다”라는 기사를 보면 작년에 전남 지역에서 일어난 두 가지의 장애인 가정의 화재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작년 2월에 담양군에서 주택 화재로 40대 중증 중복장애인(신체장애·지적이 숨진 일이 있었고요. 이해 10월에는 나주시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3급 지적장애인이 세상을 떠난 일이 있었습니다. 두 사고 모두 가족 및 활동지원사 없이 집에 홀로 있었던 게 공통점이었습니다. 


정부가 마련한 '장애인 화재 재난 대응 안내서'를 보면 불이 났을 때 계단을 이용하는 부분 등에서 실효성이 떨어지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현행법에 규정된 피난설비도 장애인들 스스로 활용하기 쉽지 않아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문득 든 생각입니다만, 장애인 1인 가구에도 실효성이 있는 피난설비 마련에 힘을 써야 할 거 같습니다.


우선 최대 2시간 동안 고열이나 유독가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설비인 '공기 순환식 피난설비'를 신규 주택 건립 시 의무화하고요. 그리고 모든 주택에 ‘불빛 피난 유도장치’(화재 시 연기가 나면 빛을 내 탈출구를 알려주며 음성으로 피난을 유도해 대피할 수 있는 설비)를 의무화해야 합니다. 이외에도 중증장애인과 이동이 어려운 장애인을 위한 피난시설이 많아져서 화재 위험에서 벗어나고 생명도 지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다음으로 집에서 작업하는 것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이나 돌발행동 등으로 인하여 다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의사소통은 일부 가능하며 일상생활에 도움이 다소 필요한 조건에 있는 한 중복장애인(자폐성·지체 1인 가구)을 예로 들어보지요. 해당 당사자는 원래 자폐성 장애인이었으나 교통사고로 인하여 지체 장애까지 얻었습니다. 침대에서 휠체어로 몸을 옮기던 중에 바닥으로 넘어졌습니다. 휴대폰은 손에 닿지 않는 곳에 있었으며 혼자서는 몸을 지탱해 침대나 휠체어에 올라갈 수 없는 상황이었지요. 그러다 보니 마땅히 도움을 요청할 때가 없어 아파트 경비원의 휴게 시간이 끝나는 새벽까지 꼼짝 못 하고 기다려야 했습니다.


일상생활에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적은 편인 저 또한 보조가 종종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예전에 방문이 잠긴 응급상황일 때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했던 적이 있었지요.발달장애인(자폐성 장애·지적장애) 1인 가구도 예외는 아닌데요. 특히 중증장애인은 경증장애인보다 다치는 경우와 대처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지요.


실제로 지난 4월 8일에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에서 발간한 ‘2023년 발달장애인 일과 삶 실태조사’ 254페이지를 보면요. “자폐성장애인은 모든 영역에서 지적장애인에 비해 재난이나 위급상황 발생 시 대처 가능 정도가 낮았다.”라고 나옵니다.

요리 또는 면도하다가 칼로 무언가를 자르다가 베이기도 하고요.
욕실이나 바닥에 미끄러져서 넘어지거나 낙상사고를 당하여 타박상 혹은 골절상을 입기도 합니다.
이외에도 무의식적으로 돌발행동을 하다가 상처가 날 때도 있습니다.

다쳤을 때 빠른 응급 신고 및 조치가 필요하지요.
그런데 빠른 응급조치를 놓친다면 다친 부분이 나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빠른 대처가 있어야 나중에 후회가 없으며 다친 곳의 후유증이 적거나 없기 때문입니다.


이번 글을 연재하기 전에 기사들을 살펴보면서 느낀 점이랄까요? 장애인 1인 가구에 관련된 기사가 최근 10년 동안 많아졌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는 현재까지 여섯 차례나 혼자 살았습니다. 혼자 산 기간을 보니 3년 9개월 정도 되네요.



참고로, 자폐성 장애인 당사자는 1인 가구가 많지 않습니다. 이제 독자 여러분께 혼자 살면서 느꼈던 점을 솔직담백하게 이야기합니다.


Q. 혼자 살면서 좋았던 점이 있으신가요?


A. 네, 남의 간섭(어떻게 보면 가족도 해당)을 적게 받는 부분이 있어서 더욱 속이 편합니다. 서로 성격이나 취향이 다른 가족 구성원과 함께 있는 부분이 생각보다 쉽지 않을 때도 많지요. 특히 외식 혹은 음식을 포장하거나 배달 음식을 주문할 때 선호하는 음식 취향이 다른 경우에는 더욱 그런 거 같더라고요. 그러나 혼자 있으니까 이런 불편함이 많이 줄어서 속이 편합니다.


그리고 자유롭게 다른 지역으로 다닐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만족했어요. 유류비 부담은 더 늘었지만, 전반적으로 삶의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느껴지더라고요. 가족들이 있으면 자유롭게 다니기 쉽지 않은 경우도 생각보다 많습니다.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혼자 있게 되니까 장거리로 자유롭게 다니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그동안 가기 쉽지 않은 지역을 다녀올 수 있어서 좋았어요. 특히 직접 운전하여 단국대학교 죽전캠퍼스·평택·광주·순천·광양·남해 독일마을을 다녀온 게 대표적이었습니다.


이외에도 상황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다른 가족 구성원들이 있을 때보다 돈을 덜 쓰는 경우도 생깁니다. 그래서 돈을 모아야겠다는 목표가 있다면 경제적인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경우가 생기더라고요. 특히 이 부분은 경제활동을 하거나 실업급여를 받는 경우 대체로 그렇습니다.


Q. 혼자 살면서 아쉬웠거나 불편한 점도 있었나요?


A. 물론 있습니다. 먼저 병이나 여러 사정으로 인하여 일정 기간 이상 경제활동을 하지 못할 때 어려운 부분을 느낍니다. 특히 돈을 생각보다 많이 모으지 못하면 어려움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막 퇴사 6개월을 넘긴 상황이라 이 부분을 더욱 느끼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장애인 당사자의 실업 기간이 비장애인보다 긴 이유는요. 워크투게더(장애인 고용포털)를 살펴보면 지역과 업종에 따라 편차가 심합니다. 그리고 당사자가 원하는 일자리와 채용 일자리가 조건이 맞지 않은 경우도 많다 보니 비장애인보다 실업 기간이 길어지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마땅한 일자리가 없다면 구직 기간은 더 길어지는 경우도 많으므로 경제적인 타격이 많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선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부분도 있더라고요. 예를 들면 집안의 물품을 교체할 때 곤욕을 치른 경험이 있었습니다. 올해 대학원을 입학한 직후에 겪은 일인데요. 욕실의 샤워기 줄 쪽에 물이 새는 문제와 현관의 조명 불이 나가는 일이 있었습니다. 제가 해보지 않아서 그대로 쓰다가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서 문제가 해결되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혼자 살아가는 장애인의 고독함이나 지원이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작년 가을 퇴사한 후 장애인연금을 알아봤습니다. 그런데 제가 속한 예전 3급 단일장애의 경우엔 장애인연금은 받지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3월 초에 집 인근의 주민센터를 방문하여 장애 수당을 신청한 일이 있었습니다. 


해당 기준(재산·소득 등)이 충족되어야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받았습니다. 그러고부터 40여 일만인 4월 12일 오후에 수성구청에서 장애 수당을 일부 받을 수 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추가로 문화누리카드와 정부양곡할인도 신청했지요. 하지만 장애수당은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요. 월 6만 원만 입금이 된다고 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부분은 대학원 석사과정뿐만 아니라 여러 부분(총무로 활동하고 있는 성인 자폐성 장애인 자조 모임 ‘estas’와 여러 단체 등)에서 교류를 이어나가고 있어서 고독함은 덜 느끼는 점입니다. 혼자 사는 것이 생각보다 쉬운 것은 아니지만, 금전적으로 더 여유롭다면 더 높은 만족도를 주고 싶긴 합니다. 혼자 사는 부분에 대한 만족도는 학점으로 치면 B+라고 생각하네요.


Q. 장애인 1인 가구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어떤 부분이라고 생각하세요?


A. 우선 ICT 기술과 인공지능 기술을 통한 방법이 있습니다. 이 중에서 두 가지를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1) 독거노인·장애인 응급안전안심서비스가 있는데요. 65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 가구를 대상으로 가정 내 화재, 응급 호출이나 장시간 쓰러짐 등을 감지하고 신고할 수 있는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장비를 설치하는 사업입니다. 노인의 경우 홀로 살거나, 노인 2명만 거주하는 가구, 조손 가구 등이 해당합니다.


4월 4일 보건복지부에서 내놓은 보도자료(담당부서는 노인정책과) ‘혼자 사시는 노인 누구나 응급안전안심서비스 신청 가능합니다’를 보면요. 이 사업을 통해 2023년에 노인 및 장애인 24만 가구에 기기를 설치해 화재 사고를 119에 신고하거나, 화장실에 쓰러진 어르신을 감지해 응급 관리 요원이 출동하게 하는 등 총 15만 5천 건의 응급상황에 대응하는 성과가 있었습니다.


2) AI(인공지능)을 활용하거나 지능형 사물인터넷과 각종 센서가 접목된 ‘상황인지 생활지원기기’(AAL)이나 스마트 AI 인공지능스피커 등을 설치하여 장애인 1인 가구의 위험을 줄여주고 생활을 안심하게 이어갈 수 있도록 사회적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위험 실내 이산화탄소 농도 및 온·습도 변화, 24시간 사용자 행동 패턴 원격 모니터링 등을 통해 위험 감지 시 자동으로 관리 담당자에게 알림이 전송되는 구조입니다.


혼자 살더라도 안심할 수 있고 외롭지 않은 환경이 되어야겠습니다. 장애인·비장애인 모두 안전뿐만 아니라 1인 가구 구성원의 외로움과 고립 문제 해결은 국내외적으로 중요한 문제입니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지자체를 통해 1인 가구에 대한 지원도 확대하고 있습니다. 대대적인 실태조사를 통해 2023년에 고독사 예방 기본 계획, 고립·은둔 청년 지원 방안, 정신건강 정책 혁신 방안 등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정치권에서도 전담 컨트롤타워를 신설하자는 제안을 쏟아냈습니다. 앞으로 정부 당국·전문가뿐만 아니라 당사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서 실행에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담이지만 장애인이 ‘사회 및 국가에 대한 요구사항’(2020년 장애인 실태조사 자료) 1순위가 바로 소득보장(전체 장애인의 48.9%, 자폐성 장애인의 30.3%를 차지)이었습니다. 당시 간장애를 제외한 장애 유형에서 1순위를 차지했습니다. 이 부분은 보건복지부의 2020년 ‘장애인 실태조사’ 460페이지에 나와 있습니다. 영국은 2018년 세계 최초로 전담 정부 부처를 설립하고 장관을 임명했습니다. 그리고 중앙정부 차원에서 외로움·고립 문제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국가와 각 지자체에서 전국 모든 지자체로 장애인 1인 가구 통계조사·분석을 강화했으면 합니다.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복지가 점차 요구되고 있는 만큼 정확한 장애인 1인 가구 실태파악을 하여 장애 당사자·가족·지역사회에 더욱 좋은 정책을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혼자 살아가는 장애인 비중은 앞으로 점점 늘어날 것입니다. 공적 안전망만으로 그들이 느끼는 외로움과 고립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물론 혼자 살더라도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부분도 중요하지요. 사회와 사람과의 교류도 있어야 여러 좋은 변화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앞으로 장애인 1인 가구도 인간다운 삶을 가지면서도 외로움과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증가하는 장애인 1인 가구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효과적인 지원 확대가 필요합니다. 정부와 각 지자체, 지역사회에서는 힘이 되는 정책을 발굴하여 지역사회에서 큰 힘이 될 수 있도록 해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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