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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윤채(가제)]

22화 "정부양곡 할인지원사업(나라미)을 받은 이야기"

알립니다.

본 글은 저와 개인적으로 '51주 챌린지'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올린 이야기를 당사자의 동의 하에 공유합니다. 실제 발달장애 당사자가 자신의 관점으로
사회이슈와 일상을 여과없이 드러낸 이야기인 만큼 편견없이 봐주시길 권합니다.

지난 30년 동안 식생활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1인 가구가 늘면서 육류나 간편식(즉석밥 등) 소비 또한 늘었고요. 이외에도 잡곡류나 콩 등 기타 양곡 소비도 많아졌다고 합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작년에 1인당 3대 육류(쇠고기·돼지고기·닭고기) 소비량이 처음으로 60kg대로 진입했습니다. 반면에 1인당 쌀 소비량은 통계청 자료 기준으로 1993년에 110.2kg였으나 작년에는 56.4kg까지 소비가 다소 줄어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쌀은 대한민국의 음식문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주식과 부식이 뚜렷하게 구분된 식문화에서 연극의 주인공처럼 돋보이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회차는 ‘정부양곡 할인지원사업’이라는 주제를 다루고자 합니다. 작년 연말부터 수입이 다소 줄어들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나머지 정부양곡 할인지원을 신청한 부분 그리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복지용 정부양곡(나라미)’을 받았을 때의 이야기까지 포함해서요.




혹시 ‘정부양곡 할인지원사업’을 들어보셨는지요?

일명 ‘복지용 정부양곡’이나 ‘나라미’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지난 2002년부터 서민 기초 식량 공급과 생계 안정을 위해 차상위계층과 수급자 등의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입니다. 정부양곡을 정상가격의 10~50% 수준으로 구매할 수 있고요. 택배를 통해 해당 가구에 직접 공급합니다. 2024년 기준으로 차상위계층은 1만 원에 복지용 정부양곡미(나라미) 10kg 구매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참고로, 이 사업도 신청주의가 원칙이므로 직접 신청해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차상위계층’도 들어보셨는지요? 다음 국어사전을 간단하게 보면 “경제적으로 최하위 계층과 비슷하거나 약간 더 나은 계층. 근로 능력과 약간의 고정 재산이 있어서 소득이 최저 생계비를 초과하므로 기초 생활 수급자로서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잠재적 빈곤층이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작년 12월에 실업급여를 신청하는 것을 알아봤었습니다. 실업급여 온라인 교육을 이수한 후 고용센터를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요. 뜻밖에도 병원에서 우울증과 공황장애가 나아졌다는 소견이 있어야 실업급여 신청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그리고 온라인 교육의 유효기간이 있어서 다시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죠. 


고민하다가 먼저 장애수당을 신청한 다음 기타로 받을 수 있는 혜택을 먼저 받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지난 3월 초에 주민센터에 가서 장애수당을 신청했죠. 다행히 재산과 소득이 기준안에 들어가서 4월 중순에 차상위계층으로 자격이 책정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복지용 정부양곡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죠.



그러던 지난 4월 12일 오후였습니다. 


집에서 글을 쓰다가 현재 거주하고 있는 지역의 구청 생활보장과에서 문자를 받았죠. ‘차상위장애(장애수당)’ 자격이 책정되었고 각종 신청 및 발급 신청을 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중에는 복지용 정부양곡 신청과 문화누리카드 발급 안내를 받으라는 내용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문자를 받자마자 동네의 주민센터로 향했습니다.

잠시 후에 도착한 주민센터에서 ‘복지용 정부양곡 할인 구입 신청서’와 다음 회에 다룰 ‘문화누리카드 발급 안내서’를 작성했습니다. 다행히 작성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네요. 집에 가서 ‘복지용 정부양곡 할인 신청서’를 확인해보니 신청대상·신청 시기·공급 시기·구입 상한량·공급 방법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부분인 계좌송금 지정번호와 신청 및 문의처까지 안내되어 있었습니다.


- 신청대상 : 복지급여 수급자 중에서 구매하기를 원하는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신청 및 공급 시기

⓵ 각 지역자치단체에 따라 신청 및 공급 시기가 다릅니다.

⓶ 현재 제가 거주하고 있는 지역(대구광역시 수성구)은 매월 1일부터 9일까지가 신청 기간입니다. 

     배송은 상황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신청 당월 30일부터 신청 익월(다음 달) 5일 이내까지 진행합니다.

구입 상한량

⓵ 1인당 월 10kg 제한 규정이 있습니다.

⓶ 짝수 달마다 한 번씩 주문한다면 1년에 총 6차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는 2023년 연간 1인당 쌀 소비량인 56.4kg보다 약 6.38%가 더 많은 편입니다.

- 공급 방법 : 공급희망지 혹은 거주지 가구로 택배회사에서 직접 배달해주는 형태

- 신청 및 문의처 : 관련 번호가 안내되어 있으며 “송금이나 전화번호 변경 시에 꼭 전화 부탁드린다”고 언급


이외에도 양곡 구매자 유의사항이 친절하게 안내가 되어 있더라고요. “공급되는 양곡은 직접 이용 목적으로만 사용하셔야 합니다”라고 안내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정한 용도 외로 시중에 유통하거나 재판매한 사람은 양곡관리법 제32조의 규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을 받고요. 사용처분한 양곡을 시가로 환산한 가액의 5배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나옵니다.



복지용 정부양곡을 주문한 것은 푸르른 신록의 시기가 시작된 5월 3일이었습니다.


이날 주민센터에서 안내한 계좌로 10,000원을 보냈습니다. 일용한 양식이 1달 내로 도착한다니까 듬직하기도 했는데요. 한편으로는 나라미에 대한 걱정스러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예전에 지적되었던 사항이기도 합니다만, 일부 나라미의 품질 문제뿐만 아니라 이물질이나 쌀벌레가 발견되어 논란이 있었죠. 


2020년 10월 23일 농림축산식품부 국정감사에서 당시 김선교 국회의원은 정부양곡의 쌀벌레와 이물질 문제가 끊이지 않는다는 실태를 지적한 바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2017년에 농림축산식품부의 외부 용역으로 진행된 ‘정부관리양곡 판매 확대 방안 연구’에서 복지용 쌀에 대한 품질 불만 문제가 높다는 조사 결과가 있었습니다. 이 중에서 49.7%가 밥맛이 좋지 못하다고 답했습니다.


나중에 알아보니 장점도 있었습니다. 공공 비축을 한 묵은쌀이어도 복지용은 특등급과 1등급으로 나가고요. 그리고 일반 유통 쌀(일반미)이랑 비교하면 품질 격차가 어느 정도 줄어서 저렴한 가격으로 정부양곡을 살 수 있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먹을 만한 쌀이 무사히 집에 도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통 ‘복지용 정부양곡’을 구매할 때 주민센터의 지정계좌로 계좌 송금을 하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올해 서울특별시 강남구에서 변화의 물결이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3월에 국내 최초로 ‘복지용 정부양곡’ 구매에 가상계좌 시스템을 도입했기 때문이었죠.


가상계좌 시스템을 도입하기 전에는 각 동 주민센터 직원들의 숨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담당자는 신청자와 입금자를 일일이 대조하며 확인해야 했고요. 가구주가 신청하고 다른 가구원이나 가족이 입금하는 경우 매월 양곡 통장의 신청자(가구주)를 찾는 데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강남구에서 정부 양곡 가상계좌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개발한 후 올해 3월부터 운영에 나섰습니다. 이 시스템은 저소득층 1,800여 가구에 고정된 고유의 가상계좌를 매칭함으로써 실시간으로 입금자와 입금액을 확인할 수 있어서 업무의 효율성을 높였습니다.


가상계좌 시스템에서 실시간으로 입금자와 금액을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구청과 동 주민센터의 민원 업무의 효율뿐만 아니라 행정 절차까지 간소화되었습니다. 그리고 신청자의 이용도 편리해졌죠. 양곡 대금을 입금받았던 주민센터 계좌가 사라지는 대신 요즘 많이 사용하는 가상계좌(강남구청)로 대금을 낼 수 있어서 편해졌습니다.



주민센터의 지정계좌로 대금을 보낸 지 3주일 만인 5월 24일에 ‘복지용 정부양곡’이 도착했습니다. 원래는 6월 첫 주에 받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빨리 받았네요. 쌀통에 쌀이 떨어지는 바람에 혹시 몰라서 즉석밥 24개를 사놓았습니다. 집에 ‘복지용 정부양곡’이 도착할 때 즉석밥이 3분의 1 정도 남았던 상황이었는데, 오히려 잘 되었습니다. 밥하기 귀찮을 때 즉석밥을 전자레인지에 데워먹으면 설거지도 적어지니 편하죠.


10kg 쌀 포대를 뜯은 후 쌀을 쌀통에 넣었는데요. 잠시 확인해보니 생각보다 깨끗한 상태로 왔습니다. 이물질도 보이지 않아서 안심이었습니다. 그리고 6월의 첫 월요일에 밥을 지어서 먹어봤습니다. 햅쌀보다 맛은 떨어질 수 있겠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먹을만해서 좋았습니다. 당분간 유용한 양식이 되니 마음이 더욱 푸근해지더라고요.



조만간 이번에 받은 쌀로 밥을 또 지으면요. 그땐 김 가루를 묻혀서 주먹밥을 만들어 볼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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