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 친구 윤채3(가제)]

발달장애인이 우리 사회에 바라는 이야기 5화 "이원무님(당사자)"

알립니다.

작년, 주 1회 사회이슈와 일상 등을 여과없이 담아낸 '51주 챌린지' 마무리 후
올해 새로이 두 편의 공익 콘텐츠를 월 2회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하나는 발달장애 당사자 및 보호자, 이웃들을 직접 만나 취재한 '인터뷰(발달장애인이 우리 사회에 바라는 이야기)', 다른 하나는 작년에 이어 자신이 직접 보고 느끼고 경험한 사회문제나 이슈, 일상에 대한 자유로운 주제의 에세이입니다.

원문 그대로의 느낌을 살리고자 최대한 편집을 덜하였으며
글쓴이를 비롯한 인터뷰이의 동의 하에 공유합니다. 편견없이 봐주시길 권합니다.

Cap 2025-05-16 15-01-09-318.png
대한민국은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습니다.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12월 23일 기준으로 주민등록 인구 중 65세 이상이 20%를 넘어섰다고 합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이 조사한 <EDI 2024 장애인통계> 자료를 보면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최근 10년간 55세 이상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증가하고 있는데요.

여기, 50대 한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있습니다. <에이블뉴스>에서 8년 넘게 칼럼을 연재하고 있는 이원무 칼럼니스트를 소개합니다.
img.jpg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서울에 살고 있는 발달장애인 당사자인 이원무라고 합니다. 현재 '에이블뉴스'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요즘 제가 관심이 있는 분야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어느 순간 혐오를 해결하는 부분 그리고 서로가 어울리는 사회를 추구하는 것을 관심 있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접근권 부문입니다. 장애인들이 인간다운 삶과 존엄성을 증진하면서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는 부분에 관해 관심이 있습니다.


작년 12월로 기억합니다. 장애인 접근권을 보장하지 않은 국가에 손해배상 책임 판결이 나온 점에서 의미가 있었죠. '모두의 1층을 위한 향후 과제 토론회'에서 접근권과 관련한 이야기가 나왔던 점도 한 사례로 들 수 있겠는데요. 예를 들어, 몇몇 자폐성 장애인은 빛과 소리에 아무렇지도 않게 반응하는 반면에 어떤 당사자는 빛과 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할 때도 있다는 점이 그것입니다. 여기에 기인하여 자폐성 장애인의 욕구와 선호에 따라 빛과 소리를 조절할 수 있는 스위치를 만들자는 의견을 드리기도 했었죠.

img.jpg

칼럼니스트 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계기는 10년 전, 장애인 단체에 재직했을 때의 일입니다. 장애인 언론매체 '에이블뉴스' 대표님께서 저한테 글을 써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하셨습니다. 처음에는 망설였습니다. 여러 날을 고민한 끝에 삶의 경험과 관련된 이야기를 담은 칼럼을 작성하기로 마음먹고 2016년부터 연재를 시작했고요. 그러다 2년 정도 공백기를 가졌죠. 건강을 회복하면서도 부족한 장애인 관련 지식을 쌓기 위해서였죠. 공백기 중 '에이블뉴스'에서 다시 칼럼니스트로 활동해 보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게 됩니다. 2020년에 복귀하여 현재에 이르렀습니다.

img.png 출처: Chat GPT

칼럼니스트의 장점이요? 글을 쓰기 전에 사전 자료같은 것들을 찾아볼 일이 많아집니다. 그러다보면 관련 지식이 많아진다는 점을 꼽고 싶습니다. 요즘은 건강권을 비롯한 교육과 고용 부문에 더욱 관심이 있습니다.



궁금합니다. 칼럼니스트로서 글쓰기 노하우가 있으시다면요?


처음 글을 쓸 때 말이 되든 안 되든 일단 완성해놓습니다. 그리고 다시 글을 읽으면서 맥락에 맞지 않는 부분은 과감히 삭제 또는 재배치하는 작업을 하고요. 글을 쓰다 보면 자연스레 보고서를 다루는 일도 많아져요. 장애인 단체 관계자들을 만나는 일도 그렇고요. 예로, '제네바 장애인 권리 협약 1차 정부 심의'에 참여했을 당시로 기억합니다. 알게 되었던 친구가 11년째 절친으로 있습니다. 지금까지도 정보 교환이나 이슈 등을 가깝게 나눌 정도로요.

img.jpg 2024년 '제3회 오티즘엑스포'에서 윤은호 박사와 함께

최근에는 얼마 전 이 콘텐츠에 소개 되었던 윤은호 박사(https://brunch.co.kr/@johntony/676)와 논평을 함께 준비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장애인 복지 정책에 관한 생각들이 궁금해요

*위 의견은 인터뷰이인 이원무님 본인의 의견임을 알립니다.


한국의 장애인의 권리 증진 및 사회 참여 등을 도모하는 관점에서요. '돌봄'이라는 프레임 속에서 가두는 정책들이 주류를 이뤄 아쉬움이 큽니다. 물론 우리 모두 '돌봄'이 필요한 건 맞습니다. 그러나 보호가 지나치다 보면 자칫 통제로 이어지거나 심해질 우려가 있습니다. 발달장애인 스스로 결정할 수 있음에도 말입니다.


부모가 대신 결정하거나 성년후견인과 같은 여러 제도 등을 통한 사례가 그래서 많은 것 같습니다. 대표적으로 살펴보면 '금융거래' '위치 추적기'등의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금융거래'의 경우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성년후견인을 데리고 와야 된다는 식으로 자기 결정권을 제한하는 경우가 그것입니다. '위치 추적기'의 경우도 자기 결정권 침해의 우려가 있으므로 당사자의 동의를 받아야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봅니다.

img.png 출처: Chat GPT

장애인 가족의 돌봄 부담의 경감을 위한 <장애아가족 양육지원사업>, <활동 지원서비스 지원·종합 조사표> 같은 것들도 그렇습니다. 이들 자료는 당사자의 욕구를 고려한 것이 아닙니다. 정부의 정책들이 장애인의 삶의 관점에 맞춰 집행되지 않고 마치 장애를 고치려고 하는 명목하에 있는 듯 보여서요. 시혜와 동정의 관점에서 보는 사람들도 비레하여 많은 거 같아 안타깝습니다.


옆 나라인 일본만 하더라도요. 우리나라의 <장애인 차별 금지법>과 비슷한 <장애인 차별 해소법>을 2016년부터 시행하고 있습니다. 장애에 대한 정의나 일부 제도들만 보더라도 확실히 일본이 앞서 있는 듯 해요. 사회적 장벽이나 개인이 가지고 있는 손상에 의한 상호작용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장애로 정의하고 있는 걸 보면요.


우리나라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있어도요. 장애인이 겪는 어려움을 개인의 문제로 왜곡시키는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접근권도 부족하여 배리어프리도 제한적으로 되어있는 건물들도 상당하고요. 반면 일본은 2006년에 제정된 <배리어프리 신법>이 있습니다. 사회적 합의는 물론, 예산 또한 많이 투자하여 만들어졌겠죠?

img.jpg 2022년 UN CRPD에서 발언 중인 이원무 칼럼니스트

우리나라도 장애인복지 관련 법을 만들거나 개정하긴 했습니다. 그러나 장애인 권리 협약은 아쉽습니다. 국내에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부분들도 많았었고요. 인권과 자유를 보장함으로서 복지가 보장된다고 보거든요.


한 예로, 2022년 12월 <장애인 권리 협약 선택의정서>가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었습니다. 이게 무엇을 뜻하냐면, 장애인 차별과 관련된 법적 혹은 행정적 절차 과정을 다 거쳐도 해결이 안 될 사안은요. UN 장애인 선택의정서의 개인 통보 제도에 따라서 장애인 차별을 해결할 수 있는 통로가 생겼다는 의미입니다.


이외에도 의사소통이 어렵거나 또 불가능한 장애인 당사자들은요. 각자만의 독특한 소통 방식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합니다. ‘보완대체의사소통(AAC)’을 증진하는 방안이 그래서 필요하다고 생각하고요. 관련하여 훈련 혹은 교육에 배우거나 참여한다면 당사자를 이해함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img.png 출처: Chat GPT

발달장애인 당사자에게 어느 정도 돌봄은 필요합니다. 그러면서도 권리의 주체로서도 활동할 수 있게끔 존중해주었으면 합니다. 직장생활이나 교육들이 비장애 중심 체계로 맞춰져 있는 경우가 여전합니다. 장애의 다양성을 인정하면서도 비장애 중심 문화에 적응하게끔 강요하지 않도록하는 전제 아래 정책들이 바뀌었으면 합니다. 인권과 자유가 우선시 되어야 장애인복지가 발전되지 않을까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img.jpg



장애인 정책에서 가장 변화가 시급한 점은 무엇인가요?


장애인의 어려움은 앞서 언급한 개인이 가지고 있는 손상이나 제도적, 사회적 장벽 간의 상호 작용으로 인해 생깁니다. 그렇기에 장애인의 어려움을 개인의 문제로만 왜곡하지 않아야 한다 보고요. 인식 제고를 위해서는 현행 교육 시스템에 장애인 복지 관련 사회이슈도 함께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장애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부분이 다른 OECD 국가보다 낮습니다. 장애인은 장애만 가지는 것만이 아니라 능력 및 의견 등과 같이 여러 부분에서 다른데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장애인복지에 대한 청사진이 있을 때, 당사자를 포함한 사회적 약자의 의견을 수렴하여 정책이 지속적으로 만들어진다면 좋겠어요. 삶의 전반적 교차적인 차별을 가지고 해소해야 진정한 청사진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img.jpg 2022년 '제2회 오티즘엑스포'에서 주제 발표 중인 이원무 칼럼니스트

거기다, 다양성을 알리는 노력은 물론, 제도적 차별이 장애인들이 겪는 어려움으로 연결된다는 인식이 확산되었으면 합니다. 대중뿐 아니라 법조계나 의료계도 마찬가지로요. 당사자로부터 피드백을 적용하여 활용하는 시스템이 잘 구축된다면, 인식 개선도 분명 자연스레 이뤄질거라 믿습니다.



조금 더 듣고 싶어요. 3년 전, UN CRPD(유엔 장애인권리협약)현장을 실제 방문하셨잖아요. 장애 당사자로서 좋았던, 아쉬웠던 점에는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좋았던 부분은 두 가지입니다. 먼저, 다른 국가와의 교류였습니다. 헝가리의 활동가인 '스티브 알란'씨를 본 적이 있었는데요. 근래 유럽 국가의 탈시설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볼 시간이 있었습니다. 일본의 장애인 활동가도 잠시 만날 시간이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탈시설 관련하여 당사자의 의견이 반영할 기회가 많지 않다는 어려움을 표하셨고요. '한일 간 탈시설' 관련하여 연대를 하자는 부분에서 많은 공감대를 얻었습니다.


두 번째로 위치 추적기 관련 이슈였습니다. 성인한테도 적용되는 거냐고 ‘로사 알다나’ 위원이 당시 질문했었는데요. 이후 '로사 알다나'위원과 이메일로 주고받으며 관련 대화를 나눴었습니다. 나중에 저희가 요구했던 부분이 22조에 그대로 최종 개념으로 반영이 되었던 점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img.jpg 2022년 UN CRPD에서 대한민국 대표단의 발언모습

반면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행률이 잘 지켜지고 있지 않은 부분을 들 수 있습니다. 지난 1월 15일에 열린 ‘UN 장애인권리협약(CRPD) 최종 견해 이행지표개발연대’에서 주최한 2차 연도 모니터링 결과 보고회에 다녀왔었습니다. 2024년 기준으로 CRPD가 우리나라에 권고한 111개 항목의 이행 여부를 모니터링한 결과 권고 사항 중 이행된 지표는 ‘선택의정서 비준’‘젠더 기반 폭력 피해 여성 및 소녀를 위한 접근 가능한 서비스 지원 체계 구축’ 등 2개만 있었습니다.


2024년 CRPD 이행률도 작년과 같은 1.8%에 불과했습니다. 한마디로 낙제점이죠. <장애인차별금지법><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는 권고가 있었음에도 아직까지 제정되고 있지 않습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만 하더라도 제17대 국회부터 제21대 국회 때까지 꾸준하게 발의되었으나 임기 만료로 폐기된 걸 보더라도요. 더구나 최혜영 전 국회의원이 2022년 12월과 2023년 7월에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으나 제21대 임기 만료로 인해 법안이 자동으로 폐기된 사례도 있습니다. 부디 제22대 국회에서는 <장애인차별금지법>개정안과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통과되었으면 바람입니다.


발달장애인 관련한 권고가 생각보다 많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 성과가 없었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재정적 지원이 거의 없던 점도 아쉬웠습니다. 사실 인권이라는 게 성과로 측량화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잖아요. 쟁취되고 보장되는 개념들인만큼 정말 쉬운 것이 아닙니다. 노력했다는 자체만으로 격려받아야 마땅한 겁니다.

img.jpg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한마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보기에 나쁜 장애인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부당한 대우나 권리를 침해받고 있다면, 다소 과격하더라도 목소리를 낼 것입다. 가급적 비폭력으로 해결하고 싶지만요.

img.jpg

미디어와 우리 사회가 장애를 왜곡하는 일도 없었으면 합니다. 발달장애인을 뭔가 착한 사람으로 묘사하는 장면이 매체에서 종종 있었는데요. 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감정 없는 장애인이 어디 있겠습니까? 발달장애인도 사람이며 권리 주체입니다. 그 메세지를 독자 여러분들께 전하고 싶어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내 친구 윤채3(가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