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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의 지름길, 저작권 등록과 존중]

창작자 및 이용자가 더욱 가까워지려면?

생성형 Ai가 유행하기 전부터 지적재산권이나 저작권 보호의 개념은 국민 모두 알고는 있었다. 깊이의 정도는 차이가 있겠으나 적어도 ‘이를 지키지 않으면 법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발생한다.’는 개념은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익히 들어 알고 있을 터다.


나 또한 오랜 기간 글도 쓰고 영상이나 카드 뉴스 등의 콘텐츠를 만들어오면서 자연스레 해당 개념을 접했다. 관련 교육도 매해 찾아서 들을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의도치 않게 누군가의 저작물을 무단으로 사용하거나 또는 침해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IT나 문화예술계에서는 이 사안 때문에 현재도 창작과 생산에 있어 저작권자 및 사용자 간 충돌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겪었던 사례 하나를 공유하고자 한다.


몇 년 전으로 기억한다. 복지관에서 근무할 때 발달장애인 대상 자립생활훈련 교육자료를 만드는 일이 있었다. 저작권이나 지적재산권을 침범하지 않은, 비영리 목적이라면 문제없이 사용 가능한 사진이나 문헌 등을 중심으로 수집 중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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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출처를 밝혀도 과연 법적인 문제가 없는지 순간 궁금증이 들어 해당 내용을 잘 알고 있는 지인인 교수님께 문의드렸다. 대학교에서 특허나 상표출원, 저작권 등을 강의하는 전문가답게 내 말을 들으시고는 단번에 이렇게 말씀하셨다.

출처를 밝혀도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가장 좋은 건, 해당 내용을 꼭 사용할 게 아니라면 가져다 쓰지 않는 것입니다.
만약 쓴다고 한다면 원작자(단체)에게 메일이나 전화 등을 걸어
허락을 구하는 게 맞습니다.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저작권의 개념 중 하나가 통째로 전환되는 순간이었다. 보직이 변경되어 홍보 업무를 전담하게 되었을 때, 기사의 경우 반드시 취재기자나 언론사에 인용을 구하는 메일 혹은 연락 등을 드렸다. 그림이나 사진, 영상(음원 등)도 마찬가지로 해당 플랫폼 관계자나 원작자에게 메일이나 쪽지 등을 보내 사용 여부를 묻는 습관이 자연스레 들었다. 허락을 구하지 못했을 시에는 사비를 들여 유료 버전이나 콘텐츠를 구매하기도 하였다.


위 사례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비영리 목적이더라도 원작자나 권리를 갖고 있는 소유자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절대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거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디자인 혹은 사진이나 영상 소스 등을 무료로 편집 또는 다운로드 가능한 사이트들에서도 약관을 자세히 보면 이에 대해 명시하거나 법적인 문제가 생길 경우 전적으로 사용자 책임을 강조하였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 저작권 분야에서는 무조건 통용되는 속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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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나는 총 2개의 상표출원과 2개의 캐릭터(로고) 저작권을 갖고 있다. 이유는 단 하나다. 나와 함께한 이들의 권리를 보장하고 자유롭게 콘텐츠를 활용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2개의 상표 출원은 각각 <사회복지 스토리텔러>라는 퍼스널 브랜드와 <사회복지 100인의 인터뷰>라는 대표 콘텐츠명을 등록했다. 지역사회에 사회복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나누고 싶은 이웃들을 발굴하여 10년 넘게 인터뷰로 담아내왔다. 다들 알겠지만 인터뷰라는 콘텐츠는 하나부터 열까지 저작권 이슈로 건들기 딱 좋다. 초상권부터 지적재산권, 저작권 모두 얽혀있기 때문이다.


항상 인터뷰 전, 인터뷰이의 동의를 구두 또는 문서로 받는다. 오래 진행하기도 하였고 본 활동의 취지를 잘들 알기에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권리침해 관련 이슈는 일어난 적이 없다. 오히려 인터뷰에 참여한 이웃들이 자신이 등장한 콘텐츠를 주변에 알리고 또 활용하고 싶어 나에게 동의를 구하는 경우가 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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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 목적이 아닌 한, 자유롭게 이를 허용해왔는데 내친김에 법적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도록 사비를 들여 등록하였다. <사회복지 100인의 인터뷰>는 단순히 수익을 목적으로 진행한 게 아닌, 순수 호기심과 사명감으로 진행돼 온 나의 정체성과도 같은 프로젝트다. 등록부터 최종 출원까지 1년 조금 넘게 시일이 걸렸으나 등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지금도 든다.


「한국저작권위원회」를 통한 2건의 캐릭터(로고) 등록도 그렇다. 전국의 사회복지사를 비롯한 공익 활동가, 학생들이 뭉쳐 2022년 <팀 스토리액팅>이라는 네트워크를 결성하였다. 퍼스널 브랜드를 비롯한 관련 콘텐츠 제작 등을 바탕으로 내가 속한 지역사회나 조직을 변화하고자 만듦이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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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했던 과거 나의 경험담에 근거하여, 같이 활동하는 멤버들에게도 저작권에 대한 이해와 생산 및 창작 시 주의 사항 등을 알려줄 필요가 있었다. 전문가를 섭외하여 교육도 받고 실제 자신이 만든 콘텐츠가 어떤 의미와 영향을 가져다주었는지 청중들 앞에서 발표하는 행사도 가졌다. 그러다 보니 팀을 상징하는 캐릭터(로고)의 필요성을 체감하였고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여 디자인을 의뢰, 저작권 등록에 성공하였다.


일련의 경험들은 나의 저작권을 바라보는 시야와 행동의 반경을 넓혀주었다. 단순히 보호하고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우리’로 말이다. 결코 혼자서는 아무리 저작권의 중요성을 외쳐봤자 한계가 존재한다. 이를 공론화하여 모두가 지킬 수 있도록 연대의식 형성이 우선이다. 그 안에서 안전하고 존중받는 창작과 생산의 문화, 지식과 아이디어, 정보 교류의 순환은 양질의 콘텐츠가 제작되고 널리 확산됨에 플러스로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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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나는 브런치나 블로그, 인스타그램에 글이나 사진 등의 콘텐츠를 업로드할 거다. 그때마다 상기한다. 저작권 준수와 등록은 창작자와 이용자가 상생하는 가장 쉽고 또 가까워지는 지름길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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