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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hnny Kim Jan 15. 2021

자퇴생 커뮤니티를 모집합니다

네 저도 자퇴생이니까요.

저는 엷여덜, 고등학교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자퇴했습니다.

번아웃과 우울증에 자살을 하거나, 학교에 안 가겠다 하면 부모에게 맞아죽거나, 내게 남은 옵션이 죽음 뿐이라면 학교라도 안 가보고 죽자는 생각이었죠.


저는 공부에 욕심도 있고, 성적도 잘 잡는 편이었어요. 잘 할 수 있었을 때는요. 그렇지만, 결론적으로 부모가, 저를 학교를 다닐 수 없는 상태까지 제 멘탈을 부숴 놓았답니다. 성과에 대한 칭찬은 시큰둥하고, 실수에만 민감하게 지적하고 혼났던 기억들, 돈에 대한 압박을 나에게 전가시켰던 기억들, 학교가 힘들다고 처음 말을 꺼냈을 때, 그건 정신병이라며 정신과에 강제로 끌려가 진료를 받고, 그것으로 뭔가 풀리지 않자, 학교에 가겠다고 말할 때까지 모질게 멈추지 않았던 매질까지. 사실, 가정폭력으로 맞아 죽거나 자살하지 않고 살아남은 게 기적이랄 정도죠.


자퇴를 하지 않았다면, 아마 죽였을 거예요. 제가 저를요.



그렇게 자퇴를 하고, 집에서는 투명인간 취급을 받으며,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어요. 그렇게 일년 반을 버티고, 스무 살이 되기 직전날 저녁에 제주도로 넘어가서 게스트하우스 스탭 일을 시작했죠. 악착같이 돈을 모으고 모아, 다들 가는 배낭여행도 몇 번 다녀왔고, 돈 없어서 굶어도 봤어요. 사진이랑 디자인에 재주가 좀 있었던 터라, 그걸로 프리랜서 생활을 시작하고, 내 손으로 보증금을 모아 집도 빌리고. 최근엔 스타트업에서 2년정도 마케팅을 담당하다 퇴사하고, 지금은 1인 마케팅 회사를 창업해서 운영하고 있답니다.


열여덟 7월부터, 스물 여섯이 된 지금까지. 8년이라는 시간 동안 사실 가장 힘들었던 건, 돈이 없어 밥을 굶는 것보다, 나와 비슷한 친구가 없다는 것이었어요. 남들은 멀쩡히 학교를 잘 다니면서 친구도 만들고 하는데, 자퇴한 나 혼자 세상 외톨이가 된 것 같은 느낌. 내가 학교 시스템에 대해 느꼈던 고통과 문제들이 남들에게는 아무 일 아닌 것 같은, 그래서 나만 나약한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 아마도, 자퇴생 친구들이 있었다면, 이런 마음들이 불러온 우울증이나 외로움이 훨씬 덜했을 거라 생각해요.


학교를 끝까지 다닌 또래 친구들보다, 어떤 의미에서는 삶에 대해 훨씬 깊이 고민하고, 더욱 다양한 경험들을 했던 우리 자퇴생들이지만, 학교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또래모임에 들어갈 수가 없어서, 흩어져서 외롭게 지내는 분들이 저뿐만은 아닐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은 사회인이 된 자퇴생들끼리 모여서, 서로에게 공감과 이해와 힘이 되어주고, 친구가 되고, 일을 일으켜서 돈도 크게 벌어보고, 안전한 취업 정보도 공유하고, 자퇴했지만 번듯한 사회인으로 살아가는 서로의 모습을 보며 에너지를 얻고, 때로는 자퇴생 인식개선에 힘도 쓰고, 같이 재밌게 뭉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어보려 해요.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모이기 어려운 시기이니, 온라인으로 먼저 만나고, 기회가 될 때 이곳저곳에서 자유롭게 만나서 인사하면 좋을 것 같네요:)


자퇴생이라면, 누구든지 환영입니다. 기다릴게요!

https://open.kakao.com/o/gJ5rKuR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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