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ohnny Kim Jan 30. 2017

결핍을 이용하기

어쩌면 나는 꽤나 운이 좋은 축에 속하는지도 모르겠다

항상 하고픈 것도, 가지고 싶은 것도 많았다. 지금도 그렇다. 어쩌면, 나는 좀체 만족할 줄을 모르는 사람이인지도 모르겠다. 아니 생각해보면, 그리 큰 돈이 필요한 것도 아닌데도, 그마저 부족해서 포기해야 할 때의 아쉬움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가 없었던 것도 같다. 컴퓨터와 핸드폰을 슥슥 고치고, 일렉기타도 부품을 사 모아 직접 조립하고, 요리도 얼추 할 줄 아는 내 손재주는 사실, 타고난 것이 아니다. 또, 중고거래와 저렴한 여행의 달인이 된 데에도 사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눈이 높았는지, 정말 필요한 것이었는지 딱 잘라 얘기하기는 힘들지만, 항상 내게는 하고싶은 것들이 많았고, 가지고싶은 것들도 많았다.


나는 욕심이 많은 사람이다. 조금 더 개선될 여지가 있다면 어떻게든 고치고야 마는 그런 성격이다. 적당히 적당히 덮어놓고 넘어가는게 안 된다. 가끔은 완벽주의적 기질 때문에 고생을 좀 하기는 하지만, 뭔가를 내가 원했던 방향대로 오류 없이 깔끔하게 만들어냈을 때의 그 성취감은 정말 짜릿하다. 또, 욕심은 많고 그 욕심을 모두 감당할 재력은 안 되니, 이래저래 다른 방법들을 찾아내기 시작한 게 DIY이고, 중고거래이고, 엽서팔이 무전여행이었다. 100중에 100만큼을 다 채우려면 돈이 많이 들지만, 80정도에서 적절히 타협을 하면 못다한 20만큼의 아쉬움은 남지만, 얻어낼 건 웬만큼 다 얻어내면서도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으니 말이다. 나이가 어리니 당연히 돈은 부족했지만, 덕분에 최소 비용으로 최고 효율을 만들어내는 습관이 몸에 배었고 그게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사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정도의 결핍이었다면 욕심도 좀 줄이고 한두개라도 포기했을 법 한데, 이상하게 나는 안 될 싸움에도 달려들어 원했던 걸 얻어내고야 말곤 했다. 사람이 결핍에 반응하는 두가지의 큰 방법은, 극복하거나 받아들이거나 둘 중 하나인데, 나는 대부분의 경우에 전자를 선택했다. 타고난 싸움닭 기질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그만큼 간절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물론 달려들었지만 실패해서 포기해야만 했던 적도 꽤나 많기는 하지만, 참으로 신기하게 그 기질은 죽지를 않았다. 참 독하다 싶을 정도로 말이다.

다들 그런 얘기를 한다. 지금까지 해낸 일들을 보면 전혀 스물 둘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이다. 중학교 다니던 시절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던 얘기라 이젠 그냥 그런가보다 한다. 사실 따지고 보면, 난 그렇게 잘난 것도 아니고, 하고싶은 걸 다 할 수 있을만큼 집안의 재력이 빵빵한 것도 아니다. 다만, 내가 이뤄놓은 것들에 대해 한 가지 내가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는 것은, 포기하지 않고 달려들었다는 것과 결핍을 연료로 사용했다는 것 뿐이다. 아주 쉽게 모든 걸 다 채울 수 있는 환경이었다면 이렇게 자라지 못했을 거다. 야외에서 키운 토마토가 비닐하우스에서 자란 토마토보다 튼튼한 것과 같은 느낌이랄까.


내가 쓰러지면 뒤를 든든하게 받쳐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것에 대해, 두려움도 많이 느꼈고, 그 때문에 부모를 많이 원망하기도 했지만.. 그런 결핍과 절박함이 없었다면 나의 삶이 지금과 같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실은 내 삶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큰 아이러니다. 앞으로도 계속,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그것에 달려들어 쟁취해야 할 운명인 것 같다는 생각에 자조 섞인 한숨이 나오기도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 성취감이 그리도 짜릿한 것을:D

매거진의 이전글 물어볼 것, 두려워하지 말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