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실패하면 안 되잖아?

실패해도 괜찮아

by 우인지천

오랜 전 읽었던 글귀가 생각난다.
일본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는 한의사였는데, 집안이 대대로 한의원을 하고 있다고 했다.


본인이 어릴 때는 아버지에게 혼이 나면서 관련 용어나 한약재를 배웠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은 그렇게 하면 배우려고 하지도 않고, 본인도 과거처럼 교육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는 내용이었다.


문득 생각이 났다.

그 한의사의 아들은 대를 이어서 한의사가 되었을까?

결과도 궁금하긴 하지만, 과정이 어땠을지가 더 궁금하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실패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선사 시대에 사냥에 실패한다는 것은 그 부족의 생사가 달린 일이었다.

조선 시대에 과거에 낙방하는 것은 집안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사회에서의 실패는?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회 문화가 있다.

대학 입학시험에 떨어져서 재수를 한다.

취직을 못 해서 백수 생활을 하고 있다.

사업에 실패했다면?


실패에 대한 사회의 시선이 따갑다면, 실패를 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일찌감치 공무원 시험이나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는 이유일 것이다.


그렇게 인생에서 선택의 순간에, 위험을 줄인다고 생각하는 순간 기회도 함께 줄여 나간다.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할 수도 있다는 것을 모를 리는 없을 것이다.


요즈음은 중학생만 되어도 스스로 알고 있다고 한다.

내가 공부를 잘하는지, 못 하는지.

그리고, 그건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단다.


이 말속에는 스스로를 위험하고, 실패가 예상되는 구렁텅이에 몰아넣지 않겠다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아이들은 세상이 만들어 놓은 프레임 속에 천천히 자기를 가두어 간다.


그렇다고, 유명해지고 성공하고 싶다는 생각을 안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게 내가 될 가능성이 낮다는 마음이 앞서니,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는다.


잘하는 아이에게는 더 많은 기회가 가고, 잘해 보고 싶다고 마음으로만 생각하는 아이 앞에는 기회를 막아선 보이지는 않는 벽이 점점 더 높아진다.


이는 직장생활이나 사업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작은 실수나 실패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는 성공한 사람들의 얘기는, 그저 듣기 좋은 얘기 일 뿐이다.

정말로 미친 듯이 매달리면 달라진 나를 만날 수 있다고 얘기해 보아도, 먼 산만 바라본다.


아무리 좋은 책의 문구도, 먼저 성공한 이의 외침도 나의 얘기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뭔가 순서가 바뀌었다.

도전, 실수, 실패를 얘기하기 전에 우리는 멘털관리와 자기를 사랑하는 법부터 배워야 하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함께 사는 법을 배워야 사회도 국가도 더 건강해질 수 있다는 것을 깨우치도록 안내해야 할 것이다.


성공과 실패가 결과라면,

도전하면서 주저앉았다가 일어나기를 반복하는 성장의 곡선과 어려움 속에서도 자존감을 놓지 않는 것은 과정이다.


진짜 성공과 실패는 인생의 끝에서 얘기할 수 있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서로가 함께 응원하면서 나아가는 과정을 만들 수 있다면, 지금보다 더 멋진 우리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그 과정에서 겪는 실패는 아직 진정한 실패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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