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축소판
개인적으로 오랜 시간 축구를 아마추어로 즐기고, 시청하면서 느낀 점이다.
축구는 인생의 축소판이다.
또한, 축구 대신에 회사를 대입해도 대부분 그대로 적용되는 내용이다.
어느 스타 축구선수가 은퇴하면서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이제 축구를 그만두는 시점이 되니, 축구를 좀 알 것 같다.
22명의 선수들은 운동장에서 전쟁을 하고, 그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전쟁을 준비하고, 실행하기 위해서 움직인다.
김독만 하더라도, 분명한 자기 철학이 있다.
본인만의 철학을 완성하기 위해서 수많은 밤을 새우고, 선수들을 통해서 현장에 적용한다.
그러다가, 다른 팀으로 옮기게 되면 그 팀에 맞춤형 전략을 다시 수립한다.
그런데, 선수의 역량이 감독의 전략 전술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성과를 내야 하는 자리가 감독의 자리이다. 팀이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에, 어떤 감독은 선수나 구단주를 탓하기도 하지만 누워서 침 뱉기이다.
그래서 어지간한 멘털이 아니면, 감독직을 오래 하기 힘들다는 말도 있다.
만약 감독에게 본인의 색깔을 덜어내고 누군가의 지시를 따르라고 조언하는 것은 감독의 자존심에 먹칠을 하는 행위이다. 차라리 감독을 그만두겠다고 항변하면서 본인의 자존심을 지켜내려 한다.
선수들 또한 필드에서 각자에게 주어진 역할이 있다. 이는 최소한의 요구사항이다. 체력을 갖추고, 감독의 전술에 따라서 자기 역할을 다하는 선수는 평균 수준까지는 갈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역할을 달성하는 것은 물론 그 이상을 보여주는 선수는 팀에 기여도 많이 하고, 이에 비례해서 몸값이 올라간다.
즉, 지능적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개인운동만 열심히 하고, 실전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는 감독이 기피한다.
축구는 상대방 팀 선수와 치열한 수 싸움을 하는 운동이다. 몸과 몸이 부딪히면서 진행되는 대부분의 운동이 그러하다. 여기에 축구는 단체 운동이다. 즉, 우리 팀 선수와 연합해서 상대방의 전술을 허물어 뜨리고, 우리가 원하는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축구를 현대판 전쟁이라고 일컫는 이유이다.
현대 축구에서 수비수가 수비만 잘하고, 공격수가 공격만 잘한다고 인정받는 경우는 드물다. 이에 추가하여 연계 플레이가 가능해야 한다. 최종 목적인 상대방 골대까지 전진하는 과정에서 무수한 전투를 이겨 내어야 한다. 때로는 비워있는 공간을 활용하고, 필요하다면 밀집 수비도 뚫고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하여 수비수가 공격을 전개할 수도 있고, 공격수가 전방에서부터 수비를 하기도 한다. 그 와중에 부상을 입기도 하고, 입히기도 한다.
시합에 나서기 전에, 나의 능력과 상대방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상대선수보다 체격이 적고 수 싸움에서 밀린다면 섣불리 전진할 수가 없다. 기선제압에서 밀리는 것이다.
선수가 새로운 팀으로 옮겼는데, 텃세에 못 견디고 팀을 옮기는 경우도 있다. 때로는, 기대하지 않고 이적한 팀에서 엄청난 환대를 받고, 바로 주전으로 활약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선수의 실력 발휘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내가 가진 역량을 있는 그대로 보여 줄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선수도 부지기수이다.
어릴 때 축구를 취미로 하는 것은 인성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생활의 간접 경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전체를 보는 눈은 없다. 그냥 내가 하는 플레이에만 집중한다. 그러나, 경험이 쌓이면서 차츰 눈을 뜬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팀을 믿고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 수많은 반복 연습을 통하여 서로 눈빛만으로도 통하는 팀워크가 완성되면 팀은 11명의 개인보다 더 뛰어난 완전체가 될 수 있다는 것 등이다.
때로는 스타 플레이가 팀을 한 단계 올려놓기도 하지만, 평균 실력 이하의 선수가 팀 내에 있다면 팀의 평균 적인 실력은 어느 수준이상을 넘어설 수 없다.
축구는 그렇게 우리네 인생과 무척이나 닮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