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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맞고 지금은 틀린 것

지금도 나는 과거에 사는가?

by 우인지천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 우연히 들었다. 우리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 듣던 노래가 자신의 최애곡이 된다고.


생각해 보니 기억 속에 남아있는 유명 가수, 탤런트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성장기 기억 속에 있다.


거리에서, 또는 우연히 들른 가게에서 그때의 노래가 흘러나오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그러다가 문득, 요즘 신곡은 이해 못 하고 옛날 노래를 좋아하는 나는 이제 구세대인가 하는 생각도 스쳐간다.


중학생인 딸과 요즘 가수와 노래에 대한 얘기를 나누다 보면 도통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BTS와 블랙 핑크가 유명하다는 것은 알겠다.


딸 : 아빠, 요즘은 애들이 이 노래 많이 들어. 같이 들어 볼래요?

아빠 : 그래? 그럼 틀어 봐, 나도 들어볼게 (속으로는 1도 관심이 없다)

딸 : (유튜브에서 르세라핌의 뮤직 비디오를 튼다) 춤도 잘 추죠? 같이 따라 춰 봐요~

아빠 : ok, 대신 놀리지는 마!

딸 : 아빠, 그게 아니고...이렇게 해 보세요. (아빠가 춤 동작 따라 하기를 포기한다)

이해해요~ (이제부터 대화 안 하겠다는 의미)

아빠 : 아빠는 지금 이게 최선을 다하는 거야 (허리는 전혀 돌아가지 않고 있다)

(딸이 원하던 노래가 끝나고)

아빠 : 그럼, 아빠가 좋아하는 가수 노래 하나 듣자?

딸 : 누구요?

아빠 : 가수 임재범

딸 : 아빠, 갈게요~


오늘도 대화는 이렇게 마무리된다.

내가 딸의 얘기를 들어주면, 딸도 나의 얘기에 관심을 기울여 주고 그렇게 서로 잦은 대화를 하면서 가족이라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소속감을 계속 느끼게 해 주고 싶었는데...


아빠 : 딸, 딸이 좋아하는 노래 들었으니, 아빠가 좋아하는 노래도 하나 같이 들어야지?

딸 : 아빠, 저 좀 바쁘거덩요

아빠 : 노래 한 곡 듣는데 몇 분 걸린다고. 이 노래가 아빠 때는 엄청 유명한 노래였어~

딸 : 알겠어요. 알겠는데, 그 노래는 아빠 혼자 들으세요.


아빠로서는 다르다고 인정만 해 줘도 좋겠는데, 5분만 시간을 내서 아빠가 좋아하는 노래도 같이 들어주면 너무 흐뭇할 것 같은데, 딸은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자기 방으로 사라져 버린다.


이때, 딸과 조금이라도 더 대화를 하고 싶어서 말을 걸면 되레 상황만 악화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다음에 아빠를 먼저 찾아와서 말을 건넬 때까지, 다시 각자의 시간이다.


아빠는 딸과의 세대차이를 좁혀 가고 싶은데, 딸에게는 아빠가 이해 못 할 사람으로 보이는 걸 아닐까?

서로 세대가 다르다는 걸 인정할 수 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다르다고 인정하는 것은, 조금이라도 이해해 보려고 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말도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은 딸의 기준으로는 안중에도 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아빠 세대에서는 진리였지만, 지금은 아니라는 것이다.

딸은 다르게 받아들이는 게 아니고, 틀린 것으로 받아들이고 싶어 했다.


틀린 것은 이해할 필요도 없고, 심지어 관심조차 가질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인간은 원래 이렇게 설계되었나 보다.

10대, 20대까지는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고 싶고, 나이 든 사람의 조언은 잔소리로 들리도록 내부에 별도의 회로가 있는 듯하다.


그렇다고, 나이가 들면 저절로 이해심이 커지고 상대방을 배려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른이 되어도 서로를 이해 못 하고, 틀렸다고 몰아치는 상황은 주변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틀리다는 생각보다 다르다고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을 때, 사회는 더 같이 어울려 살만한 곳이 될 것이다.


우리 딸도 어른이 되어서, 다른 사람의 모습에서 틀렸다는 생각을 먼저 하기보다는, 나와는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고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빠부터 아이들에게 그런 모습을 일관성 있게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10대부터 자주 보다보면, 장기기억 속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으니까.


이래서, 옛 어른들이 아이를 낳으면 어른이 된다고 말씀하셨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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