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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인지천 Sep 22. 2023

펀딩으로 책을 낸다는 것 -1

- 영업마인드가 있는 사람이 유리? 빨리 글을 쓰는 사람이 유리?

펀딩에 뛰어들기까지


최근에 펀딩으로 책을 냈다는 소식이 주변에서 많이 들려왔습니다.


(참고로, '독자가 돈을 주고 책을 산다'라는 표현은 펀딩 사이트에서 다음과 같이 표현합니다.

'서포터가 응원을 하고 리워드를 받는다'.)


펀딩으로 책을 낸다고?
원고를 쓰지 않고도 책이 먼저 팔린다고?
페이지수가 종이책만큼 되지 않아도 괜찮다고?


솔깃한 소식들을 듣고 나니, 일단 저질러 보기로 합니다. 경험만 한 자산은 없으니까요. 그렇게, T사의 펀딩에 참여해서 책을 출간해 보기로 합니다.


나름 글 쓰는 것은 부담이 없다고 생각을 했으니까요.





펀딩 초보의 좌충우돌


하지만, 놓쳤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종이책이든 전자책이든, 서점이든 펀딩이든.


독자가 내 책에 관심을 가지게 해야 한다는 것은 다를 게 없었습니다.



1차적으로 표지에서, 보고 싶다는 끌림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표지 디자인과 제목이 중요하겠죠?


그동안 디자인과는 거리가 먼 삶이었는데, 난데없이 디자인이라니. 그리고, 제목도 관심을 끌 수 있는 제목을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합니다. 즉, 작가가 아닌 독자가 좋아하는 문구를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첫 번째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과연, 펀딩으로 전자책 출간하기는 무사히 진행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섭니다.


하지만 부딪혀 보지 않으면 배우는 것이 없을 테니, 어떻게든 도전해 보기로 합니다. 표지뿐만 아니라, 썸네일이라는 조그만 그림도 들어가야 합니다. 첩첩산중이네요.


그림, 디자인, 시각화가 익숙하지 않은 작가에게는 장벽으로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여러 가지로 독자의 눈을 사로잡기 위한 장치와 설정들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독자가 제목을 보고 나서 적어도 목차를 보고 싶다는 호기심을 느끼도록 해야 합니다.


아직 책은 완성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책 표지(제목)와 목차는 나와야 펀딩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펀딩사이트에서는 상세 페이지라는 것을 제작해야 합니다. 독자들에게 왜 이 책을 만드는지, 어떻게 도움이 될 것인지 친절히 알려주어야 합니다. 


생각해 보면, 작가가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내 책을 팔기 위한 영업사원이 되어야 하는 단계입니다. 임팩트 강한 이미지를 활용할 수 있다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아직까지 예비독자가 발걸음을 돌릴 가능성은 남아 있습니다.

펀딩이 시작되고 독자들이 결재(펀딩사이트에서는 후원이라고 합니다) 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닌 거죠.


위와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펀딩 최소 금액을 넘어서지 못한다면 펀딩은 취소될 것입니다. 그래서, 펀딩사이트에서는 또 다른 장치를 해 두었습니다. 펀딩 개시 전 사전 홍보를 해서, 펀딩이 실제 개시되면 예비독자들에게 알림이 가도록 하는 겁니다. 


이를 통해서 펀딩사이트나 작가는 예상 수요를 확인할 수 있고, 독자는 펀딩이 언제 시작하는지 굳이 기억하지 않아도 되는 이점이 있습니다.




펀딩이라는 트렌드에 대한 단상


요즘은 종이책도 이런 마케팅 전략을 사용하고 있지요.

'예약판매'라고 해서, 책이 출간되기 전 홍보 겸 구매 예약을 받고 있지요.


차이점이라고 하면, 종이책은 아직 책이 출간되지 않은 상황에서 구매까지 완료해야 합니다. 하지만, 펀딩으로 나오는 전자책은 홍보기간에 관심이 있다는 것만 표시하면 되고, 실제 구매(후원)는 펀딩이 정식으로 시작되고 나서 참여합니다. 그리고 실제 결재는 펀딩 종료 시점에 진행됩니다.


새로운 시스템이라서 낯설기는 하지만, 한편으로 합리적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책을 사 줄 사람이 없다고 판단되면 (펀딩이 설패하면), 책을 완성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이니까요.


하지만, 종이책에 익숙하고, 책을 오랜 시간 공 들여서 만드는 창작물이라고 생각하는 작가라면 거부감이 들 수도 있습니다. 예전에는 없던 방식이니까요. 누가 내 책을 사준다고 하니 (펀딩이 성공하면), 그때부터 단기간에 글을 열심히 쓰겠다는 정책이 탐탁지 않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펀딩사이트의 요구사항에 맞추고, 잠재 독자의 입맛에 맞도록 책을 구상해 볼지, 말지는 작가의 선택입니다.

하지만, 펀딩을 통한 책 출간은 이미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여기에는 펀딩 플랫폼에서 다른 곳보다 많은 수익을 보장하는 것도 한몫을 했다고 보입니다.


오늘 펀딩사이트에 들러서, 어떤 책들이 나와 있는지 한 번 구경해 보는 건 어떨까요?

왜냐하면, 펀딩이 끝난 책들은 펀딩사이트에서 더 이상 구매할 수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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