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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인지천 Oct 21. 2023

초고를 담아 둘 공간이 필요하다

- 그곳에 가면,  기대되는 글들이 있다

문득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 생각났다.

처음에는 사소하다고 생각했던 작은 문제나 잘못이 크게 확대되는 경우에 인용되곤 했다.


일단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계속해서 확대 재생산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물론, 긍정적인 경우에도 적용해 볼 수 있다.


글쓰기에도 이 법칙이 적용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분류의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하면, 그런 류의 글들이 자연스럽게 증가하는 게 아닌가 생각을 해 본다.




종이책 원고를 쓴다는 것


요즘은 종이책도 원고지보다는 컴퓨터 앞에 앉아서 쓰는 추세이다.

개인적으로, 책을 구상하는 단계는 종이에 몇 가지 주제를 적어서 펼쳐놓고, 생각하는 시간을 좋아한다.



종이책을 위한 원고를 작성할 때는, 페이지당 글자 수가 제법 많았다. 쓸데없는 이미지가 들어갈 자리는 없었고, 불필요하게 단락을 만들어서 여백 아닌 여백을 키우지도 않았다.


책이라면 그렇게 써야 하는 줄 알았다.


그렇게 150~200페이지 정도는 원고가 준비되어야, 책을 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요즘은 출판사에서 종이책을 출간할 때 전자책도 같이 만들어준다.


이런 상식을 가지고, 온라인 시장으로 들어오니 개념부터 혼선이 온다.

지금 한 발씩 걸치고 있는 온라인의 글쓰기는, 플랫폼에 따라서 몇 가지 특성이 있다.




온라인에 어울리는 글을 쓴다는 것


브런치




: 가장 자유로운 분위기이다.

본문에 이미지를 추가하는 것도 옵션이다. 내 마음 가는 대로 글을 작성했다고, 제삼자에게 글이 안 보이도록 하는 규정은 없어 보인다. 자유롭게 가슴속에 담긴 생각과 경험들을 풀어낼 수 있다.


한 개인의 역사가 된, 희로애락이 담긴 가슴속 얘기들이 많이 올라온다.

 

제약 아닌 제약이라면, 대중들이 관심을 가지는 이벤트나 돈 벌기, 또는 광고성 글들은 보기 힘들다. 어느새 '브런치 작가'라는 타이틀이 주는 이미지가 세간에 형성되어 있다.


브런치를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권위는 누가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그렇게 행동할 때 나오는 것이라고


"나 요즘에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어"

"우와~ 대단하네, 브런치에 글도 쓰고..."




블로그




: 나름의 글쓰기 규칙이 있다.

글과 이미지가 조화를 이루고, 이미지 사용에도 제한이 있다. 이 규정을 따르지 않을 경우에, 글이 제삼자에게 노출되지 않기도 한다. 그리고, 얼마나 많은 이웃들이 반응하는지도 평가 항목에 들어간다.


이 외에도 AI가 판단하는 좋은 글이라는 기준이 있다. 그래서, 글을 읽는 사람의 기준으로는 공감이 가도록 잘 작성되었다 하더라도, AI 기준으로는 품질이 낮은 글이라고 평가될 수도 있다.


그렇다 보니, 글 자체에 힘을 집중할 수는 없고, 여러 가지 주변 상황들도 챙겨 보아야 한다. 물론 개의치 않고 마이 웨이를 고집할 수 있지만, 그만큼 내 글의 노출이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상업적인 글, 트렌드 소개 등 다양한 현실 사회를 온라인으로 옮겨 놓은 듯한 모양새이다.


누구나 쉽게 블로그에 글을 쓸 수 있으니 저변 확대가 용이하다. 현재 2천만 개 이상의 블로그가 개설되어 있다. 그만큼 블로그를 운용하는 사람들의 연령대나 직업도 다양하다. 


결이 다르거나, 서로 관심 없는 주제를 다루고 있더라도 이웃을 맺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정보성 글도 많이 올라오는데, 그 진위 여부를 구분할 줄 아는 판별력이 요구된다.




전자책

   : 전자책이라고 불리지만, 정식 등록된 책이 아니라 전자문서를 재능마켓에 올리는 경우에 한정함




'책은 역시 종이책이지~' 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직까지도 낯선 플램폼이다. 책의 구성도, 가격도 작가의 의중이 많이 반영된다.


어떤 경우에는 한 페이지의 글자 수가 얼마 되지 않는 경우도 있고, 이미지가 절반을 차지하기도 한다. 도서 가격 또한 종이책의 두 배, 세 배를 훌쩍 뛰어넘기도 한다.


재테크, 취미생활 등의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이미 많은 책들이 온라인 플랫폼에 올라 와 있으며, 앞으로도 이런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종이책처럼 서점에 가서 책 전반의 구성이나 내용을 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책의 가치를 인정하고 비싼 돈을 주고 책을 구입한다.


정보의 격차가 곧 수익의 차이를 만들어 낸다


이런 관점에서 전자책을 바라보는 시선이 있으며, 실제로도 전자책 구매 이후에 직업을 바꾸거나 부업을 시작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어디에 흔적을 남길 것인가?


글이라는 것은, 내가 마음먹기에 따라서 언제 어디서나 쓸 수 있는 것이다. 이왕이면 각 플랫폼이 가진 특성을 고려해서, 가장 적합한 곳에 글을 쓰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왜냐하면, 당장 내 글을 보러 오는 사람이 많지 않더라도, 내가 쓴 글이 어울리는 공간에 머물러 있다면, 나중에 누군가가 찾아와서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내가 브런치를 고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세월이 흘러 뒤돌아 보았을 때, 브런치에 내 글들이 보관되어 있는 것은 기분 좋은 추억으로 자리할 듯하다.

 


시간에 따라서 나열된 생각의 묶음이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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