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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인지천 Feb 29. 2024

나를 객관적으로 보는 힘이 생긴다

언제 나를 내려놓을 수 있는가?


소유의 개념을 알아가는 어린 시절

초등학생 남매에게 각자가 원하는 과자를 사줬습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식탁에서 같이 먹습니다. 정확히 얘기하면 서로 마주 보고 앉아서 각자의 과자를 집어 먹습니다. 아빠의 마음 같아서는 과자를 한 곳으로 모아서 같이 나눠 먹으면 좋을 듯한데, 한사코 거부합니다.


내 과자, 내 자리, 내 것이 있고, 그것을 양보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이지요. 설령 가족이라고 해도 내 영역을 침범당하기 싫어합니다.


이것이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시기이기에 더 이상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만약 이 나이대에 주변을 너무 의식한다면, 대부분은 눈치를 보는 것이지 주변과의 조화를 고려하는 것이 아닐 테니까요.




언제 사회성을 키우나


계속해서 주변과 나를 비교하는 시간

흔히 성장 단계에서, 학교와 같은 단체 생활을 하면서 길러진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은 주변을 인식하고 나를 조화시키려는 수준은 아닐 겁니다. 단지 외부 세계를 인식하는 단계이지요.


약육강식의 논리를 알아가고, 조직 내에서 서열이라는 것을 인지합니다.

공부

운동

취미


잘 났다고 생각하면 더 나설 수 있고, 뭔가 부족하다 느끼게 되면 움츠러들게 됩니다. 진짜 중요한 건, 이렇게 시작한 사회성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비교 대상으로만 나와 상대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 너머를 볼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이게 길러지지 않으면, 성인이 되어서도 어릴 적 생존 법칙을 크게 벗어나지 못합니다.


하지만, 반복되는 일상생활 속에서 이러한 사고를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들에 집착하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으니까요. 요즘은 휴대폰이 그 자리를 대신해 가고 있으니, 사색의 시간을 가지게 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져 갑니다.




내면을 들여다보는 힘


출처 : 구글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떤 사람인가?


이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과 발견을 거치면서, 자신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GRIT이라는 책의 저자가 TED강연을 요청받고 나서, 샘플 비디오를 녹화해서 TED에 보냈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TED에서 멋지게 강연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녹화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비디오 대한 TED의 의견은 냉혹했습니다. 거의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는 피드백을 준 것이었지요. 이때, 저자가 꽤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아니, 내가 이제까지 강의를 얼마나 많이 했는데?"

"내가 그동안 이 주제에 대해서 연구한 시간이 얼마인데?"


이제까지의 나를 부정해야 한다는 것을 쉽게 인정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TED의 안내에 따라서 모든 단어와 제스처를 바꿨습니다. 그렇게 준비한 TED 강연은 유명세를 타게 되었습니다.


TED에서 그녀에게 없었던 것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내면에 잠자고 있던 능력을 끄집어내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모르고 있던 부분이었지요. 왜냐하면 이제껏 한 번도 꺼내보지 않았고, 그래도 문제없이 잘 살아왔으니까요. 만약 그녀가 과거의 나에서 빠져나오지 않았다면, 그 강연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겠지요.


세바시에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있습니다. 지금은 유명인이 된 김창옥 교수입니다. 세바시에도 강연자가 섭외되면 어떻게 강연을 할 것인지에 사전 검토 단계를 거칩니다. 자세한 내용은 알 길이 없지만, 김창옥 교수평소 스타일로 세바시 첫 무대에서 강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때 강연 내용과 몸짓이 지금과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인데요. 그렇다고 세바시에서 보여 준 모습이 다른 사람을 연기한 것은 아닐 겁니다. 결론적으로 세바시가 원하는 무대를 꾸미고, 인생의 전환기를 맞이합니다.


 2가지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누구에게나 사람들이 좋아하는 나의 모습이 내 안에 숨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살 수도 있고, 알고 있지만 애써 무시하고 살아갈 수도 있습니다. 


이때 변화를 인지하고 선택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다른 말로는 이전의 나를 내려놓는 작업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강연을 예를 들어서 설명했지만, 책 쓰기에서도 이와 유사한 자기부정을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대중이 함께 호흡하고 그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 별도의 노력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책을 쓰면서 알게 되는 것들


앉아 있는다고 글이 쓰이는 건 아니다

위와 같이 강연은 준비과정, 그리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사람들과 호흡을 합니다. 하지만, 책은 출간될 때까지 철저히 작가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재미있는 것은 SNS 글쓰기와 달리, 책을 쓰고 퇴고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나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는 겁니다.

내가 지금 무엇을 하는 거지?

내가 이러려고 글을 쓰는 게 아닌데

그냥 여기서 그만둘까?


때로는 문장 하나를 새롭게 쓰는 것이 어렵습니다. 뭔가 생각은 나는데 정리가 되지 않아서 글로 표현하기가 힘이 듭니다. 과거의 나를 부정해야 하는 경우라면, 더욱 어려움에 봉착합니다.


래서 이전의 나와 지금의 나 사이에 충돌이 일어납니다. 만약, 예전에 전혀 하지 않던 행동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면 고민이 깊어집니다. 어색한 지금 나의 모습을 받아들일지, 아니면 예전 모습으로 돌아갈지 혼란스럽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성장통이 이렇게 찾아옵니다. 이렇게 내면을 바라다보면서 스스로를 객관화할 수 있을 때가 변곡점입니다. 여기서 멈출 것인가, 전진할 것인가 판단을 내려야 합니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했거나, 외부 환경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면 모두 무시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그래서 과거의 나로 계속 살아가고 싶다는 욕구가 꿈틀 됩니다.


하지만, 초반의 초등학생 아이들 이야기와 같이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었다면, 그저 모든 것이 낯설고 괴롭기까지 합니다. 또는, 이런 고민이 너무 늦은 나이에 찾아오면 다른 이유로 쉽게 포기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생의 경험과 지혜를 담고 나서, 글을 쓰는 와중에 이런 변화가 찾아오면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또는 꼭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이유가 있어야 할 겁니다. 


또 다른 측면에서 이런 고민과 변화를 쉽게 차단해 버리면 안 되는 이유 중 하나는, 각자가 지적 활동과 함께 내면을 들여다보고 가꿀 수 있는 힘을 길러 갈 때, 사회도 한층 더 단단하고 풍요로워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그 시간 속에서,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내면의 힘도 함께 성숙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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