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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인지천 Jul 17. 2024

말 잘하는 작가 vs 글 잘 쓰는 강사

- 둘 다 잘해야 할까?

작가와 강사,

직업의 관점에서 접근했을 때,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다. 


강사는 현장에서 교육생들을 만나다 보니 순발력이 요구된다. 때로는 밀당도 해야 한다. 시선을 마주하면서 교감을 하는 등 현장감이 중요하다.


이에 비해서 작가는 퇴고를 거친 정제된 언어로 독자와 만난다. 생각을 바로 꺼내는 것이 아니라, 여유를 가지고 문장을 다듬을 수 있다. 그만큼 실시간 소통이나 피드백을 받기는 어렵다.


이 차이를 이해하면, 다른 노력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고민한다.

"두 가지 모두 가능하도록 노력을 할 것이냐, 아니면 한 분야에 집중할 건인가?"




말과 글, 서로 다른 영역


말은 곧잘 하는데, 글을 쓰라고 하면 무지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다. 반대로 글은 가독성 있게 써 내려가는데, 말로 풀어 보라고 하면 쥐구멍부터 찾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강사에게 글은 '말을 위한 글' (일명 '말글')이 되고, 작가에게 말은 '글을 위한 말' (일명 '글말')이 된다. 즉, 내가 어디에 중점을 두는지에 따라서, 다르게 받아들이게 된다.


달리 말하면, 강사는 문장을 보고도 할 말을 먼저 떠 올리고, 작가는 말을 듣고도 문장을 상상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도 직업병이라면 직업병이겠다.


강사와 작가, 말과 글의 영역이 크게 다르지 않다면 좋겠지만, 현실에서는 나눠서 바라볼 수밖에 없다. 강사의 베스트셀러가 흔하지 않고, 작가의 위트 넘치는 강의가 흔하지 않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것이다. 


대중과 소통한다는 측면에서는 공통점이 있다고 할 수 있으나, 전달력을 고려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작가는 글의 어떤 부분에 힘을 줄지 고민할 때, 강사는 어떤 말을 강조할지 고민하게 된다. 




말과 글이 하나 되는 접점


작가가 북 콘서트를 하면서 자기의 이야기 또는 책 이야기를 거침없이 풀어낸다. 이어지는 Q&A 시간에도 막힘이 없다. 내가 고민하고 몸으로 터득한 내용이기에 가능하다.


강사가 자전적 에세이를 써 내려가는데 주저함이 없다. 어떤 과거가 있었는지, 그 와중에 만나게 된 사람들과 터닝 포인트 그리고 강사로 살아가는 삶을 표현하는 것이기에 가능하다.


이렇게 표현하는 내용이 내 것이라면 글이나 말의 깊이가 달라진다. 하지만 누군가의 지식이나 경험을 옮기는 수준이라면 반대의 결과가 나올 것이다. 한 번의 강의 또는 한 권의 책을 내기 전에 치열한 준비 작업을 거쳐야 하는 이유이다.


또한, 분야별 베테랑이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랜 경력에도 불구하고, 많은 연구와 고민을 거듭하는 이들이다. 영화배우가 맡은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서 실제 주인공으로 일상을 보낸다든지, 소설가가 작품을 쓰기 전에 실제 배경이 되는 공간에서 머무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것이 전문가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책을 쓰고 강의를 하고자 한다면 누구라도, 

내가 가진 것은 무엇인지?

내가 나눌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그것을 정말 내가 잘 알고 있는지?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여기에 하나 더


스스로 몰입하는 것과 관객 또는 독자가 몰입하도록 하는 것은 별개의 이야기이다. 나는 온전히 몰입해서 말을 하거나 글을 쓸 수 있지만, 그렇다고 이것을 다른 이에게 강제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이에 대한 별도의 노력이 요구된다. 즉, 전달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동원될 수 있다.


강의를 한다면,

말의 속도

시선, 손짓과 같은 비언어적 소통

음향 시스템

등의 영향을 받는다. 


글을 쓴다면,

문체

전개방식

수사법

등에 따라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이렇게 들여다보면, 작가와 강사의 또 다른 공통점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사람에 대한 관심과 이해이다. 강의에서는 실제 인물을 예로 들면서 강의장에서 수강생과 공감하고, 작가는 글 속에서 현실감 있는 인물을 묘사할수록 독자의 몰입이 올라갈 것이다. 이렇게 살아있는 이야기는 AI가 쉽게 발견하지 못할 가능성도 높다.    




결국 인문학?


코로나와 AI로 대변되는 이 시대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관찰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때, 참고할 수 있는 것이 다양한 교양서적이다. 인문학이 전부일 수는 없지만, 아래와 같은 인문학 소양을 갖추면,

우리말과 글에 대한 이해

역사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

현대 사회를 바라보는 통찰

인간의 집단적 또는 개인적 속성


상대방과 소통할 수 있는 무기가 될 수 있다. 또한, 이런 노력이 쌓이면 통섭을 통한 가치 창조를 할 수 있다. 전혀 이질적인 영역을 통합할 수 있으므로, 내가 하는 말과 글에서 새로운 가치가 만들어진다. AI가 다루지 못하는 나만의 영역을 개척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작가의 모습이 어울리나, 아니면 강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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