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잘 못해도 괜찮을까?

나에게 중요한 것

by 조현석

한 번씩 말을 잘하고 싶다는 생각한 적이 있을 겁니다.

논리적으로 생각하며 설득력 있게 말하길 바랍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제 하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두서없이 말하거나 스스로 무슨 말하는지조차 헷갈려할 때도 많죠.


저도 주위에 말 잘하는 사람을 보며 부럽기만 했습니다.

'왜 난 저 사람들처럼 하지 못할까?'라며 자책한 적도 있습니다.

시간이 지난 뒤, 한 가지 깨달음을 얻게 되었습니다.

말을 잘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것을요.


그것은, '마음속으로 하고 싶은 말은 적어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겉만 번지르르한 이야기가 아니라, 내면에서 말하는 소리였습니다.

그 이야기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감하면 되었습니다.


물론 말을 조리 있게 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을 테죠.

하지만 이전에 내 마음속 진심은 건넬 수 있는 것부터 시작했어야 했습니다.

이후 스피치 기술이나 목소리, 제스처 등을 배워도 된다고 여겼습니다.




대학가 근처에서 미용실을 운영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제 나이가 서른 살이었습니다.

직원으로 일할 때, 원장이 미용실을 인수해 볼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미용 일을 계속할 생각이었고, 언젠가 가게를 할 계획이라면 지금이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군다나 직원으로 일하고 있었기에 가게 상황을 잘 알고 있었던 겁니다.


가게를 인수하려면 돈이 있어야 하는데, 수중에 가지고 있던 돈이 거의 없었습니다.

부모님께 상황을 설명드렸더니, 알겠다며 돈을 빌려주셨던 거지요.

부모님이 이용원을 운영하셨는데,

공교롭게도 제가 일하던 미용실 근처에서 잠시동안 가게를 한 적이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쪽 자리를 잘 알고 계셔서 저에게 한 번 해보라며 권해주셨던 겁니다.


가게를 운영하며 처음 2년 동안 부지런히 일했습니다.

마칠 때쯤 손님이 찾아와도 그냥 돌려보내지 않고 머리를 해주었습니다.

쉬는 날에 협회에서 세미나가 있으면 찾아가서 배우기도 했죠.

미용실에 있는 마네킹 가발에다 연습하며 기술을 습득했습니다.

덕분에 부모님께 빌린 돈을 예상보다 빨리 갚을 수 있었습니다.


빌린 돈도 갚고, 단골손님도 늘면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문제 하나를 해결하며, 또 다른 고민이 생겼습니다.

손님 머리를 손질하면서 대화는 전혀 나누지 못했습니다.

손님이 가게로 들어오면 인사를 건넨 뒤, 어떤 머리를 하고 싶은지 묻습니다.

그런 기본적인 말만 하고선 조용히 일만 했던 겁니다.


미용 일은 서비스업이고 손님들이 편안하게 머리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지 못했죠.

우선 제가 손님을 대하는 마음이 편안하지 않았습니다. 조금 긴장된 상태로 일을 했습니다.

손님도 그런 제 모습을 보며 말은 하지 못한 채 불편한 마음이 있었을 테죠.

그것과 이런저런 이유로 말을 잘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우연히 미용실 안에 있는 책 한 권을 집어 들었습니다.

가게 인수할 때 책장에 꽂혀 있던 여러 책 중 한 권이었죠.

영업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이야기가 흥미로워 하루 만에 다 읽었습니다.

그러면서 어쩌면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책을 통해서 제 고민을 해결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말을 잘하고 싶었기 때문에 스피치에 관한 책은 손에 잡히는 대로 읽었습니다.

'설득력 있게 말하는 방법', '자신감 있고 당당하게 말하는 법'과 같은 내용의 책들이었죠.

다양한 스피치 기술을 알아가며 재미도 있고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책에 나오는 방법대로 실천하면 말을 잘하게 되는 것은 당연해 보였습니다.

마음속으로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고 바랐습니다.


실제로는 제 바람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머릿속으로 방법은 떠올렸지만, 막상 입 밖으로 표현할 수가 없었습니다.

오랫동안 사람들 앞에서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경험 때문인지 단번에 바뀌지 않았죠.

일에도 순서가 있듯이, 단계를 밟아가야만 했습니다.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말하는 것은 저에게는 마지막의 일이었습니다.

그 순간 필요한 건, 내 마음을 사람들에게 전하는 일이었습니다.


발표불안이란, 사람들 앞에서 발표나 스피치를 할 때 긴장되거나 불안을 느끼는 심리 상태입니다.

평가에 대한 두려움과 사람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불편함을 느끼곤 합니다.

그 두려운 마음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면 좀 더 편안하게 발표할 수 있게 됩니다.

저는 이런 훈련을 학원에서 배웠던 겁니다.

이것은 배우고 익히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죠.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발표는 연단에서 준비한 내용을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겁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메시지를 청중에게 잘 전하는 일이죠.

만약 자신의 메시지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다면, 그 자리는 불편하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내 안에 콘텐츠가 있어야 합니다.

정보나 지식, 경험과 감정 등의 내용물이 있어야 하는 거지요.


저는 그런 것들이 부족했습니다.

그저 처음에는 말을 잘하는 기술만을 배우려고 했습니다.

마치 속 빈 강정처럼 사람들에게 멋지게 보이고 싶은 바람뿐이었죠.

하지만 시간이 지난 뒤, 알게 되었습니다.

화려하고 멋진 것보다는 내면이 단단해야 한다는 것을요.

그래서 저는 제 자신에게 집중하려 합니다.

나에게 부족한 것과 보완해야 할 점들을 채우고 있습니다.




말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지금 당장이라도 기술만을 배우고자 합니다.

책이나 영상에서 알려주는 여러 방법을 메모하며 기억하려 합니다.

하지만 그런 방법들은 근본적인 접근이 되지 않기에 일시적인 해결책에 머무르게 됩니다.

나와의 시간을 통해 자신을 알아가고 경험하며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내가 직접 경험한 일들이 쌓여 나만의 이야기가 되고 힘 있는 메시지가 됩니다.

그 이야기로 사람들에게 전하며 서로가 배워나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