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앞에서 몸이 얼어붙는 이유

자기 객관화

by 조현석

청중 앞에서 목소리가 떨린 적이 있으신가요?

얼굴이 붉어지거나 입술이 바짝 마른 적은 없으시고요?


연단에 서는 순간부터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럽고 긴장도 됩니다.

어느 정도의 긴장이라면 괜찮은데, 문제는 스스로 강하게 느낀다는 점입니다.

그런 자신의 모습을 사람들이 몰랐으면 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내가 떨고 있다는 사실을 남들이 알면 이상하게 볼까 걱정이 됩니다.


우리는 몸과 마음이 보내는 신호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긴장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할수록 몸은 다르게 반응합니다.

이럴 때 필요한 자세는 본인의 감정을 부정하지 않고 수용하려는 마음입니다.


예를 들어, 빨간 사과를 떠올리지 말라고 하면 오히려 더 강하게 떠오르는 것처럼,

'떨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할수록 더 떨게 됩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백곰 효과'라고 부릅니다.

이때는 자신의 생각을 부정하지 않고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됩니다.

생각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것을 스스로 인식함으로써 조절할 수 있게 됩니다.

그 순간 불안한 감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서서히 잦아듭니다.




발표불안을 느껴 스피치 학원에 다닌 한 여성이 있었습니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20대 초반의 직장인이었죠.

회사에서 직책이 높지는 않았지만, 가끔 발표해야 하는 상황이 있었습니다.

문제는 발표할 때 목소리가 떨려, 마치 염소가 우는 것처럼 들릴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것도 스스로 느껴질 만큼 심하다고 했죠.

그런 자신의 고민을 해결하고자 수업에 참석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함께 수업을 듣던 다른 사람들은 여성의 생각과 달랐습니다.

심하게 떨린다고는 느끼지 못했던 겁니다. 단지 사람들 앞이라 조금 긴장한다고만 생각했던 거지요.


사실 남들은 잘 못 느낀다고 해도 스스로는 자신의 모습을 과장해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게까지 고민할 정도는 아닌데도, 단순히 넘기기 어려운 경우가 많죠.


마음이 불안할 때는 호흡이 흔들리면서 목소리가 일정하지 않고 떨리곤 합니다.

화가 나서 흥분한 상태에서는 소리가 갈라지거나 커지듯이 말이죠.

이럴 때는 의식적으로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며, 호흡을 가다듬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의도적으로 여유 있게 또박또박 말하며 목소리에 안정감을 줄 수 있습니다.


그 여성은 발표를 바로 시작하지 않고, 수업 중에 배운 대로 호흡을 가다듬었습니다.

이후 준비한 내용을 말하는데 이전보다 확실히 목소리에 안정감이 생겼습니다.

또 스스로도 염소가 우는 듯한 소리를 크게 느끼지 못했다고 합니다.

매번 자신의 목소리에 신경이 쓰였지만, 그때만큼은 발표할 내용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했죠.


사실 마음이 편안한 상태에서는 평소 자신의 목소리대로 말하게 됩니다.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상황이라면 덜 긴장이 되겠죠.

호흡이 필요 이상으로 빨라지는 일도 줄어듭니다.

이런 행동 양식을 스스로 인식하며, 발표할 때 적용할 수 있을 겁니다.





몸과 마음은 하나이기에 마음의 상태에 따라 몸이 즉각적으로 반응합니다.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감정이 올라오고, 그 감정은 신체 반응으로 나타납니다.

나아가 행동으로도 이어지죠.

스피치 학원에서는 수업 시작 전에 강사가 수강생들과 아이스브레이킹하는 시간이 있습니다.

아이스브레이킹이란 모임이나 수업 등에서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하는 가벼운 대화를 말합니다.

그날 날씨를 이야기하거나 간단히 자기소개를 하며 어색하고 긴장된 분위기를 풀 수 있는 거죠.

아이스브레이킹은 수강생들의 긴장을 완화해 줄 뿐 아니라, 강사가 자연스럽게 수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서로가 좀 더 편안한 상태에서 수업에 임할 수 있기 때문에 한결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하지만 수강생 입장에서는 강사처럼 아이스브레이킹을 실행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럴 때는 호흡을 통해 평온한 상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일부러 발표 전에 길게 시간을 내지 않아도 됩니다. 잠시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며 발표를 시작하면, 긴장이 훨씬 줄어듭니다.


또 연단에 섰을 때 자신의 자세를 확인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물론 발표하는 동안 여러 가지에 신경을 써야 할 겁니다.

말할 내용도 생각해야 하고 청중의 반응도 살펴야 하니까요.

처럼 생각과 시선이 분산되다 보면 정작 스스로를 돌아볼 여유가 없어집니다.

내가 어떤 자세로 서 있는지, 표정은 어떤지 확인할 기회가 없죠.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자신의 자세를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간단히 머릿속으로 본인의 모습을 떠올리기만 해도 충분합니다.




발표하고 있는 나를, 또 다른 내가 바라보고 있다고 상상해 봅니다.

자신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거지요.

심리학에서는 이를 자기 인식 또는 메타인지라고 부릅니다.

내 생각과 감정, 행동을 한 걸음 떨어져 관찰하는 과정입니다.

발표할 때 자기 인식을 통해 상황에 맞게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습니다.

'내가 너무 말이 빠르거나 느리지는 않은가?',

'자세는 똑바로 하고 시선은 청중을 향해 있는가?' 등을 확인하는 겁니다.

자세가 구부정하다면 자연스럽게 목소리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스피치 학원에서는 허리를 세우고 어깨를 펴라고 조언합니다.

이렇게 하면 목소리가 훨씬 안정되고 단단해지거든요.


결국 몸과 마음은 하나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겁니다.

내 마음 상태가 감정과 신체 반응, 행동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발표할 때 불안하거나 떨리는 자신의 감정을 부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인식해 봅니다.

그렇게 가만히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긴장감은 한결 줄어듭니다.

여유가 있다면 청중과 가볍게 이야기를 나눠 보는 거예요.

어색한 분위기를 풀 수도 있고 좀 더 편안하게 말할 수 있게 됩니다.

자기 객관화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

이렇게 자세와 표정, 목소리를 점검할 수 있습니다.